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URL을, 같은 기기에서, 같은 순간에 요청했습니다. 크롬이라고 밝히면 303,235바이트짜리 HTML이 돌아오고, ClaudeBot이라고 밝히면 13,409바이트짜리 마크다운이 돌아오죠.

개발자 빈센트 슈말바흐가 TIME의 평범한 건강 기사 하나를 놓고 User-Agent 헤더만 바꿔가며 반복 요청한 결과입니다. TIME은 지난달부터 전 페이지를 마크다운으로 변환해왔고, 애드테크 업체 Mobian과 함께 그 마크다운 안에 AI 에이전트를 겨냥한 광고를 팔기 시작했죠. 첫 광고주는 얼라이 뱅크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인스티튜트입니다.
출처:
- Time has started serving ads to AI agents – Digiday
- TIME Is Serving AI Bots a Different Website, With Ads Built In – Vincent Schmalbach
봇마다 다른 문을 열어준다
측정 결과에서 눈에 띄는 건 응답이 둘로만 갈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크롬과 사파리는 물론이고 구글봇도 똑같은 303KB HTML을 받았죠. 검색 랭킹을 매기는 크롤러에게는 사람이 보는 진짜 페이지를 그대로 내주는 셈입니다.
반면 ClaudeBot, PerplexityBot, OpenAI의 OAI-SearchBot은 바이트 단위로 동일한 13KB 마크다운을 받았습니다. 원본의 23분의 1 크기에 HTML도 레이아웃도 없는, 언어 모델이 처리하기 좋은 형식이죠.
그런데 OpenAI의 GPTBot과 ChatGPT-User는 아예 406으로 차단당했습니다. 학습과 실시간 조회에 쓰는 에이전트는 막고, ChatGPT 검색 색인을 채우는 OAI-SearchBot은 통과시켰죠. 봇 전체에 일괄 적용하는 정책이 아니라, 어느 봇에게 무엇을 줄지 하나하나 고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세는 단위가 페이지뷰가 아니라 토큰이다
마크다운 응답의 헤더에 이 구조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x-mobian-impression 값은 요청할 때마다 새로운 UUID가 찍히고, cache-control은 no-store죠. 봇이 페이지를 읽을 때마다 별개의 광고 노출로 집계된다는 뜻입니다.
같이 붙는 x-mobian-tokens: 3323이 세는 단위를 알려줍니다. 사람도 아니고 페이지뷰도 아닌, 모델에 투입된 토큰이죠.
광고 자체는 기사 본문이 아니라 목록·섹션 페이지에 하나씩 붙죠. 슈말바흐가 TIME의 “2025년 최고의 발명품” 컬렉션을 ClaudeBot으로 요청하자, 마크다운 안에 얼라이 뱅크의 FAQ가 통째로 들어 있었습니다. “얼라이 뱅크는 어떤 곳인가요”, “어느 은행이 오늘의 삶에 맞게 만들어졌나요” 같은 질문에 브랜드의 마케팅 언어로 답하는 형식이었죠. FAQPage JSON-LD 블록과 ally-2026-q3 태그가 붙은 추적 링크까지 딸려 있었습니다.
비즈니스 섹션에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인스티튜트의 “참고 사실과 FAQ” 표가 같은 방식으로 들어갔습니다. 자격증을 가진 프로젝트 매니저가 16% 더 번다는 주장이 함께요. 사람용 HTML에는 얼라이 뱅크도 Mobian도 단 한 번 등장하지 않습니다.
왜 사람보다 에이전트인가
Mobian의 공동창업자 조나 굿하트가 Digiday에 밝힌 논리가 이 사업의 전제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사람 한 명에게 영향을 주는 것보다 ChatGPT에 영향을 주는 게 중요할 수 있다는 것. ChatGPT가 어떤 브랜드에 대해 말하는 내용이 바뀌면 그 파급은 어떤 캠페인보다 크다는 얘기죠.
TIME의 최고운영책임자 마크 하워드는 봇 트래픽이 대부분의 날에 사람 트래픽을 넘어선다고 밝혔습니다. TIME100 같은 리스트를 낼 때 특히 크게 튄다고 하죠. 광고는 마크다운 한 장당 하나만 팔고, 프리미엄 가격을 매깁니다. 권위 있는 콘텐츠에 찍히는 AI 봇 노출이 희소하다는 게 가격의 근거죠.
제작 과정도 정리돼 있습니다. Mobian이 브랜드 브리프를 받아 FAQ 형식 광고를 생성하고, 사람이 검토할 수 있게 PDF로 변환해 승인받은 뒤 게재하죠. 그 다음 같은 FAQ 질문을 AI 검색엔진에 던져 가시성과 호감도, 정확도 점수를 추적합니다.
클로킹인가 아닌가
마크다운 광고에는 맨 위에 광고주 이름을 밝힌 “sponsored content” 고지가 붙습니다. 아직 그런 표기를 요구하는 규정이 없는데도 붙였죠. 그러니 고전적인 의미의 미표기 광고는 아닙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숨겨진 건 광고라는 사실이 아니라 청중이 갈렸다는 사실이니까요. TIME.com에는 이제 전적으로 기계를 위해 쓰인 층이 있고, 그 사이트를 읽는 사람들은 그런 층이 존재한다는 것도, 자기 대신 모델에게 무슨 말이 건네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BCG X의 롭 데로우는 가장 큰 위험으로 규칙의 부재를 꼽았습니다. LLM이 이걸 클로킹으로 판단하는 순간, 그러니까 크롤러에게 사람과 다른 콘텐츠를 내주는 SEO 수법으로 보는 순간, 해당 페이지가 효과를 잃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구글이 2010년대에 광고 관련 스팸 정책을 조인 전례가 있으니 근거 없는 걱정도 아니죠.
내가 받은 답의 재료는 무엇이었나
AI에게 “어느 은행에 계좌를 열까”라고 물었다고 해봅시다. 슈말바흐가 짚은 대로, 마크다운 안의 “얼라이 뱅크는 어떤 곳인가요”라는 문구는 정확히 그 질문에 모델이 내놓을 법한 문장 형태로 쓰여 있습니다. 우연이 아니겠죠.
여기서 개인이 확인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습니다. 브라우저로 같은 페이지를 열어봐도 그 광고는 보이지 않으니까요. 답변에 인용된 출처를 눌러 들어가도 사람용 HTML로 가고, 모델이 실제로 읽은 마크다운 판본은 안 보입니다.
그래서 당분간 현실적인 대응은 하나뿐입니다. AI가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이름 붙여 추천할 때, 그 판단의 재료가 어디서 왔는지 한 번 더 의심하는 것. TIME은 봇 트래픽이 사람 트래픽을 넘은 첫 사례군에 속할 뿐이고, 이 숫자는 곧 많은 매체에서 사실이 될 테니까요.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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