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에 망한 Pets.com이 지금은 수백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된 것처럼, 타이밍만 맞으면 나쁜 아이디어는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AI가 그 타이밍을 다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벤처캐피털 a16z의 Olivia Moore가 AI 시대 마켓플레이스의 부활을 분석한 글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명확합니다. AI가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를 여는 게 아니라, 과거 실패했던 마켓플레이스를 다시 살리고 있다는 겁니다. 묘지였던 곳이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바뀌고 있죠.
출처: Marketplaces in the Age of AI – a16z
마켓플레이스는 왜 실패했나
마켓플레이스가 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고객 획득 비용(CAC)이 너무 높은 경우예요. 복잡한 매칭에 사람이 너무 많이 개입해야 하면 비용이 감당이 안 됩니다. 인재 채용 마켓플레이스가 대표적이죠. 둘째는 생애 가치(LTV)가 너무 낮은 경우입니다. 재구매율이 낮거나 마진이 박하면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홈 서비스 마켓플레이스가 여기 해당합니다.
AI는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습니다.
AI가 중개자가 되다
AI는 복잡한 매칭과 고객 관리를 사람보다 훨씬 저렴하게 처리합니다. 거래당 기여 마진은 올라가고, 처리 가능한 거래 수는 폭증하죠.
인터뷰와 스크리닝을 AI가 맡습니다. Jack and Jill이나 Dex 같은 인재 매칭 플랫폼은 AI 음성 에이전트가 지원자, 고용주와 긴 대화를 나눕니다. 선호도와 특성을 파악하고 매칭까지 해주죠. 과거엔 수백 달러 들던 매칭 비용이 이제 몇 달러면 됩니다.
백오피스 업무도 AI가 처리합니다. 부동산 플랫폼 Spotlight Realty는 AI가 모든 문의 응답, 일정 조율, 서류 생성을 자동화합니다. 덕분에 중개 수수료를 업계 표준 6%에서 1.5%로 낮췄어요. 비용 절감을 고객에게 돌려주면서 경쟁력을 확보한 겁니다.
재방문을 유도하는 관계 관리자 역할도 합니다. 홈케어 서비스 Honey Homes는 AI가 뒤에서 모든 걸 조율하며 연간 구독 모델을 운영합니다. “지난달 배수관 청소하셨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같은 개인화된 후속 관리가 가능하죠. 한 번 쓰고 끝나던 서비스가 장기 관계로 바뀝니다.
가치 제안 자체를 바꾸다
AI는 마켓플레이스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본질을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고정 가격과 투명성을 제공합니다. 지붕 수리 플랫폼 Remi는 AI로 계약자 매칭, 허가, 일정, 검사를 관리하며 처음부터 확정된 가격을 제시합니다. 법률 서비스 Lawhive도 시간당 요금 대신 고정 요금제를 운영하죠.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에 시달리던 소비자들에게 완전히 다른 경험을 주는 겁니다.
공급자에게 슈퍼파워를 줍니다. 인재 채용 플랫폼 Paraform은 독립 리크루터에게 AI 소싱 도구, CRM, 노트 작성기, 스케줄러를 제공합니다. 리크루터는 더 많은 후보자와 더 많은 채용 건을 동시에 다룰 수 있고, 다른 플랫폼보다 Paraform에서 일할 인센티브가 생기죠.
의료 플랫폼 Counsel Health는 환자가 먼저 AI와 대화하며 증상을 공유하고 기본 질문을 해결합니다. 그다음 의사와 연결돼 치료나 처방을 받죠. 환자는 비용이 낮아지고, 의사는 더 많은 진료를 소화하면서도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AI가 해결할 수 있는 것, 없는 것
AI는 운영 비용이나 매칭 복잡도 문제를 해결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제약이 희소성, 주관적 품질, 신뢰 요구사항에 있다면 AI로도 어렵습니다.
Moore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영역을 명확히 제시합니다. 수백만 달러까지는 갔지만 연매출 5천만 달러를 넘지 못하고 죽은 마켓플레이스들이죠. 이런 곳은 AI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에 100만 달러도 못 가고 망한 곳이라면 문제가 더 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의 실패가 타이밍 문제였다면,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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