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vidia가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를 단행했습니다. 그런데 회사를 통째로 산 게 아닙니다.
CNBC가 12월 24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Nvidia가 AI 추론 칩 스타트업 Groq의 자산과 기술을 200억 달러(약 29조 원)에 인수했습니다. Nvidia 역사상 가장 큰 딜이지만, 흥미롭게도 회사 전체를 사들인 게 아니라 핵심 자산과 인력, 기술만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CEO를 비롯한 핵심팀은 Nvidia로 합류하고, Groq 클라우드 사업은 CFO가 CEO를 맡아 독립 회사로 계속 운영됩니다.
출처: Nvidia buying AI chip startup Groq for about $20 billion, biggest deal – CNBC
3개월 만에 밸류 3배 점프
Groq는 올해 9월 블랙록, 삼성, 시스코 등으로부터 7.5억 달러를 투자받았습니다. 당시 기업 가치는 69억 달러였죠. 그런데 불과 3개월 만에 200억 달러에 자산을 매각했습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거의 3배 가까운 수익을 낸 셈입니다.
Groq는 Google의 TPU(텐서 처리 장치) 개발팀 출신 엔지니어들이 2016년 창업한 회사입니다. 특히 AI 모델이 답변을 생성하는 ‘추론(inference)’ 과정을 극도로 빠르게 처리하는 칩을 만들었는데, 저지연(low-latency) 성능이 강점이었습니다. 올해 매출 목표가 5억 달러였으니 추론 칩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던 참이었죠.
회사가 아니라 ‘자산’을 사는 이유
Nvidia CEO 젠슨 황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재능 있는 직원들을 영입하고 Groq의 IP를 라이선싱하지만, Groq를 회사로서 인수하는 건 아닙니다.”
이런 구조는 최근 빅테크들이 선호하는 방식입니다. Nvidia는 지난 9월에도 AI 하드웨어 스타트업 Enfabrica에서 CEO와 핵심 인력을 영입하면서 기술을 라이선싱하는 데 9억 달러 이상을 썼습니다. Microsoft가 Inflection AI에서 했던 방식과 비슷하죠.
왜 이렇게 할까요? 회사를 통째로 사면 규제 심사, 기존 계약 승계, 조직 통합 등 복잡한 문제가 따릅니다. 반면 핵심 자산과 인력만 가져오면 필요한 기술과 인재를 빠르게 확보하면서도 불필요한 부담은 피할 수 있습니다. Groq 클라우드 사업은 CFO 출신 Simon Edwards가 CEO를 맡아 독립 회사로 운영하니, 기존 고객들도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습니다.
Nvidia가 추론 시장을 노리는 이유
Nvidia는 AI 모델을 ‘학습(training)’시키는 데 쓰이는 GPU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습된 모델이 실제로 답변을 생성하는 ‘추론’ 단계에서는 경쟁이 치열합니다. Google의 TPU, AMD의 칩, 그리고 Groq 같은 스타트업들이 각자의 강점을 내세우며 시장을 노리고 있거든요.
젠슨 황은 “Groq의 저지연 프로세서를 Nvidia AI 팩토리 아키텍처에 통합해 더 넓은 범위의 AI 추론과 실시간 워크로드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학습부터 추론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뜻이죠.
Nvidia는 현재 606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3년 초 133억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늘었죠. 이 자금으로 Crusoe, Cohere, CoreWeave 같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OpenAI에는 최대 1000억 달러 투자를 검토 중입니다. Intel에도 50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AI 칩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Nvidia는 단순히 칩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생태계 전체를 장악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Groq 인수는 그 전략의 핵심 퍼즐 하나가 맞춰진 셈입니다.
참고자료: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