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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르쿤이 말하는 오픈소스 AI, 대부분의 나라엔 유일한 선택지

메타의 수석 AI 과학자였던 얀 르쿤(Yann LeCun)은 빅테크가 주도하는 거대 AI의 상징 같은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UN 연단에 서서 빅테크식 독점 AI를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결론은 단호했습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게 오픈소스 AI는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니라 유일한 길이라는 것입니다.

사진 출처: Techstrong.ai

‘AI 대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르쿤이 UN 오픈소스 위크(UN Open Source Week) 기조연설에서 던진 메시지입니다. 그는 AI를 곧 우리가 디지털 세계와 만나는 거의 모든 접점을 매개할 ‘인프라’로 규정하고, 이 매개를 소수의 독점 시스템이 장악하면 문화·언어 다양성과 민주주의 자체가 위험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참고로 르쿤은 이 발언 무렵 12년간 몸담은 메타를 떠나 오픈소스 진영의 활동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상태입니다.

출처: For Most of the World, Open-Source AI Is the Only Way Forward – Techstrong.ai

AI를 ‘인프라’로 본다는 것의 의미

르쿤의 출발점은 AI를 검색엔진 같은 도구가 아니라 전기나 통신망 같은 기반 시설로 본다는 데 있습니다. 머지않아 사람들이 정보를 다루는 거의 모든 행위가 AI를 거치게 된다는 것이죠.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만약 이 기반 시설을 미국 서부 해안과 중국의 몇몇 빅테크 기업이 독점한다면, 모든 정보가 특정 가치관에 편향된 소수의 시스템을 통과하게 됩니다. 르쿤은 “편향 없는 AI 시스템 같은 건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다양한 AI가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그는 이를 언론 다양성에 빗댑니다. 건강한 사회에 다양한 언론이 필요하듯, 다양한 AI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여기서 그의 핵심 주장이 나옵니다. 대부분의 나라는 프런티어급(frontier, 최첨단) 모델을 자력으로 만들 돈도, 자원도, 인력도 없습니다. 하지만 공유된 오픈 플랫폼이 있다면 각자 기여하며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픈소스가 단순히 ‘있으면 좋은’ 선택이 아니라 AI 주권으로 가는 유일한 경로라는 것입니다.

데이터는 안 보내고 모델만 함께 키운다

이 비전을 실제로 구현하려는 것이 르쿤이 합류한 프로젝트 태피스트리(Project Tapestry)입니다. AI Alliance라는 200곳이 넘는 조직이 참여한 비영리 연합이 추진하는 오픈소스 플랫폼으로, 여기서 르쿤은 수석 과학 자문(Chief Science Advisor)을 맡고 있습니다.

핵심 아이디어는 ‘연합형(federated) 훈련’입니다. 작동 방식을 단순화하면 이렇습니다.

  1. 중심에는 모두가 함께 쓰는 공유 기반 모델이 있습니다.
  2. 각 나라나 기관은 자기 데이터를 외부로 내보내지 않습니다. 민감한 데이터는 자기 노드 안에 그대로 둡니다.
  3. 대신 그 데이터로 로컬에서 모델 가중치(weight)를 업데이트하고, 결과로 나온 가중치만 중심으로 보냅니다.
  4. 중심은 각지에서 모인 가중치를 통합해 더 강해진 기반 모델을 만들고, 다시 모두에게 돌려줍니다.

데이터는 한 발짝도 떠나지 않는데 모델은 전 세계의 지식으로 함께 자라는 구조입니다. 각 참여자는 이렇게 키운 기반 모델 위에서 자국 언어와 가치에 맞춘 ‘주권형 파생 모델(sovereign derivative)’을 직접 만들어 완전히 소유할 수 있습니다. 르쿤이 말하는 주권이란, 기술의 미래를 소수의 ‘테크 형님들’이 아니라 사회가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단계로, 르쿤은 2027년 초 실제 운영 단계 진입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AI가 위험하다는 주장은 과장됐다”

연설의 상당 부분은 AI 위험론에 대한 반박이었습니다. AI가 본질적으로 위험하니 접근을 규제해야 한다는 담론이 있는데, 르쿤은 그 위험이 크게 부풀려졌다고 봅니다.

그가 든 비유가 날카롭습니다. 보안을 이유로 AI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15세기에 인쇄술의 사용을 막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어떤 정보가 퍼질지 통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말이죠. 그는 이를 “중세적 우매주의”라 부릅니다.

구체적인 위험 시나리오도 반박합니다. 생물무기를 예로 들며, 정보 접근이 진짜 병목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레시피를 구하는 건 비교적 쉽지만, 실제로 만드는 것은 (특히 자기 목숨을 잃지 않으면서 만드는 것은) 엄청나게 복잡하다는 것이죠. 사이버 보안에 대해서도 약점을 찾아내는 시스템은 거꾸로 방어를 강화하는 데도 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가 보기에 진짜 위험은 AI 자체가 아니라, 일어날지 모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근거로 기술을 소수의 기업과 지정학적 울타리 안에 가두는 일입니다.

인터넷의 역사가 반복된다는 전망

르쿤은 자신의 주장을 오픈 플랫폼이 독점 스택을 밀어낸 역사 위에 올려놓습니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서비스를 하려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나 델, HP의 독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사야 했지만, 2000년대 초 범용 하드웨어와 오픈소스 스택이 그 시장을 완전히 갈아치웠습니다. 오늘날 스마트폰과 통신 기지국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위에서 돌아갑니다. 시장이 오픈소스를 택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더 싸고, 더 안전하고, 필요할 때 현지화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가 독점 모델의 지속 불가능성을 짚는 대목도 흥미롭습니다. 월 200달러짜리 프로 구독을 가장 무겁게 쓰는 사용자 한 명을 서비스하는 데 드는 비용이 약 1만 5,000달러에 이른다는 수치를 인용하며, 지금의 AI는 투자자 보조금으로 굴러가고 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가격이 오르거나 추론 비용이 크게 떨어져야 하는데, 바로 그 지점에서 작고 효율적인 오픈 모델의 설득력이 커진다는 것이죠.

개발도상국에 필요한 가치의 상당수는 최고급 모델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르쿤은 인도 농부들이 스마트 안경으로 작물 질병이나 수확 시기를 AI에 묻는 실험을 예로 들며, 이런 응용은 추론 비용이 20배에서 100배 내려갈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고 말합니다. 로컬에서 돌아가는 작은 오픈 모델이 그 답이라는 것입니다.

연설의 결론은 인터넷 역사의 반복입니다. 오늘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거대 상용 AI에 집착하지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쓰는 기업들이 상업 인터넷을 시작한 회사들을 대체했듯, 오픈 AI가 지금의 지배적 상용 모델을 대체하리라는 전망입니다.

르쿤의 주장은 분명 한쪽 진영의 강한 입장이며, AI 안전을 우려하는 쪽에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대목도 많습니다. 다만 ‘AI 주권’과 ‘문화 다양성’이라는 언어가 모로코, 시에라리온, 자메이카 같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 대표들에게 즉각 호응을 얻었다는 점은, 오픈소스 논쟁이 단순한 기술 선호를 넘어 누가 AI의 미래를 결정하느냐는 질문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연설 전체의 맥락과 다른 발언자들의 반응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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