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는 얼마나 많은 전력을 소비할까요? Meta가 발표한 숫자를 보면 감이 옵니다. 2035년까지 최대 6.6GW — 약 500만 가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전력입니다. 이는 뉴햄프셔주 전체 전력 수요를 초과하는 규모죠.

Meta가 1월 9일,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업 원자력 에너지 구매 계약을 발표했습니다. Vistra, TerraPower, Oklo 세 기업과 손잡고 오하이오주 뉴올버니에 건설 중인 Prometheus AI 슈퍼클러스터를 위한 전력을 확보한 것입니다. Prometheus는 Meta의 차세대 AI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로,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세 가지 파트너십의 구체적 내용
Meta의 원전 전략은 단순히 전력을 ‘사는’ 게 아닙니다. 신기술 원자로 개발에 직접 투자하고,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며, 기존 원전의 출력을 증강하는 세 가지 방식을 동시에 활용합니다.
TerraPower 파트너십은 가장 야심찬 프로젝트입니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이 회사의 Natrium 원자로 유닛 최대 8개를 확보하는데, 2032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됩니다. Natrium은 나트륨 냉각 방식을 사용하는 차세대 원자로로, 2.8GW의 기본 발전 용량에 1.2GW의 에너지 저장 기능까지 갖췄습니다. 기존 원전이 할 수 없던 ‘에너지 저장’이 가능하다는 게 핵심이죠.
Oklo는 OpenAI CEO 샘 올트먼이 4.3% 지분을 보유한 스타트업입니다. 오하이오주 파이크 카운티에 1.2GW 규모의 첨단 원자로 캠퍼스를 건설하는데, 2030년 가동을 목표로 합니다. Oklo의 Aurora Powerhouse는 ‘고속로’ 설계를 기반으로 하며, 사용후핵연료까지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올트먼은 지난 4월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놨는데, Oklo가 OpenAI의 경쟁사들(Meta 같은)과도 거래할 수 있게 하려는 포석이었습니다.
Vistra 파트너십은 ‘지금 당장’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는 전략입니다. 오하이오주의 Perry와 Davis-Besse 원전, 펜실베니아주의 Beaver Valley 원전, 세 곳의 가동 수명을 20년 연장하고 총 433MW의 출력 증강(uprate)을 진행합니다. 2.1GW의 전력을 20년간 구매하는 장기 계약이죠. 433MW 증설은 미국 기업이 지원한 원전 증설 중 최대 규모입니다.
빅테크의 원전 러시, Meta만이 아니다
Meta의 이번 발표는 빅테크 기업들이 벌이는 ‘전력 확보 경쟁’의 연장선입니다.
Microsoft는 2024년 9월, 역사적 원전 사고 현장인 스리마일 아일랜드의 폐쇄된 원자로를 재가동하기로 했습니다. Constellation Energy와 20년 계약을 맺고 835MW를 확보했죠. 2028년 가동이 목표입니다.
Google은 같은 해 10월, Kairos Power와 500MW 규모의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TRISO 연료를 사용하는 불소염 냉각 원자로로,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합니다.
Amazon은 펜실베니아주의 Susquehanna 원전 옆에 데이터센터를 직접 매입해 480MW를 확보했습니다. 추가로 180MW를 요청했다가 규제당국의 거부로 무산되긴 했지만요. 또한 X-energy라는 SMR 스타트업에 5억 달러를 투자하며 2039년까지 최소 5GW 확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Meta, Amazon, Google은 지난 2025년 3월 공동으로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자력 발전 용량을 3배로 늘리자’는 서약에도 서명했습니다.
AI 시대, 전력이 경쟁력이다
왜 이들은 원자력에 몰두할까요? IEEE Spectrum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전력 수요는 향후 5년간 15% 이상 증가할 전망입니다. 지난 20년간 거의 정체됐던 수요가 폭증하는 이유는 단 하나, AI 데이터센터입니다.
문제는 ‘안정적이고 탄소중립적인 대용량 전력’을 확보하기가 극도로 어렵다는 점입니다. 태양광과 풍력은 간헐적이어서 24시간 풀가동해야 하는 AI 연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천연가스는 탄소배출 문제가 있고, 석탄은 2030년대 이후 단계적으로 축소됩니다.
원자력은 탄소배출이 없고, 24시간 안정적으로 가동되며, 단위 면적당 에너지 밀도(power density)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Advanced Nuclear Advisors의 Dan Stout는 “2030년대 전력망에서 석탄은 줄어들고 가스는 제약이 있을 것”이라며 “원자력의 높은 에너지 밀도와 탄소중립성, 신뢰성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합니다.
Meta의 이번 프로젝트는 수천 개의 건설 일자리와 수백 개의 장기 운영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목할 점은 Meta가 데이터센터의 전력 비용을 전액 부담한다는 것입니다. 일반 소비자들이 AI 기업의 전력 소비 때문에 전기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는 뜻이죠.
하지만 한계도 명확합니다. 소형모듈원자로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는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에는 첫 SMR 프로젝트가 비용 증가와 고객 부족으로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중국이 하이난섬에 건설 중인 Linglong One SMR이 2026년 가동 예정인 것과 대조적입니다.
결국 Meta의 이번 계약은 ‘장기 베팅’입니다. 2030년대 중반까지 기다려야 하는 프로젝트들이 대부분이니까요. 하지만 AI 경쟁이 장기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씨앗을 뿌리는 게 합리적입니다. 전력 확보는 곧 AI 경쟁력이니까요.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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