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모든 프로그래밍 언어는 인간이 읽고 쓰기 위해 설계됐습니다. AI 에이전트는 나중에 끼워 맞춰졌죠. Vercel의 엔지니어 Chris Tate가 그 순서를 뒤집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에이전트가 처음부터 주 사용자인 언어, Zero입니다.

Vercel이 오픈소스로 공개한 실험적 시스템 언어입니다. 아직 pre-1 단계로 프로덕션 사용을 권장하지 않지만, 이 프로젝트가 던지는 질문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컴파일러가 에이전트와 대화할 수 있다면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출처: Zero — The programming language for agents – GitHub / vercel-labs
컴파일러가 에이전트에게 말하는 방식
기존 언어에서 컴파일러 오류는 인간을 위한 텍스트 메시지입니다. 에이전트는 이걸 읽으려면 사람처럼 문자열을 파싱해야 했죠.
Zero는 다릅니다. 컴파일러 오류가 처음부터 구조화된 JSON으로 반환됩니다. 안정적인 에러 코드, 발생 위치, 그리고 수정 제안까지 포함해서요. 에이전트는 텍스트를 해석하는 대신 데이터를 읽고 바로 다음 행동을 결정합니다.
비유하자면, 지금까지 에이전트는 선배 개발자가 남긴 포스트잇 메모를 해독해야 했습니다. Zero는 선배가 에이전트의 언어로 직접 설명서를 써주는 방식입니다.
에이전트가 쓰기 좋은 언어의 조건
Zero가 설계 목표로 삼은 것들을 보면, 이 언어가 무엇을 해결하려는지 윤곽이 잡힙니다.
- 작은 언어 표면: 특수한 규칙을 최소화해서 에이전트가 예시와 문서만으로 빠르게 학습할 수 있게 합니다. 인간에게 친숙한 언어일수록 예외 규칙이 많은데, 그게 에이전트에겐 오히려 불확실성이 됩니다.
- 표준 라이브러리 중심: 대부분의 작업이 외부 패키지 없이 내장 API로 해결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에이전트가 의존성을 검색하고 선택하는 과정 자체를 줄이겠다는 거죠.
- 결정론적 툴체인:
check,build,run,test,format, 의존성 그래프, 크기 보고까지 하나의 CLI에서 처리합니다. 모든 출력이 기계가 읽기 좋은 형식입니다. - 작은 바이너리: 가비지 컬렉터나 런타임 없이 작은 네이티브 바이너리로 컴파일됩니다. CLI 도구나 서버리스 함수 같은 환경에 맞게 설계됐습니다.
파일 확장자가 .0인 것도 재미있는 디테일입니다.
에이전트 시대의 언어 설계
에이전트가 실제 코딩 작업을 수행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Claude Code, Codex 같은 코딩 에이전트가 이미 수백만 명이 쓰는 도구가 됐고, 에이전트가 코드를 생성하고 오류를 수정하는 루프가 일상적인 개발 흐름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 루프의 핵심 부품인 컴파일러와 언어는 여전히 인간 개발자를 위해 설계된 상태입니다. Zero는 이 간극을 언어 설계 레벨에서 좁히려는 시도입니다.
물론 아직은 실험입니다. Vercel 스스로 “pre-1이고 의도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밝히고 있고, 실제 프로덕션 환경에서 쓸 수 있는 언어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방향이 맞다면, 언어 설계의 기준이 “인간이 읽기 쉬운가”에서 “에이전트가 다루기 쉬운가”로 확장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Zero는 Apache 2.0으로 공개된 오픈소스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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