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건 이제 상식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높이는 걸까요?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56%, 글쓰기에서 40%—이런 식으로 특정 분야에서 측정한 연구는 있었지만, 경제 전반에 걸친 영향을 실증 데이터로 보여준 적은 없었습니다.

Anthropic이 실제 Claude.ai 대화 10만 건을 분석해 AI의 생산성 효과를 대규모로 측정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핵심 발견은 두 가지입니다. Claude가 개별 작업 완료 시간을 평균 80% 단축시킨다는 것, 그리고 현재 세대 AI만으로도 향후 10년간 미국 노동생산성을 연간 1.8%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이는 최근 몇 년간 생산성 증가율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합니다.
출처: Estimating AI productivity gains – Anthropic
실제 업무에서 AI는 무엇을 하는가
연구팀은 Claude에게 각 대화를 분석하게 했습니다. “이 작업을 사람이 AI 없이 했다면 얼마나 걸렸을까?”와 “실제로 AI와 함께 얼마나 걸렸나?”를 추정하는 식이죠. 그리고 각 작업을 미국 직업 분류 체계(O*NET)의 직업과 연결해 어떤 분야에서 얼마나 사용되는지 파악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했습니다. 사람들은 Claude를 평균 1.4시간이 걸리는 작업에 사용하는데, 직업에 따라 그 범위가 크게 달랐어요. 관리직과 법률 업무는 평균 2시간짜리 작업(투자 선택, 법률 문서 검토 등)에 사용하는 반면, 음식 조리 관련 업무는 30분짜리 작업(메뉴 계획, 가격 책정)에 사용했습니다.
시간 절약 효과도 작업마다 천차만별이었습니다. 교육과정 개발 작업은 4.5시간이 걸릴 일을 11분 만에 끝냈고(96% 단축), 청구서나 메모 작성은 87% 빨라졌습니다. 반면 진단 이미지 체크는 20%밖에 빨라지지 않았는데, 이미 전문가가 빠르게 할 수 있는 작업이기 때문이죠. 전체 작업의 중간값은 84% 시간 단축으로, 대부분의 작업이 50~95% 범위에 몰려 있었습니다.
Claude는 어떻게 시간을 추정하는가
AI에게 시간 추정을 맡긴다는 게 신뢰할 만할까요? 연구팀도 이 점을 의식했습니다. 사람도 자신의 작업 시간을 예측하는 데 서툰데, AI는 사용자의 전문성이나 업무 맥락을 완전히 알 수 없으니까요.
연구팀은 두 가지 방식으로 검증했습니다. 먼저 프롬프트를 조금씩 바꿔서 여러 번 추정하게 했을 때 결과가 일관되는지 봤어요. “적절한 기술을 가진 직원”이라고 하든 “숙련된 전문가”라고 하든 추정값의 상관관계가 0.89~0.93으로 매우 높게 나왔습니다.
더 중요한 건 실제 데이터와의 비교였습니다. JIRA 티켓 수천 건에 대해 개발자의 초기 예상 시간, 실제 소요 시간, Claude의 추정 시간을 비교했죠. 개발자들은 전체 코드베이스를 알고 비슷한 작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데도 실제 시간과의 상관계수가 0.50(스피어만) 수준이었습니다. Claude는 티켓 제목과 설명만 보고도 0.44를 기록했어요. 완벽하진 않지만, 적어도 방향성은 맞다는 뜻입니다.
다만 Claude는 짧은 작업의 시간을 과대평가하고 긴 작업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작업 시간의 차이는 보고된 것보다 더 클 수 있고, 평균 작업 시간도 약간 더 짧을 수 있습니다.
경제 전체로 확장하면
개별 작업의 시간 절약을 경제 전체 생산성으로 환산하려면 각 직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야 합니다. 연구팀은 각 작업이 해당 직업에서 차지하는 시간 비율과 그 직업의 전체 임금 총액 비중을 가중치로 사용했습니다.
결과는 연간 노동생산성 1.8% 증가였습니다. 이는 현재 AI가 향후 10년간 미국 전역에 완전히 보급된다고 가정했을 때의 수치예요. 1947년 이후 평균 성장률이 2.1%였고 2019년 이후는 1.8%였으니, AI만으로도 최근 성장률을 거의 두 배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총요소생산성(TFP) 기준으로는 연간 1.1% 증가인데, 이는 1990년대 후반이나 1960~70년대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직업별로 보면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전체 생산성 증가의 19%를 차지해 가장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 뒤를 일반 관리자(6%), 마케팅 분석가(5%), 고객서비스 담당자(4%), 중등교사(3%)가 이었죠. 반면 음식점, 의료 서비스, 건설, 소매업은 기여도가 낮았는데, 이들 직업의 작업이 데이터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병목 현상의 등장
흥미로운 건 AI가 일부 작업만 가속화한다는 점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예로 들면, 코드 작성, 테스트, 문서화, 데이터 처리는 빨라지지만 시스템 설치 조율이나 다른 엔지니어 감독 같은 업무는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합니다. 교사도 수업 계획과 활동 기획은 AI로 빨라지지만, 과외 활동 지도나 교실 규칙 집행은 그대로죠.
일부 작업이 빠르게 처리되면, 나머지 작업들이 전체 업무의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됩니다. 주택 점검원이 보고서 작성은 AI로 빠르게 끝내도, 현장에 가서 직접 점검하는 시간은 그대로라면 점검 업무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거죠. 경제학자들이 말하듯 “성장은 우리가 잘하는 것이 아니라 필수적이지만 개선하기 어려운 것에 의해 제약받을 수 있습니다.”
한계와 미래
이 연구에는 몇 가지 중요한 한계가 있습니다. 가장 큰 건 Claude가 대화 창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사용자가 Claude의 결과물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데 추가로 시간을 쓴다면, 실제 시간 절약은 이보다 작을 수 있어요. 실제로 과거 실험 연구들에서는 56%, 40%, 26%, 14%, 심지어 마이너스 시간 절약까지 다양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한 이 추정치는 현재 모델의 능력을 기준으로 합니다. AI가 계속 발전한다면—그리고 Anthropic은 그럴 것으로 예상합니다—생산성 효과는 훨씬 커질 수 있죠. 반대로 도입 속도가 느리거나 불균등하다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가장 큰 생산성 향상은 단순히 기존 작업을 빠르게 하는 데서 온 게 아니라, 조직이 새로운 기술에 맞춰 업무 방식 자체를 재편할 때 나타났습니다. 전기화, 컴퓨터, 인터넷이 그랬죠. 이 연구는 그런 재편의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지만,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얼마나 빠르게 일어날지는 예측하지 못합니다.
Anthropic은 이 측정 방법을 활용해 AI의 경제적 영향을 지속적으로 추적할 계획입니다. 모델이 개선되고 더 나은 측정 방법이 개발되면, 이 시간 절약 추정치를 다시 계산해 능력 향상이 어떻게 경제적 영향으로 전환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지금은 개별 작업을 빠르게 만드는 단계지만, AI가 진정한 생산성 혁명을 일으키려면 우리가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할지도 모릅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