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에이전트를 일주일 이상 써본 개발자라면 한 번쯤 느꼈을 겁니다. 코드는 돌아가는데, 왠지 내가 짠 것 같지 않다고요. 내 코드베이스의 추상화 방식은 무시하고, 네이밍 컨벤션은 제멋대로고,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패턴이 슬그머니 들어와 있습니다.

AI 컨설팅사 Alephic을 공동 창업한 Noah Brier가 Every에 기고한 글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그는 코딩 에이전트를 “제대로 온보딩되지 않은 신입 엔지니어”에 비유하며, 인간과 에이전트가 같은 방향으로 일하게 만드는 5가지 레이어 프레임워크를 제안합니다.
출처: The Culture of AI Engineering – Every
“소프트웨어 팩토리”는 틀린 비유다
요즘 AI 코딩 도구들은 스스로를 “소프트웨어 팩토리”라고 부릅니다. 자율 코드 생성 시스템, 에이전트 드로이드, 불 꺼진 공장처럼 돌아가는 다크 팩토리. 헨리 포드의 자동차 조립라인처럼, 결함을 최소화하고 동일한 산출물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게 목표입니다.
Brier는 이 비유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말합니다. 포드 공장의 목표는 불량률 제거입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의 핵심 문제는 그게 아니에요. 진짜 어려운 건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세우고, 팀 전체가 그 방향으로 정렬되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건 앤디 워홀의 팩토리에 더 가깝습니다. 처리량을 늘리는 건 같지만, 워홀의 관심사는 기계화가 아니라 하나의 창의적 비전을 향한 정렬이었으니까요.
에이전트가 팀에 합류하면서 이 조율 문제는 더 복잡해졌습니다. 해결된 게 아니라요. 오픈소스 생태계가 이미 그 선례를 보여줬습니다. 몇 년 전까지 오픈소스의 주요 문제는 자발적으로 코드를 기여할 메인테이너를 찾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GitHub에 넘쳐나는 AI 생성 저품질 풀 리퀘스트를 걸러내는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에이전트를 위한 페이스 레이어
Brier는 Stewart Brand의 ‘페이스 레이어’ 프레임워크에서 힌트를 얻습니다. 사회가 서로 다른 속도로 변화하는 층위들로 이루어졌다는 이론인데요. 자연은 수천 년에 걸쳐 변하고, 패션은 하루아침에 바뀝니다. 아래 층일수록 느리게 변하고, 위 층일수록 빠르게 움직입니다.
그는 이 개념을 AI 엔지니어링에 그대로 적용해 5개의 레이어를 정의합니다. 아래로 갈수록 천천히 변하고, 위로 갈수록 자주 바뀌는 구조입니다.
- 코드 — 이제 코드는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층이 됐습니다. AI로 자유롭게 생산하고 재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코드 자체보다 그 아래 레이어들이 코드의 품질과 방향을 결정하게 됩니다.
- 계획(Plan) — 에이전트가 코드를 작성하기 전에 먼저 문제를 탐색해야 합니다. 어떤 접근법이 가능한지, 트레이드오프는 무엇인지 살핀 뒤에 방향을 정합니다. 탐색과 실행을 분리하지 않으면 두 과정이 뒤섞여 엉킨 결과가 나옵니다.
- 명세(Spec) — 좋은 계획은 좋은 명세에서 나옵니다. 무엇을 만드는지, 왜 만드는지, 완료 기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다루지 않을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합니다. 마지막 항목이 특히 중요합니다. 에이전트는 요청보다 더 많은 걸 해주려는 경향이 있거든요.
- 아키텍처(Architecture) — Brier는 모든 코드베이스에 ARCHITECTURE.md 파일을 유지합니다. 비즈니스 문제가 코드베이스에 어떻게 매핑되는지, 핵심 설계 결정과 그 이유,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들을 담습니다. 이 파일이 없으면 에이전트가 조용히 아키텍처 결정을 스스로 내리면서 코드베이스를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끌고 갑니다.
- 표준(Standards) — 가장 천천히 변하는 기반 레이어입니다.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반 원칙과 팀 고유의 코딩 스타일이 여기에 속합니다. Alephic에서는 이를 린팅 규칙, 테스트, 정적 분석 도구로 강제하고, 팀 전체가 쓸 수 있는 ‘스킬’ 파일로 배포합니다.
속도가 빠를수록, 문화가 더 중요해진다
Brier가 Percolate를 창업했을 때 Ben Horowitz의 문화 정의를 인용하며 이 문제를 풀었습니다. “당신이 없을 때 회사가 어떻게 결정을 내리느냐”가 문화라는 거죠. 그때의 에이전트는 사람이었고, 지금은 AI입니다. 하지만 조율이라는 핵심 문제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픈소스 코딩 에이전트 Pi를 만든 Mario Zechner의 관찰이 이 상황을 잘 요약합니다. 예전에 큰 조직이 수년에 걸쳐 쌓아온 혼란이, 이제는 2인 팀과 에이전트 몇 개면 몇 주 만에 도착한다고요.
5개 레이어는 그 속도에 대응하는 구조입니다. 아래 레이어가 탄탄할수록 빠르게 움직이는 위 레이어를 신뢰할 수 있게 됩니다. 코드 한 줄 한 줄을 검토하는 대신, 에이전트가 어떤 맥락에서 어떤 방향으로 일해야 하는지를 미리 설계하는 것이죠.
원문에는 각 레이어를 실제로 어떻게 구현했는지, 레이어 간 경계에서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도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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