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업과 콘텐츠 업계가 소송 대신 라이선싱으로 방향을 틀면서, 스트리밍식 수익 배분과 opt-in 허가 모델이라는 새로운 저작권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핵심 포인트:
- 소송에서 협상으로: Universal·Warner Music이 저작권 분쟁 중이던 Suno, Udio와 라이선싱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Google·Spotify 등과도 수주 내 계약 체결 예상
- opt-out에서 opt-in으로: OpenAI가 72시간 만에 Sora 저작권 정책을 전면 수정. 권리자가 명시적으로 허용해야만 AI가 캐릭터 사용 가능하도록 전환
- 스트리밍식 수익 배분: 음악처럼 AI 생성물 사용 시마다 소액 지급하는 마이크로페이먼트 모델 도입. AI 기업은 사용 추적 시스템 개발 필요
피카츄가 범람한 Sora 앱
지난 화요일 출시된 OpenAI의 Sora 2 앱은 앱스토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죠.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앱을 열자마자 보이는 건 피카츄, 스폰지밥, 마리오가 주인공인 AI 생성 영상들이었거든요.
래핑하는 뚱이, 게임에서 탈출하는 마리오, 피카츄와 블루의 권투 대결. 심지어 “사실적인 너구리”를 요청했더니 로켓 라쿤이 나왔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누가 봐도 저작권 침해 소지가 다분한 콘텐츠가 쏟아진 겁니다.
더 웃긴 건 Sam Altman 본인을 소재로 한 영상이었어요. GPU를 훔치다 CCTV에 잡힌 장면, 지브리 스튜디오 본사에서 그림을 훔치는 장면까지. Altman이 자신의 초상권 사용을 허락했더니 사람들이 이렇게 써먹은 거죠.
음악 업계가 먼저 손을 내밀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Universal Music과 Warner Music이 AI 기업들과 라이선싱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나왔거든요.
특히 주목할 만한 건 Suno와 Udio입니다. 이 두 회사는 몇 달 전만 해도 메이저 음반사들로부터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하던 처지였어요. 그런데 이제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 계약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협상의 핵심은 보상 방식이에요. 음반사들은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AI가 곡을 사용할 때마다 소액을 지급받는 마이크로페이먼트 모델을 원하고 있습니다. 음악이 재생될 때마다 돈을 받듯, AI가 학습하거나 생성할 때마다 돈을 받겠다는 거죠.
물론 이게 실현되려면 AI 기업들이 음악 사용을 정확히 추적하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합니다. 어떤 곡이 언제 어떻게 사용됐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Google, Spotify 같은 대형 플랫폼뿐 아니라 ElevenLabs, Stability AI 같은 스타트업들도 이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고 하네요.

OpenAI의 72시간 정책 대전환
음악 업계의 움직임이 있고 며칠 후, OpenAI도 입장을 바꿨습니다. 그것도 아주 극적으로요.
처음 OpenAI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들 캐릭터를 Sora가 사용하는 게 싫으면 명시적으로 opt-out(거부) 신청을 하세요.” 저작권자가 일일이 “이건 쓰지 마세요”라고 요청해야 한다는 거였죠.
법률 전문가들은 이걸 “저작권법을 즉석에서 다시 쓰려는 시도”라고 비판했어요. 원래 저작권은 권리자가 허락해야 쓸 수 있는 게 맞거든요. 그런데 OpenAI는 정반대로 접근한 겁니다.
그리고 72시간 만에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Altman은 금요일 블로그 포스트에서 “권리자들에게 더 세밀한 통제권을 주겠다”며 opt-in 모델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어요. 이제는 권리자가 명시적으로 허락해야만 AI가 그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실제로 Disney가 opt-out을 신청했더니 스파이더맨과 다스 베이더를 생성하려는 시도가 차단됐다고 합니다. 시스템이 작동하고는 있는 셈이네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
더 중요한 건 돈 문제입니다. Altman은 “영상 생성으로 어떻게든 수익을 내야 한다”며 권리자와 수익을 공유하는 방안을 시도하겠다고 밝혔어요.
“많은 권리자들이 이런 ‘인터랙티브 팬픽션’에 큰 흥분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참여 방식이 자신들에게 많은 가치를 가져다줄 거라 생각하지만, 캐릭터 사용 방식을 명확히 지정하고 싶어 하죠.”
음악 업계의 스트리밍 모델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사용자가 AI로 영상을 만들 때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그 중 일부가 원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방식. 권리자는 자기 캐릭터가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세부적으로 설정할 수 있고요.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
두 가지 큰 흐름이 보입니다.
첫째, AI 기업들이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어요. 무단으로 저작물을 사용하다가는 끝없는 소송에 시달릴 거라는 걸 알게 된 거죠. Scarlett Johansson 목소리 논란, Studio Ghibli 스타일 모방 논란, New York Times 소송… OpenAI 혼자서도 이미 여러 건의 저작권 분쟁을 겪었습니다.
둘째, 콘텐츠 업계도 AI를 막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법정 싸움으로 시간만 끌 게 아니라, 차라리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겁니다. AI로 팬들이 자기 캐릭터와 상호작용하면 오히려 IP 가치가 올라갈 수도 있다는 계산도 있고요.
런던대학교 저작권법 전문가 Alina Trapova 박사는 한 가지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인종차별적이거나 성차별적인 콘텐츠가 생성될 경우 권리자의 평판에 엄청난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거예요. 실제로 인종차별적 스폰지밥 영상이 만들어지는 사례도 있었다고 하네요.
크리에이터 경제의 새로운 장
결국 이 변화는 AI 시대의 크리에이터 경제가 어떤 모습일지 보여주는 초기 신호입니다.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이 AI에 사용될 때 통제권과 보상을 받고, AI 기업은 합법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하며, 사용자는 좋아하는 캐릭터와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는 구조죠.
물론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Altman도 “일부 생성물이 걸러지지 않고 나올 수 있다”고 인정했어요. 추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권리자마다 원하는 사용 방식이 다를 테니 관리도 복잡할 겁니다.
하지만 방향은 정해진 것 같습니다. 대립에서 협력으로, 차단에서 관리로, 무단 사용에서 라이선싱으로. AI와 창작자가 공존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참고자료:
- Universal and Warner Music close in on AI licensing deals with Google, Spotify, and startups Udio and Suno – The Verge
- Sam Altman says Sora will add ‘granular,’ opt-in copyright controls – TechCrunch
- OpenAI Appears to Be Walking Back Its Sora Copyright Policy – Business Insider
- Sora 2 Can Generate Pikachu and Other Copyrighted Characters – e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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