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코딩 도구 사용자들은 AI 덕분에 2배, 10배, 심지어 100배 생산적이 됐다고 말합니다. 이 주장을 보수적으로만 받아들여도, 어딘가에 훨씬 많은 소프트웨어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 앱들은 다 어디 있을까요?

Answer.AI 연구팀(Alexis Gallagher, Rens Dimmendaal)이 파이썬 패키지 저장소 PyPI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AI가 소프트웨어 생산성을 전반적으로 폭발시켰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폭발은 단 한 곳에서만, 아주 좁게 나타났습니다.
출처: So where are all the AI apps? – Answer.AI
전체 생태계는 조용했다
연구팀은 상위 1만 5,000개 PyPI 패키지를 추려 “ChatGPT 이후 패키지 생성 및 업데이트 빈도가 늘었는가”를 살폈습니다.
전체 패키지 생성 속도는 ChatGPT 출시 전후로 뚜렷한 변화가 없었습니다. 업데이트 빈도의 완만한 상승 추세는 2019년부터 이미 진행 중이었고, GitHub Actions 같은 CI 도구 확산이 더 유력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AI 코딩 도구가 가져왔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 결과는 다른 데이터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NBER이 미국·영국·독일·호주 기업의 임원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90%가 “AI가 지난 3년간 고용과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응답했습니다. AI를 사용한다는 응답자도 주당 평균 1.5시간에 그쳤습니다. Apollo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록은 이 상황을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AI는 고용 데이터에도, 생산성 데이터에도, 인플레이션 데이터에도 보이지 않는다.”
신호가 나타난 단 하나의 영역
그런데 한 곳에서 뚜렷한 패턴이 나왔습니다. AI 관련 패키지, 특히 인기 있는 AI 패키지들이었습니다.
연구팀은 패키지를 두 축으로 나눴습니다. AI 관련 여부(패키지 설명 기준)와 인기도(다운로드 상위 7,500개 vs 하위 7,500개). 결과를 2×2로 보면, 한 칸만 튀어오릅니다. 인기 있는 AI 패키지의 연간 업데이트 횟수가 ChatGPT 이후 21~26회로 뛰었습니다. 인기 비AI 패키지가 꾸준히 연 10회를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입니다.
연구팀은 두 가설을 제시합니다.
- 기술 격차: AI 도구를 가장 잘 쓰는 개발자들이 공교롭게도 AI 패키지를 만드는 사람들이어서, 그 집단에서만 생산성 향상이 크게 나타났다.
- 돈과 열기: AI 생태계에 막대한 투자와 관심이 쏟아지면서 개발자들이 실제로 더 많이 일하게 됐다. 능력이 늘어난 게 아니라 투입이 늘었다는 뜻이다.
데이터만으로는 두 효과의 크기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측정할수록 어려워지는 문제
AI 생산성 효과를 직접 측정하려는 시도들도 비슷한 벽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AI 안전 연구기관 METR이 숙련 오픈소스 개발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는 2025년 초 AI 사용이 오히려 작업 시간을 19% 늘렸습니다.
이후 업데이트 연구에서는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AI 없이 작업하는 조건”에 참여하기를 거부하는 개발자가 크게 늘어, 실험 자체에 선택 편향이 생겼습니다. AI 없이는 일하기 싫다는 반응이 늘수록, 역설적으로 “AI가 얼마나 빠르게 해주는지”를 정확히 측정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캄브리아기 폭발이 아닌, AI 생태계의 자기증식
Answer.AI 연구팀은 결론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생성형 AI 혁명이 PyPI 생태계에 미친 가장 측정 가능한 영향은 소프트웨어 전반의 폭발이 아니라, AI 생태계 자체가 더 빠르게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아직 시기상조인지, 아니면 생산성 혁명이라는 기대 자체가 과장됐는지는 데이터가 아직 답하지 못합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솔로는 1987년 PC 혁명 당시 이렇게 썼습니다. “컴퓨터 시대는 생산성 통계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보인다.” 지금 AI에 대해 똑같은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분석 방법론과 코드는 모두 공개되어 있으며, 원문에서 4개의 차트와 함께 각 단계를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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