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중국 AI 스타트업 DeepSeek는 실리콘밸리를 경악시켰습니다. 미국 빅테크들이 수억 달러를 쏟아붓는 동안, DeepSeek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 경쟁력 있는 추론 모델 R1을 만들어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엔 정반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DeepSeek가 미국 수출 금지 대상인 엔비디아의 최신 Blackwell 칩 수천 개를 밀반입해 차세대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는 겁니다.

The Information이 6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DeepSeek는 “팬텀 데이터센터”라는 정교한 방식으로 Blackwell 칩을 손에 넣었다고 합니다. 수출이 허가된 국가의 데이터센터에 칩을 설치한 뒤, 서버 장비 개발 회사들의 검사를 통과하고 나면 장비를 해체해 중국으로 밀반입하는 방식이죠. 미국은 Blackwell처럼 최첨단 반도체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수출 통제를 강화해왔는데, 그 빈틈을 노린 셈입니다.
출처: China’s DeepSeek Uses Banned Nvidia Chips for AI Model, Report Says – Bloomberg via Yahoo Finance
엔비디아는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즉각 반박했습니다. “팬텀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우리와 OEM 파트너들을 속인 뒤 해체하고 밀반입해서 다른 곳에 재조립한다는 건 믿기 어렵다”며 “그런 밀수가 가능해 보이진 않지만, 제보가 들어오면 모두 추적한다”고 밝혔습니다. DeepSeek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요.
흥미로운 건 타이밍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며칠 전 엔비디아가 구형 H200 칩을 “승인된 고객”에 한해 중국에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했는데, 이 결정이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던 참이었거든요. 그런 와중에 DeepSeek가 더 강력한 Blackwell을 몰래 쓰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겁니다.
저비용 모델의 아이러니
DeepSeek의 R1 모델은 “적은 비용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의 AI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상징이었습니다. 실제로 2021년 모회사인 헤지펀드 High-Flyer가 미국의 수출 규제가 시작되기 전에 확보한 엔비디아 GPU 1만 개로 개발됐다고 알려졌죠. 그런데 이번엔 최신 Blackwell 칩이 필요했다는 건, 더 발전된 모델을 만들려면 결국 최첨단 하드웨어가 필수라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에게 국산 칩을 쓰라고 압박해왔습니다. DeepSeek도 9월에 새 모델을 출시하면서 중국 칩 제조사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고요. 하지만 이번 보도가 사실이라면, 실제로는 여전히 엔비디아 칩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미국의 수출 통제가 중국 AI 발전을 늦추는 효과가 있는지, 아니면 그저 밀수 시장만 키우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다시 불붙을 것 같습니다.
The Information의 보도와 엔비디아의 부인 중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AI 칩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첩보전 수준으로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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