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하나 만드는 데 몇 년씩 걸리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아티스트 수백 명이 모델링하고, 프로그래머들이 물리 엔진 짜고, 레벨 디자이너가 공간을 설계하는 그 모든 과정을 AI가 몇 초 만에 해낸다면 어떨까요? 구글이 방금 그 미래를 보여줬습니다.

2026년 1월 29일, 구글 DeepMind가 공개한 Project Genie는 텍스트 설명만으로 탐색 가능한 3D 환경을 만드는 실험적 도구입니다. “산호초를 헤엄치는 바다거북”이라고 쓰면 그 세계가 만들어지고, 당신은 그 안을 직접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사전 제작된 3D 모델이나 텍스처는 없습니다. AI가 당신의 움직임에 맞춰 프레임 단위로 실시간 생성합니다.
출처: Project Genie: AI world model now available for Ultra users in U.S. – Google Blog
프레임 단위로 세계를 ‘예측’하는 AI
전통적인 게임 엔진(Unity, Unreal)은 미리 만들어진 자산을 화면에 렌더링합니다. 점프 버튼을 누르면 프로그래밍된 물리 공식대로 캐릭터가 움직이죠. 모든 게 명시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Genie 3 World Model은 완전히 다르게 작동합니다. 게임 플레이 영상, 영화, 실제 촬영 영상 등 방대한 비디오 데이터로 학습해서 “다음에 뭐가 나와야 하는지” 예측하는 방식입니다. 앞으로 가는 키를 누르면 움직임 스크립트를 실행하는 게 아니라, 학습한 패턴을 바탕으로 다음 프레임을 생성합니다.
GPT-4가 다음 단어를 예측하듯이, Genie는 다음 프레임을 예측합니다. 차이점은 사용자의 입력을 고려해야 하고, 물리 법칙과 공간적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30초 동안 걸어간 뒤 뒤돌아보면, AI는 방금 전에 보여줬던 풍경을 기억하고 다시 생성해야 합니다. 구글은 Genie 3가 약 1분 정도의 시각적 기억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초당 20-24프레임을 실시간으로 만들면서 동시에 사용자 위치를 추적하고, 이전에 생성한 환경을 기억하고, 화면에 보이는 모든 것의 시각적 일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720p 프레임 하나를 만드는 데 수십억 개의 파라미터를 처리해야 하고, 이걸 초당 24번 해야 하니까 현재 하드웨어가 버틸 수 있는 한계에 와 있습니다. 60초 제한도 아마 서버 부하와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는 불일치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써보니: 슈퍼마리오 짝퉁과 입력 지연
The Verge의 Jay Peters 기자가 직접 써본 경험은 흥미롭습니다. 그는 Project Genie로 슈퍼마리오 64, 메트로이드 프라임, 젤다의 전설 스타일 월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제목에서 캐릭터 이름을 구체적으로 쓰니 거부당했지만, “뾰족한 갈색 머리에 빨간 모자를 쓴 배관공”이라고 묘사하자 통과했죠.
문제는 경험의 질이었습니다. 입력 지연이 심각했고, 가끔 캐릭터가 아예 조작되지 않고 카메라만 움직였습니다. 구글이 만든 “Rollerball” 월드에서는 공이 지나간 자리에 페인트 자국을 남기는데, AI가 방금 전 자국을 잊어버리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Backyard Racetrack”에서는 주행 중에 트랙의 일부가 갑자기 잔디로 바뀌었습니다.
Peters는 “손수 제작한 비디오 게임이나 인터랙티브 경험보다 훨씬 나쁩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60초 제한, 720p 해상도, 초당 24프레임, 불안정한 물리, 읽을 수 없는 텍스트, 복수 캐릭터 간 상호작용 불가 등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저작권 필터의 변화였습니다. Peters가 테스트를 시작할 때는 닌텐도 게임 복제가 가능했지만, 테스트 말미에는 “제3자 콘텐츠 제공자의 이익”을 이유로 슈퍼마리오 64 프롬프트가 차단됐습니다. 구글이 실시간으로 필터를 조정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게임 개발자들의 불안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 조사에 따르면, 업계 전문가의 52%가 AI가 게임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작년에는 30%, 재작년에는 18%였으니 불안감이 급격히 커지고 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미국 게임 개발자의 33%가 지난 2년간 최소 한 번 이상 정리해고를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구글은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Project Genie는 게임 엔진이 아니며 완전한 게임 경험을 만들 수 없습니다. 창작 과정을 보조하고, 아이디어 발상과 프로토타이핑 속도를 높이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AAA 게임 하나 만드는 데 수백 명이 3-5년 동안 1억 달러 이상 쓰는 현실에서, 환경 생성이 실시간으로 가능해진다는 건 엄청난 변화입니다. 몇 주 걸리던 반복 작업이 몇 분으로 줄어들고, 아트 팀 전체가 필요했던 비주얼 컨셉을 혼자서 탐색할 수 있게 됩니다.
한 익명의 머신러닝 엔지니어는 GDC 조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모든 게임 개발자를 실직시키고 아이들이 프롬프트로 콘텐츠를 만들게 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AGI로 가는 길목
구글은 Project Genie를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도구가 아니라 인공지능 일반(AGI)로 가는 핵심 기술로 봅니다. 다양한 실제 환경을 탐색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더 넓은 지능의 전제조건이라는 겁니다.
AI가 무한히 다양한 가상 환경을 탐색하면서 환경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학습할 수 있다면, 물리적 현실에서 작동하기 전에 훈련 공간을 얻는 셈입니다. 고정된 데이터만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 경험을 통해 현실의 내부 모델을 구축하는 거죠.
이 관점에서 보면 Project Genie는 게임에 관한 게 아닙니다. 기계에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르치는 방법에 관한 겁니다.
지금 써볼 수 있나요?
미국 거주 18세 이상, Google AI Ultra 구독자만 접근 가능합니다. 월 250달러짜리 플랜입니다. 국제 출시는 “적절한 시기에” 한다고만 했고 구체적 일정은 없습니다.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월드와 캐릭터를 묘사하고, 시점(1인칭/3인칭/등각)을 선택하면 됩니다. 60초 동안 탐색한 뒤 세션이 끝납니다. 프롬프트를 수정하거나 갤러리의 다른 월드를 리믹스할 수 있습니다. 생성 AI이기 때문에 같은 프롬프트도 매번 다른 결과를 만듭니다.
구글은 이게 실험적 연구 프로토타입임을 강조합니다. 버그, 불일치, 한계를 예상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말만으로 상상한 것을 정확히 만들어내는” 경이로운 순간도 있을 거라고 덧붙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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