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슈퍼볼에는 AI 광고가 쏟아졌습니다. 모호한 AI 플랫폼을 홍보하거나, AI로 만든 영상미를 과시하는 광고들이 끊임없이 이어졌죠. 시청자 수억 명이 지켜봤지만, 그들이 얻어간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AI 기술 리더이자 전략가인 Louise Allen은 Inc.com 기고 글에서, 이 장면이 지난 몇 년간 AI 업계가 소비자와 맺어온 관계의 축소판이라고 분석합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AI의 장기적 가능성에 낙관적이지만, 대다수 소비자의 경험은 정반대입니다. Merriam-Webster가 2025년 올해의 단어로 “slop”을 선정한 것은, 그 불신이 얼마나 광범위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입니다.
출처: From AI Hype to AI “Slop”: Why Consumers Are Losing Trust in Generative AI – Inc.com
AI가 “슬롭”이 된 구조적 이유
소비자 불신은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닙니다. Allen은 그 뿌리를 기업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찾습니다. AI 기업들은 처음부터 구체적인 성과보다 “무한한 잠재력”을 앞세웠고, AI를 특정 문제를 푸는 도구가 아니라 기업이 마땅히 도입해야 할 트렌드로 포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솔루션이 모든 것의 답인 동시에 아무것의 답도 아닌, 모호한 메시지가 반복됐습니다.
현실에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결과는 명확합니다. 소셜미디어에는 AI가 만들어낸 가짜 인물과 이야기가 넘쳐나고,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서는 AI를 활용한 사기가 늘고 있습니다. 기업의 AI 도입 프로젝트는 재무적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잦고, 오히려 직원들의 업무를 더 어렵게 만든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경험이 쌓인 결과가 지금의 불신입니다.
출판계에서 터진 ‘Shy Girl’ 사건은 이 분위기가 어디까지 퍼졌는지를 보여줍니다. 호러 소설에 AI 생성 텍스트가 포함됐다는 의심을 출판사가 아닌 독자들이 먼저 제기했고, Hachette는 이미 출간된 영국판까지 회수하기로 했습니다. 출판사가 공식 검토보다 독자의 집단 감식안을 먼저 믿은 셈입니다.
신뢰를 되찾으려면: 세 가지 전환
Allen은 변화의 주도권이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에 있다고 못 박습니다. 소비자에게 AI를 다르게 봐달라고 설득하는 것은 순서가 틀렸다는 겁니다. 그가 제시하는 방향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유저”가 아닌 사람을 위해 만들 것. 범용 도구의 유혹은 이해할 수 있지만, 지금의 AI 기술은 특정한 사람의 특정한 역할에 맞춰질 때 가장 효과적입니다. 제품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구체적인 대상을 중심에 놓아야 합니다.
둘째, 기능이 아닌 결과를 말할 것.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가진 문제를 해결해 줄 때만 도구를 씁니다. “이 모델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이것이 당신의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기술적 진보를 홍보하는 대신, 구체적인 성공 사례를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입니다.
셋째, 지금 가능한 것과 아닌 것을 솔직히 구분할 것. AI가 언젠가 범용 최적화를 실현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로드맵을 과장하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명확히 분리하는 것이, 오히려 “하이프 피로(hype fatigue)”를 줄이고 신뢰를 쌓는 길입니다.
“슬롭”에서 “구체성”으로
Allen은 AI 불신의 책임이 업계에 있다고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하려는 욕심이 오히려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전환이 늦어질수록, AI의 잠재력은 “슬롭”이라는 딱지에 가려질 수 있습니다.
“specificity(구체성)”를 2026년의 키워드로 삼자는 그의 제안은 기술의 방향이 아니라, 기업이 사람과 맺는 관계의 방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참고자료: Publisher pulls horror novel ‘Shy Girl’ over AI concerns – TechCrunch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