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비판을 받던 Apple이 드디어 Apple Intelligence를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단 한 달 만에 AI 스타트업들의 앱 다운로드와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죠. 천천히 움직이던 거인이 막상 한 발을 내딛자, 시장이 흔들렸습니다.

Yahoo Finance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Apple이 10월 말 iOS 18.1과 함께 Apple Intelligence를 출시한 이후 주요 AI 앱들의 지표가 급락했습니다. Appfigures 데이터를 인용한 분석에서 글쓰기 도구 Grammarly의 앱 다운로드는 21% 감소했고, 생산성 앱 Notion의 앱 스토어 매출 추정치는 22% 하락했습니다. OpenAI의 ChatGPT도 11월 들어 다운로드가 감소했지만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출처: Apple’s slow AI pace becomes a reckoning for app makers – Yahoo Finance
무료 기본 기능의 파괴력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Apple Intelligence는 iPhone과 iPad에 글쓰기 도구, 이메일 요약, 알림 정리 같은 AI 기능을 무료로 탑재했습니다. 사용자들이 별도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이메일을 다듬거나 긴 문서를 요약할 수 있게 된 거죠.
물론 Grammarly나 Notion이 제공하는 기능이 더 정교하고 전문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용자들에게는 “충분히 괜찮은” 무료 기본 기능이면 됩니다. 특히 이미 쓰고 있는 기기에 처음부터 들어있다면 더욱 그렇죠. 별도 앱을 내려받고, 계정을 만들고, 구독료를 내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Appfigures의 설립자 Ariel Michaeli는 “Apple이 AI 출시를 미루는 바람에 다른 회사들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분석가들이 Apple의 느린 AI 도입을 비판해왔죠. 하지만 일단 Apple이 움직이자, 그 영향은 즉각적이었습니다.
플랫폼의 힘, 그리고 스타트업의 숙제
이 상황은 Apple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Microsoft도 Windows에 Copilot을 통합하면서 비슷한 압박을 만들고 있죠. 플랫폼을 장악한 빅테크 기업들이 AI를 OS 수준에 통합하면, 독립 AI 앱들은 생존 공간이 좁아집니다.
AI 스타트업들에게 이것은 명확한 신호입니다. 단순히 “AI로 이것저것 해줍니다”는 더 이상 충분한 차별점이 아니라는 거죠. 플랫폼 기업들이 제공하기 어려운 전문성, 깊이 있는 통합, 특정 니치 시장에 최적화된 기능—이런 것들이 없다면 기본 탑재 AI에 밀려날 위험이 큽니다.
흥미로운 점은 Apple Intelligence가 아직 초기 단계라는 겁니다. 현재는 기본적인 텍스트 처리와 요약 기능 위주지만, 앞으로 더 많은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죠. 12월에는 ChatGPT 통합, 내년 봄에는 개인화된 맥락 인식 기능이 나옵니다. AI 앱들이 느끼는 압박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 이야기는 기술 그 자체보다 배포 채널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가장 똑똑한 AI가 아니라, 가장 많은 사용자에게 가장 쉽게 닿는 AI가 승리하는 구조죠. 그리고 그 게임에서 플랫폼 기업들은 압도적으로 유리한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