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Block의 창업자 잭 도시는 4,000명 감원을 발표하며 AI가 가능하게 한 “새로운 방식의 일”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취재에서 드러난 건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팬데믹 기간 세 배 이상 늘린 인력을 감당할 수 없는 재무 압박이었고, 현장 직원들은 “AI로 얻은 생산성 향상이 거의 없었다”고 증언했습니다.

AI와 소프트웨어 개발의 미래를 연구하는 뉴스레터 Normal Tech AI가 Block, Snap, Intuit의 구조조정 사례를 분석하고, 연방준비제도·GitHub·New York WARN Act 데이터를 종합해 AI가 실제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결론은 “AI가 일자리를 대규모로 대체한다는 내러티브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출처: Why AI hasn’t replaced software engineers, and won’t – Normal Tech AI
AI 워싱(AI Washing): CEO들이 말하지 않는 것
Block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Snap은 65%의 신규 코드가 AI로 작성된다며 1,000명을 줄였지만, 감원 대상은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이 아니라 AR 사업부에 집중됐습니다. Intuit는 3,000명 감원 발표와 동시에 Anthropic·OpenAI와 계약을 맺어 AI 구조조정으로 보도됐지만, CEO가 직접 “AI와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습니다.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미국 채용 담당자의 59%가 채용 동결이나 감원을 설명할 때 재무 압박보다 AI를 내세우는 게 이해관계자에게 더 잘 통한다고 인정했습니다. 뉴욕주는 2025년부터 WARN Act(대규모 감원 사전 신고 의무) 서류에 AI 체크박스를 추가했는데, 1년간 160개 기업이 신고서를 제출하며 약 25,000명이 실직했지만 AI에 체크한 기업은 단 한 곳뿐이었습니다.
Forrester 애널리스트 J. P. Gownder의 말이 이 상황을 잘 요약합니다. “AI 기반 감원을 준비한다는 기업들에게 실제 AI 앱이 준비됐는지 물으면, 열 중 아홉은 시작조차 안 했다고 답한다.”
코딩은 병목이 아니었다
Snap CEO가 “AI가 코드의 65%를 작성한다”고 말할 때, 그 배경에는 단순한 가정이 깔려 있습니다. AI가 코드를 전부 쓰면 개발자가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가정의 전제 자체가 틀렸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진이 2019년 6,000명의 개발자를 분석한 결과, 실제 코드 작성에 쓰는 시간은 전체 업무의 9~61%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는 회의, 디버깅, 코드베이스 이해, 요구사항 정의 같은 활동이었습니다. GitHub의 100,000명 개발자 데이터는 이 결론을 수치로 확인해줍니다. AI 에이전트 도입 후 작성된 코드 줄 수는 8배 늘었지만, 실제 릴리스 건수는 30% 증가에 그쳤습니다. 실행(코딩)이 아닌 다른 곳에 병목이 있다는 뜻입니다.
Decide-Execute-Deliver 샌드위치
연구진은 이 현상을 “샌드위치 모델”로 설명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세 층으로 이루어집니다.
- Decide(결정) — 무엇을 만들지 정의하기. 사용자 니즈, 시장 신호, 조직 우선순위, 규제 제약을 종합해 요구사항을 정하는 단계
- Execute(실행) — 설계하고 코드로 구현하기
- Deliver(검증/납품) — 테스트, 검증, 통합, 유지보수
AI는 가운데 실행 레이어를 압축하는 데 탁월합니다. 그러나 위아래 두 레이어는 다릅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은 비즈니스 맥락과 판단력을 요구하고, ‘제대로 만들어졌는지’를 검증하고 책임지는 일은 깊은 시스템 이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AI 능력이 개선된다고 해서 자동화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 인간이 의사결정과 책임의 주체로 남아 있는 한 구조적으로 인간 개입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바이브 코딩과 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은 다르다
“AI가 코드를 다 짜준다”는 인식과 현장 실태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습니다. 진짜 바이브 코딩은 에이전트에게 지시만 하고 코드를 검토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반면 실제 현업 개발자 대부분은 에이전트를 도구로 쓰면서 결과물을 직접 검토하고 책임집니다. 이를 에이전틱 엔지니어링(agentic engineering)이라 부릅니다.
오픈소스 개발자 로깅 데이터를 분석한 SWE-chat 연구에 따르면, AI가 생성한 코드 중 실제 커밋에 살아남는 비율은 44%에 불과했습니다. 바이브 코딩 방식의 커밋은 사람이 작성한 코드보다 보안 취약점이 9배 많았고, 개발자들이 에이전트에게 가장 많이 요청한 작업 1위는 새 코드 생성이 아니라 기존 코드 이해였습니다(19% vs 13%). 에이전트를 감독하는 일 자체가 상당한 인지 부하를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더 많은 소프트웨어, 더 많은 개발자?
역설적이게도 연구진은 AI로 인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수요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비용이 낮아지면 더 많은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지고, 그 소프트웨어를 결정하고 검증할 사람이 더 필요해지는 구조입니다. 연방준비제도 경제학자들의 분석에서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고용은 ChatGPT 이후에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AI가 없었을 경우보다 연 3%포인트 낮은 속도로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이것이 모든 개발자에게 좋은 소식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전체 수요가 유지되더라도 어떤 유형의 개발자, 어떤 회사, 어떤 지역이 수혜를 받는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에세이는 시리즈의 첫 번째 글이며, 다음 편에서는 전체 고용이 건강하더라도 개별 개발자의 커리어가 왜 요동칠 수 있는지를 다룬다고 예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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