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AI 경쟁에서 이길 것입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파이낸셜타임즈(FT)에 던진 이 한 마디는 실리콘밸리에 충격파를 보냈습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미국 기술로 세계를 장악한다”고 자신했던 그가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니까요.

젠슨 황은 11월 5일 런던에서 열린 FT의 AI 미래 서밋에서 중국이 낮은 전력 비용과 느슨한 규제 덕분에 미국을 이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몇 시간 후, 엔비디아는 공식 성명을 통해 “중국은 미국보다 나노초 뒤처져 있다”며 발언의 수위를 낮췄죠. 이 급격한 태도 변화 뒤에는 미중 기술 전쟁의 뼈아픈 현실이 숨어 있습니다.
출처: Nvidia’s Jensen Huang says China ‘will win’ AI race with US – Financial Times
제재가 만든 역설
황의 발언은 단순한 비관론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숫자가 이를 뒷받침하죠. 엔비디아는 한때 데이터센터 매출의 20-25%를 중국에서 올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황 스스로 “시장 점유율이 제로로 떨어졌다”고 인정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미국이 먼저 중국에 대한 AI 칩 수출을 제한했고, 중국은 자체 칩 개발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11월, 중국 정부는 국가 자금을 받는 데이터센터에서 엔비디아, AMD, 인텔의 AI 칩 사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이미 설치된 칩도 공사 진행률이 30% 미만이면 제거해야 합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년간 데이터센터 건설에 1,00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었고,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정부 지원을 받았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제 미국 칩을 “안전하지 않고 구식이며 환경에 나쁘다”고 규정했죠. 미국의 제재가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겁니다.
로비의 실패
황의 좌절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미국 정부에 중국 수출 제한을 완화해달라고 수개월간 로비했습니다. 7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는 성과가 있는 듯 보였죠.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내는 조건으로 일부 칩 판매가 허용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와 시진핑의 10월 무역 회담은 실패로 끝났고, 중국은 엔비디아 칩에 대한 국가 안보 심사를 시작하며 시장을 완전히 차단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회담에서 새로운 세대의 AI 칩 판매를 논의하려 했지만,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황이 한국에 머물며 애타게 기다렸던 소식은 결국 오지 않았죠.
전력과 규제의 게임
황이 지적한 중국의 강점은 명확합니다. 낮은 전력 비용과 느슨한 규제입니다. FT 인터뷰에서 그는 미국이 “냉소주의”와 과도한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전력 보조금을 지급하며 자국 칩을 쓰는 개발자들의 비용을 낮추고 있습니다.
중국의 전력망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반면, 미국의 에너지 인프라는 노후화되고 비용도 높습니다. AI 훈련과 추론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데, 이 기본 인프라에서부터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게 황의 진단입니다.
반전의 의미
이 이야기의 아이러니는 분명합니다. 미국이 중국의 AI 발전을 막으려고 시작한 칩 수출 제한이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을 앞당겼습니다. 화웨이, 알리바바 같은 중국 기업들은 자체 AI 칩을 개발했고, 정부는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황의 발언이 몇 시간 만에 수정된 것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중국이 이긴다”는 원래 발언은 너무 솔직했던 걸까요? 아니면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려는 전략적 메시지였을까요? 확실한 건,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차단된 지금, 황이 미국 정부의 규제 완화와 인프라 투자를 절실히 원한다는 점입니다.
기술 패권 경쟁에서 제재는 양날의 검입니다. 상대를 약화시키는 동시에 자립을 강요하니까요. 중국의 반격이 시작된 지금, 미국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참고자료: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