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AI Action Plan’은 규제 완화와 인프라 투자를 통한 AI 혁신 가속화를 목표로 하지만, 주정부 규제 제한과 DEI 삭제 등 논란 요소도 포함하고 있어 글로벌 AI 생태계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합니다.
2025년 7월 23일, 트럼프 행정부는 “Winning the Race: America’s AI Action Plan”이라는 제목의 28페이지 분량 정책 문서를 공개했습니다. 이 계획서는 미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종합적인 전략을 담고 있으며, AI 산업계와 정책 전문가들의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3대 핵심 축: 혁신, 인프라, 국제 리더십
AI Action Plan은 세 가지 주요 기둥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AI 혁신 가속화로, 연방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try-first” 문화를 조성하여 민간 기업들이 AI 기술을 빠르게 개발하고 채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AI 인프라 구축입니다. 계획서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제조 시설의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AI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전력망 확충에 중점을 둡니다. 특히 “Build, Baby, Build!”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기존의 환경 규제를 “관료적 형식주의”라고 비판하면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세 번째는 국제 AI 외교 및 보안 리더십으로, 미국의 AI 기술 스택을 전 세계 동맹국에 수출하는 동시에 중국 등 경쟁국들의 첨단 AI 기술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바이든 정책과의 극명한 대조
새로운 AI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법과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바이든의 AI 안전 관련 행정명령(Executive Order 14110)을 즉시 폐지했습니다. 이 명령은 AI 시스템의 안전성 평가와 위험 관리에 중점을 두었던 것과 달리, 새 계획은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저해한다”며 정반대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AI 시스템에서 “객관적 진실”을 추구하고 “이데올로기적 편향”을 제거하겠다는 목표입니다. 구체적으로 연방 정부는 대형 언어모델(LLM) 개발업체와 계약할 때 해당 시스템이 “객관적이고 하향식 이데올로기적 편향에서 자유로운” 것을 보장하는 업체와만 거래하겠다고 명시했습니다. 또한 연방 AI 위험 관리 가이드라인에서 “잘못된 정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기후변화”에 대한 언급을 삭제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주정부 규제 제한: 부활한 ‘모라토리엄’
특히 주목할 점은 주정부의 AI 규제를 제한하려는 시도입니다. 계획서는 “부담스러운 AI 규제를 가진 주정부”에 대해 연방 자금 지원을 제한하겠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는 작년 의회에서 실패했던 AI 법률 모라토리엄의 변형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제안된 모라토리엄은 주정부가 10년간 AI 시스템을 규제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5억 달러 규모의 AI 개발 기금과 농촌 광대역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새로운 계획은 더욱 모호하지만 비슷한 효과를 노린 것으로, “주정부의 AI 규제 환경을 고려하여” 자금 지원 결정을 내리겠다고 명시했습니다.
중국 견제와 수출 통제의 딜레마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미국의 우위를 유지하려는 의지도 강하게 드러납니다. 계획서는 “첨단 AI 컴퓨팅에 대한 외국 적대국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지정학적 경쟁과 국가 안보의 문제”라고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정책은 다소 모순적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4월 엔비디아의 H20 칩의 중국 수출 제한을 완화했는데, 이는 Action Plan에서 강조하는 수출 통제 강화와 상충됩니다. Anthropic은 이에 대해 “H20 칩이 중국 기업들에게 독특하고 중요한 컴퓨팅 능력을 제공하며, 이는 새로운 AI 경쟁 단계에서 미국의 AI 우위를 연장할 기회를 낭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업계 반응: 지지와 우려의 엇갈림
AI 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Anthropic은 공식 성명을 통해 AI 인프라 투자와 연방 정부 채택 가속화에 대해서는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특히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허가 절차 간소화, 연방 조달 기준 업데이트, 국가 AI 연구 자원(NAIRR) 파일럿 지속 등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려도 표했습니다. Anthropic은 “기본적인 AI 개발 투명성 요구사항, 즉 안전 테스트와 역량 평가에 대한 공개 보고가 책임감 있는 AI 개발에 필수적”이라며, “10년간의 주정부 AI 법률 모라토리엄은 너무 무딘 도구”라고 지적했습니다.

글로벌 AI 생태계에 미칠 파급효과
이번 AI Action Plan은 글로벌 AI 생태계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의 규제 완화 정책은 다른 국가들에게도 유사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AI 기술 개발에서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AI Act와는 정반대 방향의 정책이어서, 글로벌 AI 거버넌스에서 표준의 분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기회와 도전이 동시에 제시됩니다. 미국의 “full-stack AI export packages” 정책을 통해 첨단 AI 기술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반면, 미중 AI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선택의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반도체와 AI 인프라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국내 AI 규제 정책을 수립할 때 미국의 정책 방향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독자적인 안전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습니다.
혁신과 안전성의 균형점 찾기
트럼프 행정부의 AI Action Plan은 분명히 AI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을 제공합니다. 규제 완화와 인프라 투자를 통해 미국 AI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AI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는 명확합니다.
하지만 안전성과 윤리적 고려사항을 상대적으로 경시하는 접근법은 장기적으로 리스크를 수반할 수 있습니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나 악용 가능성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번 정책의 성공 여부는 혁신 촉진과 안전성 확보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글로벌 AI 생태계는 앞으로 몇 년간 이러한 미국의 새로운 접근법이 가져올 변화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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