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ify가 AI 생성 음악 라벨링과 스팸 필터 강화를 통해 가짜 음악 홍수에 맞서며, 아티스트 보호와 투명성 확보에 나섰습니다.
음악 스트리밍의 풍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3만 곡의 AI 생성 음악이 플랫폼에 쏟아지는 상황에서, Spotify가 마침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9월 25일 발표된 새로운 정책은 단순한 규제를 넘어서 음악 생태계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숫자로 본 AI 음악의 현실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구체적인 숫자로 살펴보겠습니다. 프랑스 스트리밍 서비스 Deezer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매일 업로드되는 전체 음악의 28%가 완전히 AI로 생성된 음악입니다. 이는 하루 3만 곡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죠.
더욱 놀라운 건 증가 속도입니다. 올해 1월에는 10%였던 비율이 4월 18%, 그리고 9월 현재 28%까지 치솟았습니다. 불과 8개월 만에 거의 3배 증가한 셈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업로드 수와 실제 청취는 별개라는 점입니다. Deezer의 경우 AI 생성 음악이 전체 스트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 음악들의 70%가 가짜 재생을 통해 부당한 수익을 챙기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봇이나 가짜 계정으로 인위적으로 재생 횟수를 늘려서 로열티를 받아가는 수법이죠.
Spotify의 3단계 대응 전략
1단계: AI 음성 복제 엄격 금지
가장 먼저 손을 댄 건 무단 음성 복제 문제입니다. Spotify는 새로운 ‘가장(impersonation) 정책’을 통해 AI 음성 복제, 딥페이크, 기타 모든 형태의 무단 음성 모방을 명시적으로 금지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정책 변경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아티스트 본인이 허가하지 않은 모든 음성 복제를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물론 아티스트가 자신의 목소리를 AI 프로젝트에 라이센스하는 건 자유입니다. 핵심은 선택권이 아티스트에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2단계: 음악 스팸 필터 도입
이번 가을부터 Spotify는 새로운 음악 스팸 필터를 단계적으로 도입합니다. 이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스팸 수법들을 탐지해서 추천에서 제외시킵니다.
대량 업로드, 중복 트랙, SEO 조작, 30초 조금 넘는 짧은 트랙으로 로열티 챙기기, 메타데이터 살짝 바꿔서 같은 곡 여러 번 올리기 등이 주요 타겟입니다. Spotify는 이미 지난 12개월 동안 7,500만 개의 스팸 트랙을 삭제했다고 밝혔습니다.

3단계: DDEX 표준으로 AI 사용 공개
가장 혁신적인 변화는 AI 사용 공개 의무화입니다. Spotify는 음악 업계 표준 기구인 DDEX와 함께 AI 공개를 위한 새로운 메타데이터 표준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의 장점은 세밀한 구분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AI 음악이다/아니다’라는 이분법적 분류 대신, 보컬에만 AI를 사용했는지, 악기 연주에 사용했는지, 믹싱·마스터링에만 활용했는지 등을 상세히 표기할 수 있습니다.
현재 Amuse, Believe, CD Baby, DistroKid, EMPIRE 등 15개 레이블과 배급사가 이 표준 도입에 동참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음악 업계의 생존 게임이 시작됐다
이번 Spotify의 움직임은 단순한 정책 변경을 넘어선 의미를 갖습니다. AI 음악 도구들의 급속한 발전으로 누구나 쉽게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진짜 아티스트들이 설 자리를 지키려는 방어막을 친 것이죠.
특히 주목할 점은 Spotify가 AI 사용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찰리 헬만(Charlie Hellman) 글로벌 음악 프로덕트 헤드는 “아티스트들이 AI를 창의적이고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것을 처벌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명확히 했습니다.
문제는 시스템을 악용하는 악성 행위자들입니다. 이들은 AI 도구로 대량 생성한 음악을 통해 부당한 로열티를 챙기거나, 기존 아티스트들의 관심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플랫폼들의 선택은?
Spotify의 이번 발표는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들에게도 압박이 될 전망입니다. Deezer는 이미 6월부터 AI 생성 음악을 태깅하고 추천에서 제외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서 업계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Apple Music, Amazon Music 등 다른 주요 플랫폼들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 1위인 Spotify가 움직인 만큼, 조만간 비슷한 정책들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직 남은 과제들
물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닙니다. 가장 큰 의문은 Spotify의 자체 플레이리스트에 AI 음악이 포함되어 있다는 의혹입니다. 일각에서는 Spotify가 아티스트들에게 로열티를 덜 지급하기 위해 AI 생성 음악을 자사 플레이리스트에 넣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요.
이에 대해 Spotify는 “절대적으로 거짓”이라고 부인하며, 자사는 어떤 음악도 직접 제작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편집진들이 큐레이션하는 플레이리스트에 AI 음악이 포함되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은 피했습니다.
또 다른 과제는 AI 탐지 기술의 한계입니다. AI 생성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탐지를 피하는 방법들도 계속 진화하고 있어요. 완벽한 차단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음악의 미래를 결정하는 분기점
결국 이번 Spotify의 정책 변화는 음악 산업이 AI 시대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신호탄입니다. AI를 완전히 배척하는 것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아닌 ‘선별적 수용’의 길을 택한 셈이죠.
앞으로 우리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듣는 음악들 옆에는 작은 라벨이 하나씩 붙게 될 것 같습니다. ‘AI 보컬 사용’, ‘AI 편곡’, ‘완전 AI 생성’ 같은 표시들 말이에요.
이런 변화가 음악 감상 경험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아티스트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리스너들이 이런 정보를 실제로 의미 있게 받아들일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자료:
- Spotify Strengthens AI Protections for Artists, Songwriters, and Producers
- Spotify is finally taking steps to address its AI slop and clone problem | The Verge
- Spotify to label AI music, filter spam and more in AI policy change | TechCrunch
- Deezer: 28% of all delivered music is now fully AI-gener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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