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코드를 대신 짜주면 개발자는 더 생산적이 됩니다. 문서를 읽을 필요도, 라이브러리 사용법을 익힐 필요도 없죠. 그런데 이런 편리함이 오픈소스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면 어떨까요?
최근 Linus Torvalds가 자신이 잘 모르는 언어로 “vibe coding”을 시도했다고 밝히며 화제가 됐습니다. AI에게 코드 작성을 맡기고 결과물의 “느낌”만 확인하는 방식이죠. 경제학자들이 이 현상을 분석한 논문 “Vibe Coding Kills Open Source”는 놀라운 결론을 제시합니다. Vibe coding이 확산되면 오픈소스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논문은 AI 에이전트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자동으로 선택하고 조립해 코드를 생성하는 “vibe coding”의 경제학적 메커니즘을 분석합니다. 핵심 발견은 vibe coding이 생산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사용자 참여를 약화시켜 오픈소스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점입니다.
출처: Vibe Coding Kills Open Source – arXiv
생산성은 오르는데 생태계는 무너진다
Vibe coding의 작동 방식은 간단합니다. 개발자가 “이런 기능이 필요해”라고 말하면 AI가 알아서 적합한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를 찾아 코드를 조립해줍니다. 개발자는 문서를 읽지 않아도 되고, 각 라이브러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깊이 이해할 필요도 없죠.
논문은 이것이 역설적 상황을 만든다고 지적합니다. 개발자 개인의 생산성은 분명히 올라갑니다. 기존에 오픈소스를 직접 사용하려면 문서를 읽고, 예제를 따라 해보고, 때로는 버그를 발견해 리포트하는 과정이 필요했죠. Vibe coding은 이 모든 과정을 건너뛰게 해줍니다.
문제는 이런 사용자 참여야말로 오픈소스 메인테이너들이 프로젝트를 유지하는 주요 동기라는 점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라이브러리를 사용하고, 피드백을 주고, 때로는 기여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죠. Vibe coding이 확산되면 사용자는 늘어나는데 참여는 줄어듭니다. 마치 조용한 식당처럼, 사람은 많은데 아무도 셰프에게 인사하지 않는 겁니다.
악순환의 메커니즘
논문은 경제학 모델을 통해 이 악순환을 설명합니다. 오픈소스 메인테이너들은 직접적인 사용자 참여를 통해 “보상”을 받습니다. 금전적 보상만이 아니라 피드백, 인정, 커뮤니티 형성 같은 비금전적 가치도 포함되죠.
Vibe coding이 늘어나면서 이 보상이 줄어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새로운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기존 프로젝트를 유지할 동기가 약해집니다. 결과적으로 오픈소스의 양과 질이 모두 떨어지게 되죠.
더 심각한 건 이것이 선순환의 역전이라는 점입니다. 오픈소스 생태계는 “사용 → 피드백 → 개선 → 더 많은 사용”이라는 선순환으로 성장해왔습니다. Vibe coding은 이 고리를 끊어버립니다. 사용은 늘어나지만 피드백과 개선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생태계를 구하려면
논문의 결론은 명확합니다. 현재 수준의 오픈소스 생태계를 vibe coding 시대에도 유지하려면 메인테이너 보상 체계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사용자 참여에만 의존하는 현재 방식으로는 지속 불가능하죠.
어떤 대안이 가능할까요? 논문은 구체적 해법보다는 문제의 구조를 밝히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시사점은 분명합니다. AI 기업들이 오픈소스를 활용해 이익을 얻는다면, 그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는 거죠. GitHub Sponsors나 Open Collective 같은 금전적 지원 플랫폼이 더 중요해질 수도 있고, AI 도구 자체가 오픈소스 기여를 장려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필요도 있습니다.
Vibe coding은 개발자 개인에게는 분명한 혜택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이 방식만 사용한다면, 우리가 의존하는 오픈소스 생태계 자체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생산성 도구의 발전이 그 도구가 의존하는 기반을 무너뜨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지금이야말로 오픈소스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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