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어시스턴트 시장이 “승자독식”은 아니지만, “승자가 대부분을 가져가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벤처캐피털 a16z가 발표한 ‘2025 소비자 AI 현황’ 보고서는 AI 어시스턴트 시장의 실제 데이터를 공개했습니다. ChatGPT가 여전히 압도적 1위지만, Google Gemini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출처: State of Consumer AI 2025 – a16z

사용자들은 하나만 쓴다

ChatGPT 주간 사용자 중 90% 이상이 다른 AI 서비스를 방문조차 하지 않습니다. 유료 구독도 마찬가지예요. ChatGPT, Gemini, Claude, Cursor를 통틀어 두 개 이상 유료 구독하는 사람은 9%에 불과하죠.

ChatGPT의 규모는 여전히 압도적입니다. 전 플랫폼 합쳐 주간 활성 사용자(WAU)가 8억~9억 명으로 추정되는데, Gemini는 웹에서 34%, 모바일에서 40% 수준이에요. 참여도와 리텐션에서도 ChatGPT가 앞섭니다. DAU/MAU 비율이 36%로 Gemini(21%)의 거의 두 배고, 12개월 후 데스크톱 사용자 리텐션도 50% 대 25%로 두 배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성장률을 보면

최근 몇 달간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데스크톱 사용자 기준으로 ChatGPT는 전년 대비 23% 성장한 반면, Gemini는 155% 성장했어요. 더 놀라운 건 Gemini의 성장 속도가 사용자 기반이 커졌는데도 최근 5개월 연속 가속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Nano Banana 같은 바이럴 이미지 모델이 큰 역할을 했죠.

유료 구독자 성장률은 더 극적입니다. Gemini Pro 구독자가 전년 대비 거의 300% 늘어난 반면, ChatGPT는 155% 성장에 그쳤어요. 무료 사용자 리텐션에서는 ChatGPT가 압도적이지만, 유료 사용자 리텐션은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하고 있습니다(12개월 기준 ChatGPT 68%, Gemini 57%).

전략의 차이

OpenAI와 Google의 접근 방식은 극명하게 다릅니다.

OpenAI는 모든 걸 ChatGPT 안에 우겨넣는 전략이에요. Pulse, Group Chats, Shopping Research, Tasks 등 새로운 기능들을 ChatGPT 인터페이스 안에서 제공하죠. 그런데 보고서는 “기존 ChatGPT 인터페이스의 제약 안에서 일류 제품 경험을 전달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이런 새 기능 중 사용량이나 리텐션 면에서 확실히 성공한 건 없다는 평가예요.

예외는 두 가지입니다. 동영상 생성 도구 Sora는 독립 앱으로 출시해 1,2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브라우저 Atlas도 별도 제품으로 나왔죠.

반면 Google은 독립 경험을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NotebookLM이 대표적이에요. 2024년 9월 처음 바이럴을 탄 후에도 계속 성장해서, 11월 기준 웹 사용자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모바일 앱(5월 출시)은 월간 활성 사용자 80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슬라이드 생성, 비디오 개요, 인포그래픽 같은 기능도 계속 추가되고 있죠.

Google은 Portraits, Doppl, Whisk, Gems 등 다른 제품도 많이 출시했는데 큰 반향은 없었어요. 하지만 이런 실험들이 Gemini 본체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고 독립적으로 성패를 가릴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이게 스타트업에겐 기회

보고서의 결론은 명확합니다. 빅테크 AI 기업들이 (1) 모델 자체 개선과 (2) 기존 제품 내 새 기능 추가에 집중하는 동안, 전용 소비자 경험을 만들 수 있는 엄청난 공간이 남아 있다는 거예요.

실제로 Replit, Gamma, Character AI, Suno, Eleven Labs 같은 스타트업들은 수백만 사용자를 확보하고 빠른 속도로 수익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범용 AI가 제공할 수 없는 “특화되고 명확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죠.

모델 회사들은 자신의 핵심 역량 밖에서 혁신할 직관도, 솔직히 말하면 관심이나 자원도 없다는 게 a16z의 진단입니다. ChatGPT가 곧 출시할 서드파티 앱 발견 및 배포 기능은 스타트업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고요.

AI 시장의 판도는 아직 열려 있습니다. 승자가 대부분을 가져가는 건 맞지만, 그 승자가 누가 될지, 그리고 틈새에서 어떤 혁신이 나올지는 2026년에 더 분명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