CC Signals © 2025 by Creative Commons is licensed under CC BY 4.0
AI가 인터넷의 모든 데이터를 학습 재료로 삼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AI 기업들이 무차별적으로 데이터를 추출하면서 개방적이었던 인터넷의 정신이 위협받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사이트들이 페이월을 세우며 점점 폐쇄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Creative Commons가 흥미로운 제3의 길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CC Signals’라는 새로운 프레임워크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도구를 넘어서 AI 시대를 위한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제안하는 혁신적인 시도입니다.
20여 년간 오픈 웹을 만들어온 Creative Commons의 새로운 도전
Creative Commons는 2001년 설립 이후 20여 년간 인터넷을 더욱 개방적으로 만드는 데 앞장서왔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20억 개가 넘는 저작물이 CC 라이선스로 공유되고 있으며, 위키피디아를 비롯한 수많은 오픈 프로젝트들이 이를 바탕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AI 시대가 되면서 새로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기존의 CC 라이선스는 사람이 콘텐츠를 사용하는 상황을 전제로 만들어졌는데, 이제는 기계가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용으로 사용하는 상황이 일반화된 것입니다.
Creative Commons의 CEO 안나 투마도티르(Anna Tumadóttir)는 “CC 라이선스가 오픈 웹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었듯이, CC Signals는 상호 호혜성에 기반한 오픈 AI 생태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CC Signals: 기술과 윤리가 만나는 지점

CC Signals는 데이터 소유자가 자신의 콘텐츠가 AI 모델 훈련에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신호로 표현할 수 있게 하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기술적 해결책이 아닙니다. Creative Commons는 이를 “기술적이고 법적인 도구이자 동시에 사회적 제안”이라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상호 호혜성’입니다. “우리가 주고, 받고, 다시 주며, 우리는 모두 함께한다”는 철학이 CC Signals의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이는 일방적인 데이터 추출이 아니라, 주는 자와 받는 자 사이의 새로운 협약을 만들어가자는 제안입니다.
Creative Commons의 법무책임자 사라 힌치리프 피어슨(Sarah Hinchliff Pearson)은 “지식이 계속 열려있는 미래를 원한다면, 우리는 집단적으로 새로운 종류의 주고받기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존 접근법들과 무엇이 다른가?
현재 많은 기업들이 AI 데이터 사용 문제에 대응하고 있지만, 그 방법들은 각기 다르고 일관성이 없습니다.
X(구 트위터)는 처음에는 제3자가 자사 데이터로 AI를 훈련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가 나중에 이를 금지했습니다. 레딧은 robots.txt 파일을 통해 AI 크롤러를 차단하려 하고 있고, 클라우드플레어는 AI 봇에게 스크래핑 비용을 청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런 개별적이고 파편화된 접근과 달리, CC Signals는 시스템 차원의 조정을 통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법적 구속력을 가질 수도 있고 규범적 성격만 가질 수도 있지만, 항상 윤리적 무게를 지니는 것이 특징입니다.
집단의 힘으로 만드는 변화
협업과 데이터 공유를 통한 네트워크 구축 (Unsplash)
CC Signals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집단의 힘”을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피어슨 법무책임자는 “기계 시대에서 단 하나의 선호, 독특하게 표현된 것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함께라면 우리는 다른 방식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개별 사용자나 콘텐츠 제작자 혼자서는 거대한 AI 기업들을 상대로 힘을 발휘하기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일관된 신호를 보낸다면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 Creative Commons의 성공 사례를 보면 이런 접근법의 힘을 알 수 있습니다. 20억 개의 CC 라이선스 저작물이 만들어낸 것은 단순한 콘텐츠 모음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와 관행입니다. 위키피디아, 오픈스트리트맵, 수많은 교육 자료들이 이런 집단적 기여를 통해 탄생했습니다.
AI 시대의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향해
CC Signals는 기술적으로도 흥미로운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계와 사람 모두가 읽을 수 있도록 설계되며, 법적, 기술적, 규범적 맥락에서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집니다. 이는 현재의 파편화된 접근법들과 달리 통합적이고 확장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 AI 시대를 위한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제안한다는 점입니다. 데이터를 단순히 채취할 수 있는 자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공유와 협력을 통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합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
CC Signals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Creative Commons는 2025년 11월 알파 버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전까지 광범위한 커뮤니티 피드백을 수집할 예정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GitHub 저장소를 통해 기술적 구현 내용을 살펴보고 토론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7월 15일, 7월 29일, 8월 15일에 예정된 온라인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직접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AI가 우리의 일상과 창작 활동을 변화시키고 있는 지금, CC Signals와 같은 시도는 단순한 기술적 해결책을 넘어서 인간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미래를 모색하는 의미 있는 실험입니다. 개방성과 호혜성이라는 인터넷의 원래 정신을 AI 시대에도 이어갈 수 있을지,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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