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주간 활성 사용자가 9억 명에 달하는 2026년. AI는 더 이상 ‘써볼까’ 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 기술을 실제로 어떻게, 어디에 쓰고 있는지는 여전히 안개 속입니다.

Marc Zao-Sanders와 Sara Biuk가 3년째 이어온 종단 연구 ‘AI in the Wild’의 세 번째 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Reddit, Quora, LinkedIn, TikTok, YouTube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약 5만 개의 기록을 수집해 1만 2,637개의 AI 사용 사례를 분석한 결과로, 지금 사람들이 생성형 AI를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가장 큰 규모로 들여다본 데이터입니다.
출처: How People Are Really Using AI in 2026 – Harvard Business Review
생각을 AI에게 넘긴다, ‘씽크슬롭’의 등장
연구가 꼽은 가장 주목할 변화는 ‘씽크슬롭(thinkslop)’이라는 신조어로 요약됩니다. 2025년 옥스퍼드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slop(조잡한 AI 생성물)’에서 파생한 개념으로, AI에게 생각 자체를 위임해버리는 게으른 사고방식을 뜻합니다.
올해 상위 100개 사용 사례 중 4분의 1 이상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상담·동반자 역할(1위), 관계 조언(7위), 의사결정 보조(13위), 일정 관리(14위), 이메일 초안 작성(42위), 아이디어 생성(47위)까지. 연구진은 씽크슬롭이 세 가지 경로로 나타난다고 분석합니다.
- 의도를 잃어버리는 것: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충분히 생각하기 전에 AI를 먼저 열고 프롬프트를 던진다. 브레인스토밍의 시작점을 AI에게 넘기면, 자신만의 관점이 개입될 공간이 사라진다.
- 생각을 아웃소싱하는 것: AI가 먼저 답을 내놓으면 뇌는 그 문제를 처음부터 풀 기회를 잃는다. 연구들은 이를 ‘인지 부채(cognitive debt)’라고 부른다.
- AI의 칭찬에 안주하는 것: AI는 사용자를 붙잡아두도록 설계돼 있어 칭찬에 인색하지 않다. “프롬프트를 참 잘 쓰셨어요”라는 말에 완성도 낮은 결과물에 만족하게 된다.
데이터에 등장한 한 사용자의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직원도 AI로 자기평가를 쓰고, 관리자도 AI로 평가서를 쓴 뒤 또 다른 AI로 종합 정리했더니 “아름답게 쓰여 있지만 아무 의미도 없는 문서”가 나왔다는 겁니다.
다만 연구진은 AI가 반드시 사고를 갉아먹는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자신이 쓴 논리에 반박을 요청하고, 결과를 다시 검토해 스스로 개선하는 방식으로 쓸 때 AI는 오히려 사고를 날카롭게 한다고 설명합니다.
AI는 감정 상담사가 되었다
올해도 1위를 유지한 사용 목적은 치료·동반자 역할입니다. 전체 데이터의 11%를 차지하며, 지난해 5%에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관계 조언(7위), 연애(17위), 갈등 조정(26위), 인터뷰 준비(89위)까지 감정·관계 관련 용도는 상위권 곳곳에 분포합니다.
연구 데이터에는 AI 챗봇에 이름을 붙이고, 성별을 부여하고, 모델이 업데이트됐을 때 “암으로 친구를 잃은 느낌”이라고 표현한 사례도 등장합니다. 한편으로는 AI를 ‘인간의 판단 없이 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패턴도 뚜렷합니다. 상사가 보낸 메시지의 숨은 의미를 AI에게 해석시키거나, 전 연인의 문자를 분석하게 하는 식입니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신경정신의학 임상 연구원 해밀턴 모린은 “많은 나라에서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이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짚으면서도, AI 챗봇이 훈련된 전문 상담사를 대체할 수 없다고 경고합니다. 실제로 AI와의 감정적 관계가 망상이나 자해로 이어진 고위험 사례들이 지난 1년 동안 여러 건 보고됐습니다.
직장에서는 몰래 쓰고, 조용히 효율화한다
상위 100개 사용 사례 중 63개가 업무 관련입니다. 그런데 이 사용의 상당 부분은 회사가 모르는 채로 이루어집니다. 연구는 이를 ‘섀도우 AI(shadow AI)’라고 부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기업들은 LLM 라이선스를 구매하고 교육을 제공하지만, 실제 도입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건 정보보안 정책, 제한된 기능의 내부 버전, 평판 리스크, 그리고 “AI 쓰면 치팅 아니냐”는 시선입니다. 그 결과 한 사용자는 티켓 처리 속도를 2배로 높이고 인사 평가에서 칭찬을 받았지만, 자신이 AI를 쓴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고 털어놓습니다. 심지어 업무의 절반을 처리하는 AI 에이전트를 스스로 구축하고, 남은 시간에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런 개인 차원의 활용은 대체로 혁신보다는 효율화에 머뭅니다. 채용 담당자의 반복 업무 자동화, 긴 회의록 요약, 이해관계자용 보고서 초안 작성 등이 대표적입니다. 마케팅 이메일의 A/B 테스트에 AI를 적용해 전환율을 20~30% 높였다는 명시적 ROI 사례도 있지만, 이처럼 수치로 증명된 경우는 드뭅니다. 회사 전체의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바꾼 사례는 데이터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우리의 주체성은 얼마나 남아 있는가
이 연구의 마지막 질문은 기술 분석을 넘어섭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지성이 손가락 몇 번으로 닿는 거리에 있다. 이 강력하고 항상 켜져 있는 서비스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주체성을 지켜낼 수 있는가.
연구진은 그 답의 일부는 AI 기업들에게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사용 사례 분석 과정에서 프런티어 모델을 수백 번 반복 시도해도 AI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연구진은, 인간의 판단이 여전히 필수적임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데이터의 세부 분석, 사용 사례 전체 순위, 각 트렌드의 실증적 근거는 원문에 상세히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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