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모든 사무실에 컴퓨터가 들어왔지만 생산성은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경제학자 Erik Brynjolfsson은 이를 “생산성 역설(productivity paradox)”이라 불렀죠. 기술은 있는데 성과는 없는 아이러니였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 AI 시대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Sequoia Capital이 MIT NANDA의 “GenAI Divide” 보고서와 Brynjolfsson의 최신 논문 “Canaries in the Coal Mine?”을 분석한 글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명확합니다. AI를 도입한 기업 중 95%는 실질적 가치를 만들지 못하고 있고, 초급 직군 일자리는 실제로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출처: The AI Productivity Paradox: High Adoption, Low Transformation – Sequoia Capital
AI 쓴다고 다 성공? 95%는 실패하는 이유
ChatGPT 유료 구독자가 1,000만 명을 넘고, 기업들은 앞다퉈 Copilot을 도입합니다. 하지만 MIT 보고서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냅니다. AI 도입 기업 중 단 5%만이 손익계산서에 나타나는 실질적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겁니다.
왜 95%는 실패할까요? 세 가지 결정적 이유가 있습니다.
학습 격차(Learning Gap): 대부분의 기업용 AI 도구는 정적입니다. 사용자 피드백을 학습하지 못하고, 새로운 맥락에 적응하지 못하며, 시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죠. 그래서 직원들은 간단한 작업엔 AI를 쓰다가도, 중요한 일은 여전히 사람에게 물어봅니다.
파일럿 지옥: 많은 기업이 AI 솔루션을 시험합니다. 하지만 실제 배포되는 건 5%뿐이에요. 왜? 도구의 기능과 조직의 실제 업무 방식이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데모는 멋있는데 현실은 복잡하죠.
Shadow AI 경제: 회사가 제공하는 AI 도구가 형편없으니, 직원들은 개인 계정으로 ChatGPT나 Claude를 씁니다. 이 “그림자 AI” 현상은 단순한 불만이 아닙니다. 직원들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보여주는 시장 신호예요. 유연하고, 직관적이며, 자기 필요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도구 말이죠.
초급 개발자가 가장 먼저 타격받는다
Brynjolfsson의 “Canaries in the Coal Mine?” 논문은 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합니다. AI 보급 이후 22-25세 초급 개발자와 고객 서비스 직군의 고용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는 거예요.
왜 초급 직원들만? AI가 현재 가장 잘하는 건 “책에서 배운 지식”을 복제하는 겁니다. 코딩 기초, 표준 프로세스, 매뉴얼화된 업무—바로 주니어들이 주로 하는 일이죠. 반면 경험에서 우러나온 암묵지, 맥락 파악 능력, 판단력은 아직 AI가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이건 단순히 “AI가 일자리를 뺏는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더 복잡한 재배치가 일어나고 있어요. AI가 어떤 작업을 대신하면서 새로운 작업도 만들어내고, 인간 스킬의 가치가 “코드화된 지식”에서 “경험 기반 전문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J-커브를 이해하면 답이 보인다
Brynjolfsson의 J-커브 개념이 여기서 중요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면 처음에는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집니다. 배워야 하고, 프로세스를 바꿔야 하고,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조직이 적응하고 나면? 생산성이 급격히 치솟습니다.
지금 우리는 J-커브의 맨 아래, 생산성이 떨어지는 구간에 있습니다. AI 도구는 널렸지만, 그걸 제대로 쓰는 방법을 아직 모릅니다.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 못한 거예요.
AI 스타트업이 이길 수 있는 5가지 방법
Sequoia의 분석은 AI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명확한 지침을 제공합니다.
생성이 아니라 학습에 집중하라: 사용자 피드백으로 학습하고, 워크플로에 적응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되는 시스템을 만드세요. 단순히 “프롬프트 넣으면 텍스트 나오는” 모델을 넘어서야 합니다.
사용자가 아니라 워크플로를 위해 만들어라: 고객이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 디테일까지 파고들어야 합니다. 멋진 데모보다 실용적인 솔루션이 이깁니다.
Shadow AI를 관찰하라: 직원들이 개인 계정으로 뭘 하는지 보세요. 그게 실시간 포커스 그룹입니다. 거기서 배운 걸 제품에 반영하세요.
백오피스를 노려라: 영업이나 마케팅보다 재무, 구매, 운영 같은 백오피스에 AI의 ROI가 더 높습니다. 프로세스 중심적이고 데이터가 많으니까요.
SaaS가 아니라 BPO처럼 생각하라: 가장 성공한 AI 고객들은 벤더를 소프트웨어 제공자가 아니라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 파트너로 대합니다. 깊은 커스터마이징, 비즈니스 성과 중심, 진짜 파트너십을 원해요.
역설은 여전하지만 모양이 바뀌었다
Brynjolfsson의 생산성 역설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AI 시대에 맞춰 진화했죠. 1990년대엔 조직 혁신이 부족했고, 지금은 AI 제품 자체의 학습 능력과 기업의 프로세스 통합 능력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이건 기회이기도 합니다. 제품 안에 학습·메모리·오케스트레이션을 넣고, 기업 안에 서비스형 도입·분산된 오너십·성과 지표를 구축하는 창업자들이 이길 겁니다. 그들의 고객이 만드는 생산성이 드디어 통계에 나타날 때, 방어 가능한 해자가 만들어지는 거죠.
AI 혁명은 하룻밤 사이 일어나는 사건이 아닙니다. 기술과 조직과 개인이 함께 진화하는 길고 복잡한 과정입니다. 우리는 지금 그 여정의 초입에 서 있습니다.
참고자료:
- Understanding the Productivity Paradox – Erik Brynjolfsson, 1993
-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Modern Productivity Paradox – Erik Brynjolfsson,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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