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CNBC/Getty Images
2025년 5월 29일, 미국 언론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바로 뉴욕타임스가 아마존과 AI 콘텐츠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비즈니스 계약을 넘어서 AI 시대 언론사의 생존 전략이 ‘대립’에서 ‘협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입니다.
소송에서 협력으로: 180도 달라진 뉴욕타임스의 전략
불과 1년 반 전인 2023년 12월, 뉴욕타임스는 Open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자사의 수백만 개 기사가 허가 없이 AI 모델 훈련에 사용되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던 것입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AI 기업들이 우리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아마존과의 계약은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보여줍니다. 뉴욕타임스는 자사의 편집 콘텐츠를 아마존의 AI 플랫폼에 라이선싱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는 뉴욕타임스 역사상 첫 번째 생성형 AI 라이선싱 계약입니다.
계약의 핵심: 아마존 AI 생태계 전반에 뉴욕타임스 콘텐츠 통합
이번 다년간 계약에 따르면 아마존은 뉴욕타임스의 다양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는 주요 뉴스 기사는 물론 NYT Cooking의 레시피, 스포츠 전문 매체인 The Athletic의 콘텐츠까지 포함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콘텐츠들이 아마존의 AI 제품 전반에 활용된다는 것입니다. 아마존의 음성 어시스턴트 Alexa는 뉴욕타임스 기사의 요약과 발췌문을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되며, 아마존의 독자적인 파운데이션 모델 훈련에도 뉴욕타임스의 콘텐츠가 사용됩니다.
뉴욕타임스 대변인 다니엘 로즈 하(Danielle Rhoades Ha)는 “아마존 제품의 소비자 경험에서 의미가 있을 때마다 타임스 제품으로의 직접 링크를 제공하여 독자들이 완전한 타임스 경험을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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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의 새로운 수익 모델: AI 라이선싱의 경제학
구체적인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계약은 뉴욕타임스에게 새로운 수익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전통적인 구독료와 광고 수익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AI 라이선싱은 언론사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4년은 ‘언론사-AI 기업 파트너십의 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OpenAI는 뉴스코프와 5년간 2억 5천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고, 파이낸셜타임스와는 연간 500만-1,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콘데나스트, 허스트, 도트대시 메러디스 등 주요 미디어 기업들도 줄줄이 AI 기업들과 손을 잡았습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언론사들이 AI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합니다. 뉴욕타임스 대변인의 말처럼 “우리의 작업이 상업적 거래든 지적재산권 집행이든 적절히 가치를 인정받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마존의 AI 야심: 늦은 출발, 빠른 추격
이번 계약은 아마존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OpenAI의 ChatGPT, 구글의 Bard 등에 비해 생성형 AI 분야에서 다소 뒤처진 아마존이 고품질 콘텐츠를 확보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아마존은 최근 몇 달간 AI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2월에는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한 새로운 버전의 Alexa인 ‘Alexa+’를 발표했고, Nova 모델, Trainium 칩, 쇼핑 챗봇, 그리고 서드파티 모델을 위한 마켓플레이스인 Bedrock 등 다양한 AI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Alexa의 경우 10년 이상 음성 어시스턴트 시장을 주도해왔지만, 최근 ChatGPT 같은 대화형 AI의 등장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콘텐츠를 통합함으로써 Alexa의 정보 제공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업계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 대립에서 상생으로
뉴욕타임스의 이번 결정은 언론업계 전반의 인식 변화를 반영합니다. 초기에는 많은 언론사들이 AI 기업들의 콘텐츠 사용을 저작권 침해로 간주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뉴욕타임스 외에도 Raw Story, AlterNet, The Intercept 등이 OpenAI를 고소했고, 캐나다 언론사들도 집단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언론사들이 협력의 길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법정 다툼보다는 라이선싱을 통한 수익 창출이 더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전략이라는 판단이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확산이 있습니다. AI가 정보 검색과 소비의 주요 경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사들은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독자들로부터 더욱 멀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독자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
이번 계약은 결국 일반 사용자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아마존의 AI 서비스에서 더욱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Alexa를 통해 뉴욕타임스의 검증된 뉴스를 요약해서 들을 수 있고, 관심 있는 기사는 원문으로 바로 연결되어 전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파트너십이 저널리즘의 질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입니다. AI 라이선싱을 통한 새로운 수익원이 확보되면서 언론사들은 더 많은 자원을 취재와 콘텐츠 제작에 투입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결국 더 나은 저널리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AI가 뉴스 소비의 주요 경로가 되면서 독자들이 원문을 읽지 않고 요약본에만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또한 AI가 생성한 요약이 원문의 맥락이나 뉘앙스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미래 전망: 언론사와 빅테크의 새로운 관계
뉴욕타임스와 아마존의 계약은 단순한 비즈니스 거래를 넘어서 AI 시대 언론사의 생존 전략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이는 앞으로 더 많은 언론사들이 비슷한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특히 중소 규모 언론사들에게는 이러한 라이선싱 모델이 디지털 전환 시대의 핵심 수익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파트너십이 저널리즘의 독립성과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언론사들이 AI 기업들의 요구에 맞춰 콘텐츠를 조정하거나, 특정 관점에 치우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콘텐츠 창작자들이 얻을 수 있는 교훈
뉴욕타임스의 사례는 개인 콘텐츠 창작자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AI 시대에는 무조건적인 거부보다는 전략적 협력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콘텐츠가 적절한 가치를 인정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저작권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함께, AI 기업들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또한 AI가 콘텐츠 소비 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는 만큼, 창작자들도 이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개발을 고민해야 합니다. 요약에 적합하면서도 원문으로의 유입을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뉴욕타임스와 아마존의 파트너십은 AI 시대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신호탄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양질의 저널리즘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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