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GB 램 한 세트가 한때 52달러였습니다. 지금은 같은 제품에 239달러를 내야 하죠. 1년 사이 벌어진 일이고, 128GB로 올라가면 격차는 열 배까지 벌어집니다.

하드웨어 매체 Tom’s Hardware가 지난 12개월치 메모리 가격을 추적해 정리했습니다. 결론은 값이 500% 올랐다는 것. 필자는 이 상황을 ‘RAMpocalypse’보다 ‘RAMageddon(램 아마겟돈)’이라 부르죠. 대란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AI입니다.
출처: Memory prices climb 500% in 12 months – Tom’s Hardware
1년 만에 값이 열 배로
메모리 가격 추적 데이터를 보면 상승 폭이 품목을 가리지 않습니다. DDR5-5200 16GB 한 세트는 역대 최저 52달러에서 239달러로 뛰었죠. 고용량으로 갈수록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128GB DDR5 키트가 3,399달러, 관측된 최저가의 열 배에 이르는 값이네요.
무게를 기준으로 삼으면 실감이 더 납니다. DRAM 칩 1킬로그램의 값어치가 금의 절반을 넘어선 상태죠. 반도체 한 조각이 귀금속 대접을 받는 셈입니다. 수십 년간 하드웨어 값을 끌어내려 온 무어의 법칙마저 메모리에서는 방향을 틀었네요. 시간이 갈수록 싸지긴커녕 비싸지는 흐름인 겁니다.
AI 데이터센터가 공급을 빨아들였다
값이 이렇게 튄 원인은 수요 쪽에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메모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같은 생산 라인에서 나오는 소비자용 DRAM 물량까지 함께 말라버린 겁니다. 만드는 양은 정해져 있는데, 큰손들이 먼저 쓸어가는 구조입니다.
더 신경 쓰이는 건 앞으로의 그림입니다. 대형 클라우드 업체들이 2027년 글로벌 DRAM 생산능력의 대부분을 이미 선점했다는 이야기죠. 미리 보증금을 걸어 물량 자체를 묶어두는 방식입니다. 개인 소비자와 중소 조립업체는 그렇게 하고 남은 물량을 두고 경쟁하는 처지에 놓였네요.
자작 PC와 로컬 AI 계획이 흔들린다
이 흐름이 남 얘기가 아닌 이유가 있습니다. 요즘 로컬에서 LLM을 직접 돌리려는 개인이 부쩍 늘었죠. 클라우드 API 비용을 아끼거나, 민감한 데이터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려는 목적입니다. 그런데 로컬 추론의 핵심 조건 하나가 넉넉한 메모리라는 것.
모델을 통째로 램에 올려야 속도가 제대로 나오는데, 그 램값이 열 배로 뛰면 진입 문턱 자체가 달라집니다. 자작 PC를 준비하던 사람도, 워크스테이션을 업그레이드하려던 팀도 같은 벽 앞에 서게 된 겁니다. 얼마 전 화제가 된 ‘8GB 노트북에서 대형 모델 돌리기’ 같은 경량화 시도가 왜 그렇게 주목받는지, 이 가격표를 보면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AI 붐은 그동안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의 이야기로 여겨졌습니다. 이번 대란은 그 붐이 물리적 부품 시장으로, 나아가 개인의 지갑으로까지 번졌다는 신호네요.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내 책상 위 PC 견적이 흔들리는 구조. 당분간 메모리는 아껴 써야 할 자원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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