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잘 될수록 오히려 위기에 처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Salesforce입니다.

TechCrunch의 Julie Bort가 Salesforce의 4분기 실적 발표를 분석한 글을 발표했습니다. 매출 107억 달러, 연간 415억 달러로 실적 자체는 탄탄했지만, 이번 발표의 진짜 주제는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CEO Marc Benioff가 ‘SaaSpocalypse(SaaS 종말론)’라는 단어를 여섯 번이나 꺼낸 이유가 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돌파하려 하는지가 핵심이었습니다.
출처: Salesforce CEO Marc Benioff: This isn’t our first SaaSpocalypse – TechCrunch
문제의 본질: AI가 잘될수록 위기가 온다
Salesforce의 딜레마는 역설적입니다. AI 에이전트가 실제로 업무를 자동화하기 시작하면, 기업들은 직원 수를 줄입니다. 그런데 Salesforce의 수익 모델은 ‘직원 1인당 구독료’ 방식입니다. 쓰는 사람이 줄면 매출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즉 Salesforce는 “AI가 효과 없어서” 망하는 게 아니라, “AI가 너무 잘 작동해서” 위협받는 상황입니다. AI의 실패가 아니라 성공이 비즈니스 모델의 적입니다. 이게 투자자들이 SaaS 주식을 팔아치우는 이유이고, Benioff가 이번 실적 발표를 일종의 반격 무대로 삼은 이유입니다.
Salesforce의 대응: 세 가지 전선
첫 번째, 측정 방식 바꾸기. Salesforce는 ‘AWU(Agentic Work Unit, 에이전트 작업 단위)’라는 새 지표를 내놨습니다. 기존 AI 업계의 성과 단위인 ‘토큰’은 AI가 텍스트를 얼마나 처리했는지를 나타낼 뿐, 실제로 업무를 완료했는지는 보여주지 못합니다. AWU는 에이전트가 기록을 작성하거나 검증 가능한 작업을 완료했을 때만 카운트됩니다. 핵심은 ‘사용량’이 아니라 ‘완료된 업무’로 과금 기준을 바꾸겠다는 신호입니다. 사람 수가 줄어도 에이전트가 처리하는 업무량만큼 돈을 받을 수 있는 모델로의 전환입니다.
두 번째, 스택 주도권 주장하기. Salesforce는 이번 발표에서 AI 시대의 기술 구조를 직접 그려 보였습니다. Salesforce 같은 SaaS 플랫폼이 스택 상위를 장악하고, AI 모델 공급사(OpenAI, Anthropic 등)는 하위의 교체 가능한 엔진 역할을 한다는 그림입니다. 이는 OpenAI의 시각과 정면충돌합니다. OpenAI는 자신들이 스택 상위를 차지하고, SaaS는 하위 데이터 저장소로 밀려난다고 봅니다. Salesforce가 이 그림을 먼저 공개적으로 제시한 건 단순한 투자자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AI 생태계 내 포지셔닝 싸움입니다.
세 번째, 주주 달래기. 5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과 배당금 6% 인상도 함께 발표됐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가 안착하는 동안 주가를 방어하려는 의도입니다.
이번이 첫 번째 위기는 아니다
Benioff는 “SaaSpocalypse를 들어봤나? 우리에게는 처음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Salesforce는 클라우드 전환, 모바일 혁명 등 여러 번의 ‘SaaS 위기론’을 넘어왔습니다. 다만 이번은 구조가 다릅니다. 기존 위기들은 새로운 채널이나 기기의 등장이었고, SaaS 모델 자체는 유효했습니다. 이번에는 AI 에이전트가 SaaS 구독의 근거인 ‘사람’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AWU가 실제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질지, Salesforce가 AI 스택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는 아직 열린 질문입니다. 자세한 실적 수치와 Benioff의 발언은 원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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