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있는데 전기가 없다면? AI 산업의 가장 아이러니한 위기가 바로 이겁니다. OpenAI, Microsoft, Meta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발목을 잡는 건 오래된 전력망입니다.

Financial Times가 최근 발표한 심층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AI 데이터센터들은 2028년까지 약 44GW(기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하지만, 실제로 공급 가능한 전력은 25GW에 불과합니다. 무려 19GW, 전체 수요의 약 40%가 부족한 셈이죠. 이 규모는 3,300만 미국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입니다.
출처: Inside the relentless race for AI capacity – Financial Times
1.4조 달러도 소용없는 이유
OpenAI는 향후 8년간 28GW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1.4조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샘 알트먼 CEO는 이 전력 부족을 “생존의 위협(existential threat)”이라고 부르죠. 충분한 컴퓨팅 파워 없이는 수익도 만들 수 없고 모델도 학습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Amazon, Google, Meta, Microsoft 등 빅테크들의 올해 AI 인프라 투자 계획은 4,000억 달러를 넘습니다. 하지만 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물리적 한계에 부딪혔어요. 문제는 미국 전력망 자체에 있습니다.
1960년대 전력망으로 AI를 돌린다고?
미국 전력망의 많은 전봇대와 변압기는 1960-70년대 것입니다. 20년 넘게 정체된 전력 수요가 AI 붐으로 급증하면서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죠. 전력망 연결 신청부터 실제 상업 운영까지 평균 8년이 걸립니다.
설상가상으로 “팬텀 데이터센터” 문제도 있습니다. 개발자들이 최저가를 찾으려고 여러 전력사에 동시 신청을 하면서 대기열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거예요. 대형 변압기 납기는 2020년 대비 3~4배 늘어났고, 가스 터빈은 주문 후 4년 반이나 걸립니다.
규칙을 우회하는 빅테크들
이런 지연을 피하려고 AI 기업들은 전력망을 우회하는 “오프 그리드” 전력 생산에 눈을 돌렸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xAI는 Memphis에 있는 Colossus 클러스터를 수십 개의 가스 터빈으로 몇 달간 가동했는데, 환경 허가는 받지 않았습니다. 남부환경법센터(SELC)에 따르면 현장에서 35개까지 터빈이 관찰됐지만, xAI가 허가받은 건 15개에 불과했죠. OpenAI도 텍사스 Stargate 프로젝트를 위해 361MW 용량의 천연가스 터빈 10개를 사용할 계획입니다.
Microsoft는 한술 더 떠서 Three Mile Island 원자력 발전소를 재가동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2027년 가동 예정이죠.
중국과의 전력 경쟁
AI 업계는 이 에너지 갈증을 국가 안보 문제로 포장해 개발 속도를 높이려 합니다. OpenAI가 미국 정부에 보낸 공개서한에서는 중국이 인프라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다고 경고했어요.
실제로 중국은 2024년 한 해에만 429GW의 새 전력 용량을 추가했습니다. 미국 전체 전력망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죠. 같은 기간 미국은 51GW만 추가했습니다. 격차가 확실합니다.
화석연료 vs 재생에너지 딜레마
미국 정부는 긴급 명령으로 허가를 가속화하고 석탄 발전소 폐쇄를 늦추려 하지만, 환경운동가들은 이게 역효과라고 주장합니다. 태양광과 배터리 설비는 가스 발전소보다 훨씬 빠르게 구축할 수 있거든요.
FT 보고서에 인용된 분석가들은 이 전력 부족이 해결되지 않으면 두려워하던 “AI 버블”이 정말로 터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다만 지능에 대한 수요 부족 때문이 아니라, 전자(electrons)의 단순한 부족 때문에요.
AI 혁명의 미래가 첨단 알고리즘이 아니라 60년 된 전력망에 달려 있다니,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참고자료:
- Report: Aging power grid puts OpenAI and Microsoft’s growth at risk – The Decoder
- The AI bubble may be constrained by energy supply – Sherwood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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