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AI 이미지는 이제 그만 보고 싶다”는 밈에 공감을 표하고, AI 편집물을 만드는 팬 계정을 차단했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보통은 멈추겠죠. 하지만 일부 팬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The Verge가 팬덤 문화에서 벌어지는 AI 딥페이크 논란을 심층 취재한 기사를 발표했습니다. Ariana Grande를 비롯한 여러 셀럽들이 자신의 얼굴을 이용한 AI 콘텐츠에 명백히 반대하지만, “팬”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계속 제작하고 심지어 수익화하는 사람들의 실태를 다룹니다.
출처: Fandoms are cashing in on AI deepfakes – The Verge
셀럽의 거부를 무시하는 팬들
지난 10월, Nashville에 사는 33살 Madison Tabbey는 X(트위터)에서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Ariana Grande가 “AI 이미지는 이제 그만”이라는 밈에 좋아요를 누르고, AI 편집물을 만드는 팬 계정을 차단했다는 소식이었죠. 대부분의 댓글은 Grande를 지지했지만, 한 팬 계정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프로필이 온통 Grande의 AI 편집 이미지로 채워진 이 계정은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Tabbey는 참지 못하고 반박했어요. “AI 이미지 만들려고 가난한 지역의 물을 고갈시키는 게 괜찮다는 거예요?” AI 데이터센터가 멤피스 같은 도시에서 물을 대량 소비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사실을 지적한 거죠. 결국 그 계정은 며칠 뒤 비활성화됐지만, 논란은 계속됐습니다.
Grande만이 아닙니다. 올해 2월 인터뷰에서 그녀는 AI가 자신의 목소리로 다른 아티스트의 노래를 커버하는 영상을 만드는 게 “끔찍하다(terrifying)”고 말했습니다. Wicked 공동 주연 Cynthia Erivo도 AI로 생성된 영화 포스터 편집물과 두 배우가 싸우는 영상을 “공격적”이라고 비난했죠.
관심 경제의 새로운 도구가 된 AI
왜 팬들은 본인이 좋아한다는 아티스트의 명백한 거부를 무시할까요? 답은 인터넷의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에 있습니다. AI 이미지와 영상은 제작이 너무 쉬워졌고, 이를 통해 조회수와 팔로워를 얻고, 심지어 수익을 낼 수 있게 됐습니다.
문제는 AI 콘텐츠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팬덤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진짜 팬이라면 아티스트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게 당연하지만, AI가 만들어낸 새로운 인센티브 구조는 이런 기본적인 존중마저 흔들고 있어요.
법적 보호도 미비합니다. 현재 미국 법으로는 자신의 초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제한적이고, 플랫폼들의 대응도 일관되지 않습니다. 일부 계정은 신고로 삭제되지만, 대부분은 계속 활동하고 있죠.
팬덤의 새로운 윤리적 딜레마
이 논란은 단순히 AI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팬”이라는 정체성의 의미가 흔들리고 있는 거예요. 과거 팬아트나 2차 창작은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 표현이었지만, AI 시대의 일부 “팬 콘텐츠”는 본인의 명시적 거부를 무시한 채 수익을 추구합니다.
더 큰 문제는 AI 생성 기술이 점점 더 쉬워지면서 이런 현상이 확산될 거라는 점입니다. 셀럽들의 목소리, 얼굴, 심지어 움직임까지 완벽하게 모방하는 기술이 누구나 쓸 수 있게 되면, 경계선은 더욱 흐려질 겁니다.
Ariana Grande의 팬 계정 차단은 작은 사건처럼 보이지만, 사실 AI 시대 팬덤 문화가 맞닥뜨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기술이 쉽다고 해서 뭐든 해도 되는 걸까요? 팬이라면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답은 명백해 보이지만, 관심 경제는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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