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5곳이 재무제표에 적지 않은 빚이 1.65조 달러입니다. 이들이 공식적으로 신고한 빚(1.35조 달러)보다도 많은 액수입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조사 매체 Nikkei Asia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오라클 다섯 곳의 재무구조를 들여다본 결과입니다. AI 데이터센터에 쏟아붓는 돈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그 자금의 상당 부분이 공식 재무제표에는 잡히지 않는 방식으로 조달되고 있었습니다.
출처: Five US tech giants’ hidden debts soar to $1.65tn on opaque AI funding – Nikkei Asia
메타 혼자만 4,200억 달러
다섯 개 기업 중에서도 메타의 부외부채 규모가 두드러지죠. 약 4,200억 달러로, 공식적으로 잡힌 부채보다 거의 세 배 많습니다.
이 부채는 데이터센터 리스 계약과 GPU 공급 계약 형태로 존재합니다. 회사가 직접 빚을 지는 대신, 법적으로 별개인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그 법인이 대신 빚을 지고 시설을 지은 뒤 빌려 쓰는 구조죠. 재무제표만 보면 부채가 아니라 임차료를 내는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20년 전 엔론이 쓰던 방식과 닮았다
이 수법이 낯설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2001년 회계 부정으로 하루아침에 무너진 에너지 기업 엔론도 특수목적법인을 동원해 빚을 장부 밖으로 빼돌렸습니다.
회계 컨설턴트 톰 셀링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 유행 자체를 경계했습니다. “이런 회계 처리가 지금 유행이다. 하지만 이 중 한 회사가 이 회계 처리로 겨우 버티고 있는 카드로 만든 집이라면 어떨까. 그게 진짜 리스크다.”
투자자가 진짜 위험을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부외부채가 문제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재무제표만 봐서는 회사가 실제로 얼마나 빚을 졌는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기업 가치와 실제 이익 사이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경고는 이미 꾸준히 나오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숨겨진 빚까지 더해지면, 겉으로 보이는 재무 건전성과 실제 상황 사이의 간극은 더 벌어집니다. 빅테크들은 신규 주식 발행으로 자금을 추가 조달하는 중인데, 이는 기존 주주 지분을 희석시켜 투자자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로도 이어집니다.
AI 버블이 흔들리면 나에게도 온다
이 소식이 남 얘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AI 서비스 상당수가 이 빚으로 지은 데이터센터 위에서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만약 이 부채 구조가 정말로 흔들린다면, 가장 먼저 영향받는 건 서비스 요금과 가용성이죠. 무료나 저가로 풀렸던 AI 기능이 갑자기 유료화되거나, 투자 위축으로 신규 기능 출시가 늦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화려한 투자 발표 뒤에 어떤 재무 구조가 숨어 있는지 한 번쯤 눈여겨볼 만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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