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IT 매체 더버지의 기자는 네 시간짜리 콘서트에 갈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세 팀이 나오는데 보고 싶은 팀은 하나뿐이었죠. 행사 페이지에는 출연 순서가 안 나와 있었습니다. 그는 화면을 아래로 스와이프해 물었습니다. “밴드들 출연 순서가 어떻게 돼?” 몇 초 뒤, 보고 싶던 팀이 마지막 순서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브라우저를 켤 필요도, 검색어를 고민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애플이 iOS 27과 함께 공식 발표한 새 Siri, “Siri AI”를 다루는 이야기입니다. 애플은 지난 6월 8일 이를 “훨씬 더 유능하고 개인화된 어시스턴트”로 소개했고, 6월 말부터 개발자 베타를, 이달부터는 퍼블릭 베타를 배포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딱 하나입니다. 웹 검색뿐 아니라 메일, 메시지, 사진 같은 내 기기 안의 정보까지 넘나들며 대화하듯 답을 찾아준다는 것입니다.
출처: Apple introduces Siri AI, a profoundly more capable and personal assistant – Apple Newsroom
내 데이터 안에서 찾아주는 비서
기존 Siri는 정해진 명령어에 반응하는 수준이었다면, Siri AI는 애플이 “개인 컨텍스트 이해”라고 부르는 기능으로 메일, 메시지, 사진, 메모, 파일을 가로질러 정보를 찾아줍니다. “지난주에 친구가 문자로 추천해준 식당이 어디였지”, “이메일에 있던 호텔 예약 확인번호 좀 찾아줘” 같은 요청이 가능해진다는 뜻입니다.
이건 챗봇형 AI와 Siri AI를 가르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ChatGPT나 Claude 같은 범용 챗봇은 사용자가 직접 정보를 입력해야 답할 수 있지만, Siri AI는 애플이 재구축한 검색 인덱스를 통해 이미 기기 안에 있는 정보를 스스로 찾아 나섭니다. 서드파티 앱 개발사가 Spotlight와 연동하면, 이 컨텍스트 이해는 앱 밖으로도 확장됩니다.
화면을 보고 있다는 것
두 번째 축은 “화면 인식(Onscreen Awareness)”입니다. 지금 보고 있는 화면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 없이 바로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보다가 “이거 어디서 찍은 거야”라고 물으면, Siri AI는 화면 속 이미지를 분석해 답합니다. 문자로 포틀럭 파티 초대를 받았다면, 뭘 가져갈지 상의하고 그 자리에서 메모 앱에 레시피를 추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여기에 “앱 액션” 기능이 더해지면 Siri AI는 답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일을 처리합니다. 이메일 초안을 쓰거나, 사진 여러 장을 골라 공유하거나, 일정을 옮기는 식의 작업을 여러 앱을 오가며 대신 수행합니다. 여기에 최신 정보가 필요한 질문, 이를테면 다음 일식이 언제인지, 좋아하는 뮤지션이 언제 우리 동네에 오는지 같은 것도 웹을 뒤져 답해줍니다. 세 기능이 한 대화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게 애플이 강조하는 지점입니다.
손끝에서 시작되는 대화
Siri AI를 부르는 방법도 달라졌습니다. “헤이 시리”라고 말하는 것 외에, 사이드 버튼을 누르거나 다이나믹 아일랜드를 아래로 스와이프하면 바로 대화가 시작됩니다. 앞서 소개한 더버지 기자의 사례처럼, 브라우저 앱을 여는 대신 화면 위쪽을 스와이프하는 게 먼저 손이 가는 동작이 됐다는 후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는 이 변화를 두고 “브라우저를 여는 걸 사실상 멈추게 만들었다”고 표현했습니다.
다만 모두가 당장 써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Siri AI는 iPhone 15 Pro 이상에서만 작동하고, 가장 강력한 온디바이스 모델은 12GB 램을 요구해 iPhone 17 Pro 계열에서만 구동됩니다. 지원 언어도 영어 일부 지역으로 한정되어 있고, 유럽연합에서는 디지털시장법(DMA) 규제 때문에 iOS 27 출시 시점에 맞춰 제공되지 않습니다.
검색창 대신 손끝의 대화로
Siri AI가 보여주는 방향은 명확합니다. “무언가 찾아본다”는 행위 자체가 브라우저나 검색창이 아니라 기기 자체와의 대화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내 메일과 사진, 메시지를 넘나들며 맥락을 이해하는 비서가 손끝 스와이프 하나로 열린다면, 그동안 검색을 위해 거쳐야 했던 여러 단계 — 앱을 켜고, 검색어를 고르고, 결과를 훑는 과정 — 가 통째로 줄어드는 셈입니다. 동시에 이만큼 넓은 개인 데이터 접근권을 하나의 어시스턴트에 몰아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참고자료: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