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에게 반나절 만에 실험 코드를 완성시켰습니다. 1년 넘게 미뤄온 작업이었습니다. 그런데 팀은 더 빨라지지 않았습니다.

구조화 생성 라이브러리 .txt를 만드는 엔지니어가 코딩 에이전트를 직접 써보고 깨달은 것을 정리한 글을 썼습니다. 개인 생산성은 분명히 올랐는데, 팀 전체로는 왜 그 속도가 이어지지 않는지에 대한 통찰입니다. 에이전트를 쓸수록 진짜 병목이 어디 있었는지가 오히려 선명하게 보인다는 주장입니다.
출처: The bottleneck was never the code – thetypicalset.com
코드는 잔여물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50년 동안 우리가 집착해온 것은 코드였습니다. 타이핑 속도, 언어 설계, IDE 플러그인, 코드 리뷰 도구. 모두 코드를 더 빠르고 싸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코드는 잔여물(residue)이라고. 소프트웨어는 사람들이 “이걸 어떻게 만들지”를 서로 협상하고 합의한 후 남는 것입니다. 진짜 일은 그 협상 자체였는데, 코드가 너무 비쌌기 때문에 우리 눈이 코드에만 고정되어 있었던 거죠.
에이전트가 그 비용을 충분히 낮추자, 덮여 있던 진짜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사람들이 합의에 도달하는 속도입니다.
로드맵이 새로운 병목이 됐다
에이전트 팀에서 엔지니어들은 더 이상 서로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대신 잘 쓰인 스펙을 기다립니다.
에이전트가 일을 하려면 로드맵, 인수 조건, “우리가 실제로 원하는 것”이 충분히 명확하게 문서화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걸 만드는 사람은 에이전트가 아닙니다. 매니저와 기획자입니다. 결국 병목은 코드를 짜는 사람에서 어떤 코드를 짜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사람으로 이동했습니다.
게다가 제번스 역설이 작동합니다. 코드가 10배 싸지면 같은 결과를 10% 노력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전에는 시도하지 않았을 것들을 새로 시도합니다. 3개월 전에는 “만들기엔 너무 작은 아이디어”였던 프로토타입이 오후 한 나절이면 나옵니다. 기능은 쏟아지고, 집중력은 분산됩니다. 스티브 잡스가 1997년에 했던 말이 오히려 더 중요해졌습니다. “집중은 NO라고 말하는 것이다.”
에이전트가 못 하는 한 가지: osmosis
코드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맥락(context)입니다.
시니어 엔지니어가 PR을 보고 “이거 마이그레이션 깨진다”고 말할 때, 그는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은 지식을 꺼내고 있습니다. 같은 Slack 채널을 읽고, 새벽 두 시에 같이 장애를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스며든 정보입니다. 저자는 이걸 osmosis라고 부릅니다. 우리말로 하면 “암묵적 흡수” 정도 됩니다.
에이전트는 이 암묵적 흡수를 할 수 없습니다. 프롬프트에, 파일 트리에, 명시적 지시에 담긴 것만 압니다. 그 밖의 것은 없는 것과 같습니다. 에이전트가 잘 작동했던 건 사람이 맥락 작업을 미리 해뒀기 때문이고, 새로 합류하는 누군가는 그 맥락을 기본값으로 갖지 못합니다.
맥락은 항상 조직이 돌아가는 연료였지만, 이제 그게 속도를 결정하는 변수가 됐습니다.
맥락을 생산하는 에이전트
반전이 있습니다. 에이전트는 암묵적 흡수를 못 하지만, 문서를 읽는 데는 탁월합니다.
모든 PR 댓글, 닫힌 이슈, 커밋 메시지, 오래된 디자인 문서, Slack 아카이브. 사람이라면 아무도 다 읽지 않을 것들입니다. 에이전트는 읽습니다. 저자의 팀은 이 원리로 코드베이스를 크롤링해 암묵적 의사결정, 관행, “이걸 왜 이렇게 짰는지”를 지식베이스로 만드는 에이전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 지식베이스를 다른 에이전트들이 활용합니다.
맥락을 소비하는 에이전트와 맥락을 생산하는 에이전트가 루프를 이루면, 조직은 혼자서는 결코 만들지 못했을 문서화된 기반을 갖게 됩니다.
물론 한계는 있습니다. 철학자 마이클 폴라니의 말처럼 “우리는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몸으로 습득한 맥락의 전부를 텍스트로 꺼낼 수는 없습니다. 저자도 이 루프가 충분할지는 아직 테스트 중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에이전트는 조직 coherence의 배율기다
저자의 핵심 주장은 이겁니다. 에이전트는 개인 코딩 속도의 도구로 과대평가되어 있고, 조직이 가진 것을 외부화(externalize)하는 도구로 과소평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IDE, 버전 관리, CI/CD, 마이크로서비스. 모든 개발 도구 세대는 조직의 coherence를 배가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했습니다. 이미 잘 돌아가던 조직은 더 잘 됐고, 이미 망가진 조직은 더 빠르게 망가졌습니다. 에이전트는 그 배율이 이전 도구들보다 훨씬 큽니다.
개인 입장에서 이 글이 흥미로운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에이전트 시대에 더 가치 있어지는 능력이 코딩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맥락을 글로 만드는 능력, 명확한 스펙을 쓰는 능력, 팀이 합의에 도달하도록 돕는 능력. 오래된 소프트 스킬처럼 들리지만, 이제는 에이전트 생산성을 직접 결정하는 하드 스킬이 됐습니다.
참고자료: .txt (dottxt.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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