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굴욕 의식”, “신입 직원을 위한 신흥 위기”—요즘 취업 시장을 검색하면 이런 표현들이 쏟아집니다. 미국 최근 졸업자 실업률은 5.8%로 비정상적으로 높고,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생조차 취업에 수개월이 걸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직자들이 ChatGPT를 쓴다는 건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죠. 그런데 정말 궁금한 건 이겁니다. 그들은 AI를 정확히 어떻게, 왜 쓰는 걸까요?

영국 명문 대학원의 석사 과정 졸업 예정자들을 인터뷰한 연구가 그 답을 보여줍니다. 이들의 AI 사용은 “게으름”이나 “지름길”이 아니라, 디지털로 포화된 취업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었습니다.
출처: Countering a Brutal Job Market with AI – O’Reilly Radar
기업도 AI로 걸러내니까, 나도 AI로 쓴다
29세 커뮤니케이션 전공생 Franco는 자신의 이력서가 “2,000명 지원자 스프레드시트 속 한 줄”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LinkedIn과 채용 포털이 시장을 포화시키면서, 지원자들은 답장조차 받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했죠. 그래서 이들은 “숫자 게임”을 합니다. 한 건의 지원서에 공들이기보단 AI로 여러 버전을 빠르게 만들어 최대한 많이 지원하는 거예요.
24세 커뮤니케이션 전공생 Seoyeon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기업들 자체가 AI로 지원서를 걸러내잖아요. 몇 번 거절당하고 나면 정말 화가 나요. 엄청난 노력과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은 지원서가 그냥 AI로 걸러진다는 걸 알게 되니까요. 그러다 보니 생각하게 되죠. ‘한 건에 덜 공들이고 최대한 많이 지원하자.’”
그녀는 심지어 AI에게 “어떤 키워드를 넣어야 AI 스크리닝을 통과하는지” 물어본다고 합니다. 열정이 낭비처럼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100개 회사가 꿈일 순 없잖아요”—감정 노동의 완충제
취업 준비는 단순히 시간만 드는 게 아닙니다. 끊임없는 거절과 무응답 속에서 매번 “열정적인 지원자”를 연기해야 하는 감정 노동이 동반되죠. Franco는 이를 “감정적 대가”라고 표현합니다.
“100개 회사에 이 회사가 제 꿈이라는 식으로 자기소개서를 쓴다고 상상해보세요. 100개의 꿈을 가질 순 없잖아요. AI는 이 부분에서 정말 도움이 됩니다. ‘내가 이 자소서를 써줄 테니 합격 못 할 거라는 생각 안 해도 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AI는 정신적 에너지를 보존하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합니다. 지루한 과정을 견디면서도 많은 지원서를 낼 수 있게 해주는 거죠.
진짜 원하는 회사엔 AI를 덜 쓴다
흥미로운 건 이들이 AI를 무분별하게 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열정 파라미터”가 있어요. 24세 심리학 전공생 Joseph은 진짜 원하는 직무엔 “인간 개입을 확실히 50% 이상” 한다고 말합니다. 덜 흥미로운 직무엔? “20~30%요.”
차이는 명확합니다. 열정이 있는 회사엔 직접 깊이 조사하고 자기소개서를 처음부터 씁니다. AI는 나중에 비평가 역할만 하죠. 반면 덜 원하는 회사엔 AI가 초안을 쓰고 본인이 편집합니다.
이들은 AI가 효율적이라는 걸 알지만, 진심을 보여야 할 때는 인간의 손길을 더합니다.
AI의 허점을 알고 고친다
구직자들은 AI를 맹목적으로 쓰지 않습니다. “로봇 같다”, “기계적이다”는 AI의 한계를 잘 알고 있어요. “explore”, “delve into” 같은 단어가 나오면 AI 냄새가 난다는 것도 압니다. 일반인이 잘 안 쓰는 격식 있는 표현을 AI가 과도하게 선호하기 때문이죠. Joseph은 AI 생성 글엔 “열정과 열의”가 부족해서 금방 티가 난다고 말합니다.
23세 심리학 전공생 Nandita는 AI가 사실을 과장하는 경향을 경험했습니다. 그녀가 이력서를 맞춤 제작해달라고 하자, AI는 “일주일간 심리 클리닉 견학”을 “지역 봉사”로 부풀렸어요. 직무 설명서에 지역 봉사가 언급됐기 때문이죠. 그녀는 이를 발견하고 바로 수정했습니다.
AI 사용은 수동적인 게 아닙니다. 경계심과 비판적 이해가 필요한 능동적 과정입니다.
일부는 AI를 아예 안 쓴다
모두가 AI를 쓰는 건 아닙니다. 23세 법학 전공생 Julia는 법조계가 “언어와 설득력”을 요구하는 분야라며, “인간적 톤”이 필요해서 AI를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AI를 안 쓰는 게 “차별화”가 된다는 거죠.
24세 사회학 전공생 Mark는 온라인 군비 경쟁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전략을 택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죠. 그는 펍 흡연 구역에서 만난 인연으로 연구직을 구했다고 합니다.
같은 어려움을 겪지만, 인간적 연결과 목소리를 강조하는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문제는 구직자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결국 졸업 예정자들의 AI 사용은 취업 시장의 어려움에 대한 다층적 대응 전략입니다. 지름길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 신중히 적응하는 새로운 디지털 리터러시죠.
“게으르다”거나 “스스로 못 쓴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면, 우리는 시스템 자체를 개선할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AI 사용을 원치 않는다면, 어떻게 인간다움을 위한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요? AI가 생성한 자료들이 지속하는 고장 난 채용 사이클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요?
구직자들을 비난하기 전에, 이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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