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I/O 무대에서 인류의 “심오한 순간”을 선언한 사람이, 같은 날 업계를 향해 날카로운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Google DeepMind CEO 데미스 하사비스가 Google I/O 2026 키노트를 마무리하며 “우리는 지금 싱귤래리티의 산기슭에 서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바로 같은 날 Wired와의 인터뷰에서는 AI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직원을 해고하는 기업들을 “상상력과 이해력의 부재”라고 비판했습니다.
출처: Demis Hassabis said this might be the ‘foothills of the singularity.’ What? – The Verge
“싱귤래리티의 산기슭”
하사비스는 I/O 키노트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구글의 최첨단 연구와 제품은 AGI의 놀라운 잠재력을 여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훗날 우리는 이 시간이 싱귤래리티의 산기슭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불과 몇 달 전, 그는 전혀 다른 말을 했습니다. 지난 3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싱귤래리티는 완전한 AGI의 도래를 뜻하는 말”이라며 “우리는 거기서 아직 한참 멀었다”고 말했거든요. 같은 인터뷰에서 그는 “2030년까지 AGI에 도달할 확률이 50%”라는 예측도 내놓았습니다.
하사비스가 I/O 키노트 직전에 선보인 것은 Gemini 3.5 Flash였습니다. 대규모 코드베이스 언어 변환, 복잡한 버그 탐지, 운영체제 전체 작성까지 소화하는 에이전틱 코딩 모델입니다. “AI가 드디어 개발자를 대체한다”는 공포를 부추기기에 충분한 발표였죠. 하지만 그는 정반대 방향으로 말을 꺼냈습니다.
“3배 생산적이라면, 3배 더 많이 만들면 됩니다”
하사비스는 Wired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사람들이 (개발자 소멸에 대해) 그렇게 확신하며 돌아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그런 메시지를 퍼뜨리는 데 다른 동기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자금 조달 같은 것들이요.”
구체적인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발언이 누구를 겨냥하는지 맥락을 읽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Anthropic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최근 몇 달간 “AI가 초급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절반을 없앨 수 있다”는 경고를 반복해왔습니다. 그 발언이 나올 때마다 Anthropic의 기업가치 협상 소식도 함께 언급됐죠.
하사비스의 논리는 다릅니다. 엔지니어가 3~4배 더 생산적이 된다면, 그 여력으로 3~4배 더 많은 것을 만들면 된다는 겁니다. “저는 약물 발견부터 게임 디자인까지 수백만 가지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엔지니어들이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AI 생산성 향상의 수혜가 감원이 아닌 확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뭔가 여전히 빠져 있다”
하사비스의 두 발언을 나란히 놓으면 흥미로운 긴장감이 생깁니다. 한편으로는 싱귤래리티의 문턱에 와 있다고 선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AI가 아직 인간 없이 히트작 하나도 만들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뭔가 여전히 빠져 있다”는 게 그의 표현입니다.
코딩이 거의 해결된 영역처럼 보이는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는 AI가 블록버스터 앱이나 비디오 게임을 인간의 도움 없이 만들어낸 사례가 없다는 점을 짚습니다. 개발자 역할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달라진다는 그림이죠. 구글 자체도 신규 코드의 약 30%를 AI가 생성하고 있다고 순다르 피차이 CEO가 밝힌 바 있습니다. 하사비스가 강조하는 건 그 절감분을 더 큰 야망에 쓰자는 것입니다.
참고자료: Demis Hassabis Thinks AI Job Cuts Are Dumb – W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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