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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first가 아니라 AI-second,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것

새 AI 기능을 출시하면 사람들이 몰려들 거라 믿는 회사가 많습니다.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다릅니다. 조용한 무시. 몇 번 눌러보고는 다시 예전 방식으로. 화려하게 발표된 AI 기능치고 이렇게 슬그머니 잊히는 경우가 생각보다 흔합니다.

AI 생성 이미지

UX 디자이너 비탈리 프리드먼은 이 간극에 주목했습니다. 회사들은 “사람들이 AI를 원한다”고 조용히 가정하지만, 정작 그 가정이 틀렸을 수 있다는 겁니다.

출처: No, People Don’t Want More AI In Their Life – Smashing Magazine, Vitaly Friedman

다들 원한다는 착각

새 AI 기능, 새 AI 제품, 새 워크플로우. 회사는 이런 걸 내놓으면 낡고 불편했던 업무 방식이 마법처럼 사라지고 고객이 열광할 거라 기대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많은 AI 기능의 채택률과 재사용률은 낮습니다. 만드는 데는 큰돈이 들고, 잘못되면 평판까지 깎여나가는데도 말이죠.

이유는 단순합니다. AI 기능은 대개 기존 업무 흐름에 얹히는 별도 도구로 등장합니다. 안 그래도 여러 시스템을 이리저리 오가며 일하던 사람에게, 오갈 시스템이 하나 더 늘어난 셈입니다. 하던 일을 잠깐 멈추고 굳이 빠져나와야 쓸 수 있는 도구인 거죠.

AI는 결함을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비춘다

AI는 한 가지에 유독 능합니다. 조직 안에 오래 쌓인 지름길과 결함을 그대로 증폭시키는 일입니다. 데이터 품질이 엉망이든, 의사결정 관행이 뒤죽박죽이든, AI는 그걸 마법처럼 고쳐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수년간 쌓인 임시방편과 기술 부채, 삐걱대던 조직 문화가 AI를 거치는 순간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뒤죽박죽을 정리하는 몫은 결국 사용자에게 떨어집니다.

믿으려면 거쳐야 하는 여섯 단계

AI에게 뭔가 만들어달라고 하는 게 처음부터 직접 쓰는 것보다 편해 보입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을 믿으려면 숨어 있는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전체를 훑어봅니다. 핵심을 짚어냅니다. 그 핵심을 하나하나 검증합니다. 이어지는 논리적 근거를 확인합니다. 필요하면 수정을 요청해 다시 생성시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또 검토합니다.

이 여섯 단계를 실제 숫자로 보여준 생산성 연구가 있습니다. AI를 도입한 뒤 이메일 처리 시간은 104% 늘었습니다. 채팅과 메시징 사용은 145%, 업무용 툴 사용은 95% 늘었습니다. 토요일 근무는 46%, 일요일 근무는 58% 늘었는데, 정작 몰입해서 일하는 시간은 9% 줄었습니다. 값비싼 실수는 39% 늘었고, AI가 쏟아낸 부실한 결과물(AI 슬롭)을 치우는 부담도 41% 늘었습니다.

연구는 이 모든 숫자를 한 문장으로 요약합니다. “AI는 일을 줄이지 않는다. 오히려 강도를 높인다.”

여기에 더해, 많은 사람에게 AI는 스스로 골라 써보는 도구가 아닙니다. 어느 날 누군가 다른 사람의 속도에 맞춰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에 가깝죠.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거라는 메시지까지 곳곳에 넘쳐나니, 사람들이 AI 앞에서 설렘보다 저항과 불안을 먼저 느끼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정말 AI를 싫어하는 걸까

아닙니다. 프리드먼의 답은 다른 데 있습니다. 사람들이 거부하는 건 AI 그 자체가 아니라, 지금 방식으로 들이밀어지는 AI라는 겁니다.

사람들이 진짜 바라는 건 이런 겁니다.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잡무를 AI가 대신 처리해주는 것. 그렇게 확보한 시간과 여유를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쓰는 것.

이 관점에서 보면 잘 만든 도구는 전면에 나서는 “AI-퍼스트”가 아닙니다. “AI-세컨드”입니다. 눈에 띄지 않고, 조심스럽고, 차분하게. 원래 지루하고 불필요했던 업무의 배경에서 조용히 거들 뿐인 도구. AI가 주인공을 자처하며 워크플로우 전체를 바꾸겠다고 나서는 순간, 그 도구는 반가움 대신 거부감부터 사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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