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의 기본값은 로봇이 PR을 올리고 사람이 리뷰하는 쪽이죠. 그런데 어떤 개발자는 코딩 어시스턴트에게 파일은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못 박아뒀습니다.

앙쿠르 세티가 몇 달째 쓰고 있는 방식입니다. 어시스턴트는 채팅에 코드를 띄우기만 하고, 편집은 전부 본인이 손으로 칩니다. 비효율적이고 살짝 우스꽝스럽다는 걸 스스로도 인정하면서요.
출처: Prevent cognitive debt by manually retyping LLM-generated code – Ankur Sethi’s Lab Notebook
원샷은 편한데 위치를 잃는다
세티는 4월에 코딩 어시스턴트를 두고 회의적인 글을 썼습니다. 그러고도 개인 프로젝트에서는 계속 쓰고 있죠. 지루한 구간을 빨리 넘기는 데는 확실히 좋으니까요.
문제는 기능 하나를 통째로 맡겼을 때 생깁니다. 결과물은 나오는데 만족스럽지 않고, 자기가 어디쯤 있는지 감이 사라진다는 겁니다.
그가 든 예가 구체적입니다. 자기 사이트에 태깅 기능을 붙이려고 장고 문서를 뒤지는 일은 정말 하기 싫다는 것. 그렇다고 그게 어떻게 굴러가는지까지 모른 채로 두고 싶진 않다는 것. 지루한 문제라고 해서 이해까지 기계에 넘기고 싶은 건 아니라는 얘기죠.
리뷰는 답이 아니었다
그럼 나온 코드를 전부 리뷰하면 되지 않나. 2026년 개발자에게 기대되는 게 정확히 그거니까요.
세티는 그게 즐겁지 않다고 말합니다. 과하게 방어적이고, 주석은 부실하고, 미묘하게 틀린 코드 수백 줄을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거죠. 회사 일이라면 마지못해 하겠지만 개인 프로젝트에서까지 할 생각은 없다고 못 박습니다.
개인 프로젝트는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전제입니다. 그리고 그 재미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나온다는 것.
파일을 못 건드리게 하는 세 문단
그가 개인 프로젝트의 에이전트 지침 파일마다 넣어둔 내용은 이렇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모든 코드 줄을 내가 이해하고 싶습니다. 내가 명시적으로 요청하지 않는 한 프로젝트 파일을 만들거나 수정하거나 옮기거나 이름을 바꾸거나 삭제하지 마세요. 대신 제안하는 모든 편집을 채팅에 보여주면 내가 직접 타이핑하겠습니다.
프로젝트 파일을 바꾸거나 의존성을 설치하거나 저장소 상태를 변경하는 명령도 내가 요청하지 않는 한 실행하지 마세요. 대신 그 명령을 채팅에 보여주면 내가 직접 실행하겠습니다.
나는 숙련된 개발자입니다. 따로 묻지 않는 한 문법이나 API, 프로그래밍 개념, 구현 세부사항을 설명하지 마세요.
세 번째 조항이 눈에 띕니다. 앞의 둘이 속도를 일부러 늦추는 장치라면, 이건 반대로 불필요한 설명을 걷어내 흐름을 지키는 쪽이죠.
2배로 느려지고 얻은 것
이렇게 쓰면 LLM을 아예 안 쓰는 것보다는 빠릅니다. 다만 기계에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만큼은 아니죠. 10배가 아니라 2배쯤이라는 게 세티의 체감입니다.
대신 손으로 치는 동안 머릿속에 모델이 쌓입니다. 모르는 API나 알고리즘이 나오면 거기서 멈춰 찾아보거나 LLM에 설명을 청하면 되고요.
느려지는 게 안전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천천히 지나가니 환각이나 이상한 설계 선택이 눈에 걸리죠. 가면서 정리하고, 구조를 바꾸고, 주석을 붙이고, 자기 취향에 맞게 다듬습니다.
그가 가장 크게 치는 건 따로 있습니다. 코드베이스의 ‘공간 지도’가 생긴다는 것. 어떤 기능이 어디 사는지 알고 있으니 고칠 일이 생기면 곧장 그 자리로 갑니다. 그리고 그 지도가 다음번 프롬프트를 더 정확하게 만들어주죠.
복붙하지 말라던 옛날 조언
세티는 이 방식이 10대 때 들었던 조언과 똑같다고 봅니다. 코드를 프로젝트에 복사해 붙여넣지 말라던 것. 책으로 배울 땐 예제를 직접 쳐서 돌아가는지 확인하라던 것. 블로그나 포럼 답변에서 가져올 땐 타이핑해가며 자기 코드에 맞게 고쳐보라던 것.
효율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그래도 생산성보다 이해를 택하겠다는 게 그의 정리죠.
그가 걱정하는 건 자기 프로젝트만이 아닙니다. 업계 전체가 곧 갚아야 할 인지 부채를 쌓고 있고, 디지털 인프라의 상당 부분이 어떻게 조립돼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시점이 온다는 겁니다. 산업의 방향을 혼자 바꿀 수는 없어도, 자기가 세상에 내놓는 소프트웨어만큼은 완전히 이해하겠다는 게 그가 그은 선입니다.
써보려면
필요한 것: 에이전트 지침 파일(AGENTS.md, CLAUDE.md 등)을 읽는 코딩 어시스턴트. 별도 도구나 요금제는 필요 없습니다.
시작 지점: 위 세 문단을 프로젝트의 에이전트 지침 파일에 넣습니다. 파일 조작 금지와 명령 실행 금지를 따로 적어야 합니다. 하나만 막으면 어시스턴트가 다른 쪽으로 상태를 바꿔놓습니다.
잘 맞는 상황 / 안 맞는 상황: 오래 들고 갈 개인 프로젝트, 낯선 프레임워크를 익히는 중인 코드베이스에 잘 맞습니다. 마감이 걸린 업무나 두 번 다시 열지 않을 일회성 스크립트에는 손해가 크고요. 저자 본인도 이건 개인 프로젝트용 규칙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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