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270억 파라미터 AI 모델이 4,000개 이상의 약물을 가상으로 스크리닝하여 새로운 암 치료 조합을 찾아냈고, 이 예측이 실제 인간 세포 실험에서 검증됐습니다. AI가 단순히 기존 지식을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 전혀 새로운 치료 가설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이 증명된 것입니다.

핵심 포인트:
- ‘차가운 종양’을 ‘뜨거운 종양’으로: silmitasertib과 저용량 인터페론 조합이 항원 제시를 50% 증가시켜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인식하게 만듦
- 이중 컨텍스트 스크리닝: 면역 환경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동시 시뮬레이션하여 조건부 효과를 가진 약물 발굴
- AI 예측의 실험실 검증: 모델 학습에 사용되지 않은 인간 신경내분비 세포에서 예측이 정확히 재현됨
15년이 30일로 줄어드는 신약 개발
전통적인 신약 개발은 평균 10~15년이 걸리고 13억~40억 달러의 비용이 듭니다. 수천 개의 후보 물질이 실험실에서 만들어지지만, 미국에서 임상시험에 진입한 약물의 88%가 승인에 실패합니다. 비용과 시간, 그리고 낮은 성공률. 이 세 가지가 신약 개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었습니다.
AstraZeneca의 암 치료 부문 책임자 Arun Krishna는 “AI로 약물 발견 과정이 급격히 변했다”고 말합니다. 실험실에서 몇 달 또는 몇 년이 걸리던 작업을 이제 30일 이내로 완료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구글과 예일대학교가 공동 개발한 Cell2Sentence-Scale 27B(C2S-Scale)는 단일세포의 언어를 이해하도록 설계된 270억 파라미터 AI 모델입니다. Gemma 오픈 모델 기반으로 구축된 이 모델은 암 세포의 행동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가설을 만들어냈고, 실제 살아있는 세포 실험을 통해 그 예측을 검증받았습니다.
‘차가운 종양’의 문제
많은 암 환자가 면역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종양이 ‘차갑기’ 때문입니다. 차가운 종양은 면역체계에 보이지 않습니다.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려면 암세포 표면에 항원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차가운 종양은 이 신호를 거의 내보내지 않습니다.
핵심 전략은 종양을 ‘뜨겁게’ 만드는 것입니다. 암세포가 면역 신호를 표출하도록 강제하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약물이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그것도 면역 환경이 이미 조금 갖춰진 상황에서만 작동하는 조건부 증폭제를 찾아야 했습니다.
AI가 찾아낸 놀라운 조합
구글 연구팀은 C2S-Scale에게 특별한 과제를 줬습니다. 낮은 수준의 인터페론(면역 신호 단백질)이 존재하는 ‘면역-컨텍스트-양성’ 환경에서만 항원 제시를 증폭시키는 약물을 찾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조건부 추론은 대규모 모델에서만 나타나는 창발적 능력으로, 작은 모델로는 불가능한 작업이었습니다.
모델은 4,000개 이상의 약물 효과를 두 가지 다른 환경에서 시뮬레이션했습니다. 하나는 실제 환자 샘플로 종양-면역 상호작용이 있는 환경, 다른 하나는 면역 환경이 전혀 없는 분리된 세포주 환경이었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환경에서만 항원 제시를 증폭시키는 약물을 찾아냈습니다.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CK2 억제제인 silmitasertib이 면역-컨텍스트-양성 환경에서는 항원 제시를 강력히 증가시키지만, 면역 환경이 없는 경우에는 거의 효과가 없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였다는 것입니다. CK2가 면역체계 조절에 관여한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silmitasertib이 MHC-I 발현이나 항원 제시를 향상시킨다는 보고는 문헌에 전혀 없었습니다.
예측에서 검증으로
AI의 예측은 실험실에서 검증되어야 비로소 가치가 있습니다. 연구팀은 모델 학습에 전혀 사용되지 않았던 인간 신경내분비 세포 모델로 이 가설을 테스트했습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silmitasertib만 단독으로 처리했을 때는 항원 제시에 변화가 없었습니다. 저용량 인터페론만 사용했을 때는 약간의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하자 항원 제시가 약 50% 증가했습니다.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모델의 가상 예측이 실제 실험실에서 여러 차례 확인됐습니다. C2S-Scale은 성공적으로 새로운 인터페론-조건부 증폭제를 찾아냈고, 차가운 종양을 뜨겁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제시했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이것은 여러 약물을 조합하여 더 강력한 효과를 얻는 새로운 병용 치료법 개발을 위한 실험적으로 검증된 단서를 제공합니다.
신약 개발의 새로운 청사진
이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치료법 발견이 아닙니다. AI가 생물학적 발견을 이끄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청사진입니다. 대규모 모델을 구축하면 세포 행동을 예측하는 강력한 모델을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대규모 가상 스크리닝을 수행하고, 조건부 생물학을 발견하며, 생물학적으로 근거 있는 가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AI 신약이 임상에 진입하는 속도는 놀랍습니다. Insilico Medicine은 2023년 8월 생성형 AI로 완전히 개발한 최초의 약물을 2상 임상시험에 진입시켰습니다. 이 약물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로, 2024년 가을 긍정적인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Generate:Biomedicines는 천식부터 고형암까지 다양한 질환을 타겟으로 하는 전임상 및 임상 단계의 단백질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위해 2억 7,300만 달러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OncoHost의 CEO Ofer Sharon은 “2025년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AI로 발견되거나 설계된 최초의 종양학 치료 후보가 첫 인체 시험에 진입하면서 치료법 개발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을 알릴 것입니다.”
남은 과제들
물론 도전 과제도 있습니다. 1Cell.Ai의 CEO Mohan Uttarwar는 “AI 모델은 학습된 데이터만큼만 좋다”고 지적합니다. 유전체, 단백체, 이미징 데이터는 종종 서로 다른 출처, 형식, 프로토콜에서 나옵니다. 제대로 조화되지 않으면 AI 모델에 노이즈를 유입시킬 수 있습니다.
더 근본적인 과제는 신뢰입니다. Sharon은 “AI 의사결정의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임상의와 규제 당국이 이 모델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약사와 AI 모델 개발자들은 데이터 공유 협력, 설명 가능한 AI 모델 개발, 검증과 배포를 안내하는 규제 프레임워크를 통해 어느 정도 개방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럼에도 변화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구글의 C2S-Scale 27B 모델과 관련 리소스는 이미 연구 커뮤니티에 공개됐습니다. 오픈소스로 말이죠. 예일대학교 팀은 현재 이 모델이 밝혀낸 메커니즘을 탐구하고 다른 면역 환경에서 AI가 생성한 추가 예측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AI가 생물학의 언어를 번역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번역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신약 개발이 10년에서 수 개월로 단축되고, 비용이 수십억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로 줄어들고, 지금까지 치료법이 없던 7,000개 이상의 질병에 새로운 희망이 생기는 미래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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