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ber가 등장한 뒤 글로벌 택시 시장은 10여 년 만에 5~8배 커졌습니다. 그런데 기존 시장 참여자 중 그 성장을 함께 누린 곳은 거의 없었죠. 요금을 연결해주던 디스패처(배차 대행사)는 시장이 폭발하는 동안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지금 Enterprise AI 시장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벤처캐피털 Euclid Ventures가 분석했습니다.
출처: The Dispatcher Problem – Euclid Ventures Insights
AI 지출은 폭발하는데, 그 돈은 누구 주머니로?
AI 추론 비용은 2022년 11월 대비 2024년 10월 기준으로 280배 이상 떨어졌습니다. 그 결과, 2023년만 해도 비용 문제로 엄두를 못 냈던 작업들 — 수신 이메일 전체를 실시간으로 분류하거나, AI가 인바운드 전화를 처리하는 것 — 이 이제는 경제적으로 충분히 가능해졌습니다.
Jevons Paradox가 예측하는 것처럼, 비용이 내려가자 총 지출은 오히려 치솟았습니다. Enterprise AI 매출은 2023년 17억 달러에서 2025년 370억 달러로 2년 만에 22배 성장했고, 2026년 전 세계 AI 지출은 2조 5천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Uber가 택시 시장을 키운 것처럼, AI도 시장 파이 자체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의 핵심 질문은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시장이 커지는 건 좋은 일인데, 그 이익은 누가 가져가는가?
디스패처 문제: 싼 가격은 내 것이 아니다
현재 많은 Vertical AI 스타트업들은 “AI를 활용해 기존 서비스보다 훨씬 저렴하게 결과물을 제공한다”는 모델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법률 문서 검토, 컴플라이언스 보고서 작성, 콜센터 응대 등을 사람 대신 AI가 처리해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죠.
문제는 그 비용 우위가 자기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Euclid는 이를 “택시 디스패처 문제”로 설명합니다. Uber 이전의 택시 디스패처는 운전기사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중간 역할을 했고, 거기서 마진을 가져갔습니다. Uber가 등장하자 그 기능은 플랫폼이 흡수했고, 디스패처는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습니다. 단순히 요금이 더 비싸서가 아니라, 디스패처가 쥐고 있던 ‘연결 기능’ 자체가 플랫폼 안으로 흡수됐기 때문입니다.
AI 서비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입니다. “LLM을 써서 더 싸게 제공한다”는 가치 제안의 핵심 — 즉, 추론 비용 절감 — 은 실제로 해당 스타트업이 만들어낸 것이 아닙니다. OpenAI, Anthropic, Google 같은 모델 랩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모델이 더 저렴해지면 비용 우위가 압축되고, 같은 API를 쓰는 경쟁자가 등장하면 가격 경쟁이 시작됩니다. 현재 전 세계에 약 3만 5천 개의 AI 래퍼 앱이 있고, 진입 장벽은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살아남는 기준: External이 아닌 Internal
Euclid가 제시하는 핵심 프레임은 ‘Service vs. Software’가 아니라 ‘External vs. Internal’입니다.
External AI는 고객이 필요할 때 불러서 작업을 맡기는 방식입니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경쟁자가 나타나면 다음 주에 갈아탈 수 있죠. 반면 Internal AI는 고객의 운영 시스템 깊숙이 들어가 있어 빼내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태를 말합니다. 고객이 생성한 독점 데이터를 보유하고, 공급망이나 파트너 생태계와 연결되어 있으며, 인접한 워크플로우 여럿에 통합되어 있는 경우입니다.
Euclid는 Vertical AI 스타트업을 두 축 — Internal/External, 웻지/플랫폼 — 으로 나눠 4개의 사분면으로 분류합니다.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Internal 플랫폼으로 진화한 기업들이고, 가장 위험한 곳은 External 웻지에 머물러 있는 곳, 즉 낮은 가격을 유일한 무기로 삼는 곳입니다.
저가 전략도 의도가 있으면 무기다
그렇다고 AI 서비스로 시작하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Euclid는 “가격 경쟁이 나쁜 게 아니라, 그게 전부라면 나쁜 것”이라고 정리합니다. 저렴한 AI 서비스를 무기로 빠르게 고객을 확보하고, 그 포지션을 발판 삼아 데이터 축적과 워크플로우 내재화로 나아가는 것은 유효한 전략입니다. 스스로 먼저 가격을 바닥까지 낮춰 기존 플레이어를 밀어내고 시장 선점권을 가져가는 방식이죠.
핵심은 저가 서비스를 최종 목적지가 아닌 진입점으로 삼는 것, 그리고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더 깊이 내재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SaaS 역사의 승자들 — Veeva, Procore, Toast — 이 더 저렴해서 이긴 게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고객의 업무 방식과 데이터 구조에 너무 깊이 들어가 있어서 빼내기 어려운 시스템이 됐습니다. Euclid는 AI 네이티브 플랫폼이 이 과정을 훨씬 강력하게 반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람이 화면을 직접 조작할 때만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모든 워크플로우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지능을 복리로 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uclid는 모트(해자)의 종류, 단계별 중요도, 구체적인 사례 분석도 함께 제공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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