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끝났다.” 영화 ‘데드풀’의 각본가 렛 리즈가 AI 비디오 생성기로 만든 영상 하나를 보고 남긴 말입니다.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부서진 다리 위에서 격투를 벌이는 15초 영상이었죠. 문제는 이 영상이 “2줄짜리 프롬프트”만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ByteDance가 이번 주 공개한 Seedance 2.0은 텍스트만 입력하면 15초 분량의 비디오를 생성하는 AI 도구입니다. 그런데 이 도구가 할리우드 캐릭터를 너무 실감나게 복제해서 디즈니, 파라마운트 같은 대형 스튜디오와 배우 노조까지 나서서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출처: Hollywood isn’t happy about the new Seedance 2.0 video generator – TechCrunch
2023년 스파게티에서 2026년 초현실로
AI 비디오 생성 기술의 발전 속도는 놀랍습니다. 2023년에는 윌 스미스가 스파게티를 먹는 AI 영상이 “얼굴이 뒤틀려 면과 합쳐지는” 괴기스러운 결과물로 화제가 됐습니다. 불과 3년 만에 같은 주제의 영상이 “현실적인 음식 씹는 소리까지 포함된” 수준으로 진화했죠.
Seedance 2.0은 이 흐름의 정점입니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미 여러 영상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15초 분량의 ‘반지의 제왕’ 클립, 카녜 웨스트와 킴 카다시안이 중국어로 대사를 주고받는 영화 장면, 윌 스미스가 거대한 스파게티 괴물과 싸우는 영상까지. OpenAI의 Sora 같은 경쟁 도구들이 있지만, Seedance 2.0의 사실성은 특히 할리우드를 긴장시켰습니다.
저작권 보호장치가 없는 AI
문제의 핵심은 저작권 보호 기능이 사실상 없다는 점입니다. 사용자들은 스파이더맨, 다스 베이더, 베이비 요다(그로구) 같은 디즈니 캐릭터를 마음대로 생성할 수 있었습니다. 실존 인물의 얼굴도 제약 없이 사용 가능했죠.
디즈니는 금요일 ByteDance에 중단 요구 서한을 보냈습니다. 디즈니 측 변호사 데이비드 싱어는 “디즈니의 귀중한 지적재산을 마치 무료 공개 클립아트처럼 다룬다”며 이를 “가상 강도질(virtual smash-and-grab)”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파라마운트도 토요일 같은 내용의 서한을 보냈고요.
미국 영화 협회(MPA) 찰스 리브킨 CEO는 “단 하루 만에 Seedance 2.0은 미국 저작권 저작물을 대규모로 무단 사용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배우 노조 SAG-AFTRA는 “이 도구는 법률, 윤리, 업계 표준, 동의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다”며 16만 명 조합원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주장했어요.
ByteDance는 비판이 쏟아지자 실존 인물 생성 기능을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OpenAI의 Sora도 비슷한 문제로 계속 논란을 겪고 있는 걸 보면, 보호장치가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입니다.
법적 대응의 한계
법적 제재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디즈니는 이미 Midjourney, 중국 AI 기업 MiniMax, Character.AI, Google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ByteDance는 다릅니다.
저작권 전문 변호사 안드레스 구아다무즈는 “ByteDance는 미국에서 철수한 뒤 알려진 미국 거점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기술적으로는 소송을 걸 수 있지만 ByteDance가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죠. 미국 법원의 판결을 받아도 ByteDance의 자산이 있는 나라에서 집행할 수 없으면 휴지조각입니다.
중국 법원은 역사적으로 미국 저작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고, 드물게 판결이 나와도 벌금은 미미한 수준이었습니다. 구아다무즈는 이것이 “저작권법으로 AI 개발을 통제하려는 시도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합니다. 중국 AI 모델들은 대부분 서구 법 체계 밖에서 작동하니까요.
AI 시대의 이중 잣대
흥미로운 점은 디즈니의 태도입니다. SAG-AFTRA가 AI 자체에 반대하며 인간 창작자 보호를 외치는 것과 달리, 디즈니는 조건만 맞으면 AI를 받아들입니다. 디즈니는 OpenAI와 3년 계약을 맺고 Sora의 첫 번째 주요 라이선스 파트너가 됐으며, OpenAI에 10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ByteDance를 고소하면서 OpenAI와 협력하는 이 모습은 저작권 분쟁이 단순히 “AI vs 인간”이 아니라 “누가 통제권을 갖느냐”의 싸움임을 보여줍니다. 할리우드는 AI 비디오 기술을 막으려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수익을 나눌 수 있는 방식으로만 허용하려는 거죠.
Seedance 2.0 논란은 AI 비디오 생성 기술이 이미 “만들 수 있느냐”의 단계를 넘어 “누가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의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국경을 넘는 기술 앞에서 미국 중심의 저작권 체계가 얼마나 무력한지도요.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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