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쓸수록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과장처럼 들릴 수 있지만, 미국 주택 소유자의 80%가 이미 데이터센터가 자신의 전기요금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 가정용 태양광·배터리 업체 Sunrun이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2025년 9월) 결과입니다.
더 놀라운 건 81%가 지난 1년간 실제로 정전을 경험했고, 68%는 전력회사가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거라고 우려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우려는 근거 없는 기우가 아닙니다. 실제 숫자를 보면 상황이 심각해요.
2배로 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미국의 전력 수요는 10년 넘게 정체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5년간 상황이 바뀌었죠.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상업용 전력 소비는 연간 2.6%, 산업용은 2.1% 증가한 반면, 가정용은 고작 0.7%만 늘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은 2018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해 현재 미국 전체 전력 생산량의 4%를 차지합니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에 따르면 2028년이 되면 이 비율이 6.7%에서 12%까지 치솟을 전망이에요.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실행하는 데는 엄청난 연산이 필요하고, 그만큼 전력도 많이 듭니다. ChatGPT 한 번 질문하는 데 드는 전기가 일반 검색의 10배라는 추정도 있을 정도죠. 데이터센터들이 앞다퉈 규모를 키우는 지금,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다
지금까지는 태양광과 풍력, 대규모 배터리 저장 시설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해왔습니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은 대규모 태양광 발전 계약을 잇따라 체결했어요. 태양광은 비용이 저렴하고, 18개월이면 새 프로젝트를 완료할 수 있을 만큼 빠르거든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최소 내년까지는 재생에너지가 새로운 발전 용량의 주류를 이룰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화당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핵심 조항들을 폐지하면 재생에너지 성장이 크게 둔화될 거라고 우려합니다.
천연가스 발전은 어떨까요? 데이터센터 운영자들이 선호하는 또 다른 에너지원이지만,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천연가스 생산은 늘고 있지만 대부분이 수출로 빠져나가고 있어요. 2019년부터 2024년 사이 발전용 천연가스 소비는 20% 증가했지만, 수출은 무려 140% 늘었습니다.
새로운 천연가스 발전소를 짓는다고 해도 완공까지 약 4년이 걸립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입니다. 게다가 가스 발전소에 쓰이는 터빈 납품이 지연되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졌어요. 제조업체들이 제시하는 납품 일정이 무려 7년 후까지 밀려 있습니다.
왜 더 큰 문제가 되는가
물론 AI와 데이터센터만 전력을 많이 쓰는 건 아닙니다. 산업용 전력 소비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늘었어요. 하지만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건 AI입니다.
여기에 다른 요인들이 겹치면서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퓨 리서치 설문조사에 따르면 AI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이 기대하는 사람보다 많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AI를 직원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인력을 줄이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아마존이 최근 1만 4천 명의 본사 인력을 감축한다고 발표한 것도 그 예입니다.
AI가 일자리를 위협하는데 전기요금까지 올린다? 대중의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기술적 성공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상황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AI 산업은 이제 기술적 돌파만으로는 성장을 지속할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었어요. 에너지 효율성은 더 이상 환경 문제나 기업의 ESG 과제가 아닙니다. 경제적 생존과 사회적 수용성이 걸린 문제가 됐죠.
데이터센터 개발자들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둔화되고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이 지연되는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전력 공급이 따라주지 않으면 AI 인프라 투자도, 새로운 서비스 출시도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의 전기요금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AI 기업들이 더 효율적인 모델을 개발하고, 에너지원을 다각화하며, 무엇보다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일에 집중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참고자료: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