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고, 빽빽한 법률 문서를 요약하고, 그럴듯한 노래 가사까지 짓는 챗봇들이 정작 표 하나 앞에서는 자주 헤맵니다. 언뜻 보면 숫자와 데이터도 잘 다룰 것 같은데, 실제로는 작은 표 하나만 던져줘도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IEEE 스펙트럼이 이 문제와, 이를 풀기 위해 등장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다룬 기사를 냈습니다.
출처: Large Tabular Models Bring AI Analysis to Spreadsheets – IEEE Spectrum
언어와 표는 근본적으로 다른 데이터다
은행의 거래 기록, 마케팅 웹사이트 지표, 임상시험 참가자의 생체 신호, 입자가속기가 쏟아내는 충돌 데이터까지, 세상의 중요한 정보 대부분은 행과 열로 이뤄진 구조화된 표에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이 표 데이터를 다루는 일은 정작 LLM(대규모 언어 모델)의 강점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유는 언어와 표가 근본적으로 다른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장은 단어 순서가 뜻을 좌우합니다. 순서를 바꾸면 의미가 달라지거나 아예 무너지죠. 반면 표는 순서와 무관합니다. 열의 위치를 바꾸거나 행의 순서를 뒤섞어도 그 안에 담긴 사실 자체는 그대로입니다.
이 차이가 LLM에게는 꽤 치명적입니다. LLM은 본질적으로 다음에 올 단어를 순서대로 예측하도록 설계된 모델이라, 순서가 의미를 갖지 않는 데이터와는 궁합이 맞지 않죠. 게다가 LLM은 같은 질문에도 조금씩 다른 답을 내놓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글쓰기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특성이지만 “이 거래가 사기인지 아닌지” 같은 예측에서는 문제가 됩니다. 매번 같은 입력에는 같은 답이 나와야 하는데, 그 결정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겁니다.
표 데이터만을 위한 새로운 모델
이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가 “거대 표형 모델(LTM)”입니다. AI 스타트업 Fundamental이 2026년 2월 2억 7,500만 달러 투자를 받으며 공개한 모델 NEXUS가 대표적인 사례죠.
LTM은 LLM과 접근 자체가 다릅니다. LLM이 토큰(단어 조각)의 순서를 학습하는 데 집중한다면, LTM은 표의 구조 자체를 학습합니다. 각 항목의 숫자값뿐 아니라, 그 값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른 항목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함께 익힙니다. 예를 들어 식료품 재고표에 “바나나 500개”라는 값이 있다면, LTM은 단순히 500이라는 숫자만 보는 게 아니라 그게 바나나 재고 수량이라는 것, 청과류 카테고리에 속한다는 것, 같은 열의 다른 값들과 통계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까지 함께 파악합니다.
기존에도 표 데이터를 다루는 방법은 있었습니다. XGBoost 같은 그래디언트 부스팅 결정 트리 알고리즘이 15년 넘게 쓰여왔죠. 다만 이 방식은 용도가 바뀔 때마다 데이터 과학자가 몇 달에 걸쳐 새로 훈련시키고 최적화해야 했습니다. 반면 NEXUS 같은 LTM은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로 미리 학습된 기반 모델이라, 별도의 튜닝 없이도 여러 예측 작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스프레드시트를 다루는 방식이 갈라지고 있다
이 흐름은 이미 실제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지난 6월 세이지메이커에 NEXUS를 내장했고, 금융 사기 탐지 업체 Feedzai와 마스터카드도 비슷한 자체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구글 역시 수억 개의 합성 데이터셋으로 학습한 자체 표형 모델 TabFM을 공개했습니다.
챗봇과 대화하듯 표를 다루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표 데이터만을 위한 별도의 AI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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