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인의 절반이 AI에게 재무 조언을 구합니다. 그런데 그 조언을 실제로 따르면 어떻게 될까요. MIT 슬론 경영대학원 연구팀이 이 질문에 답하는 연구를 내놓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AI 조언은 예상보다 훨씬 쓸만했습니다. 단,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품질 차이가 컸습니다.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금융학과 교수 타하 슈크만 연구팀이 GPT-5.2, GPT-5.6, Gemini 3 Flash가 내놓는 재무 조언의 질을 측정하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좋은 재무 결정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는 생애주기 모델을 먼저 만들고, 실제 사용자 1,000명이 작성한 프롬프트에 AI가 어떻게 답하는지를 이 기준과 비교하는 방식입니다.
출처: AI financial advice is surprisingly good — especially if you ask the right questions – MIT Sloan
저축하고, 분산투자하고, 나이 들수록 안전하게
연구팀은 22세부터 89세까지 사람들이 AI 조언을 계속 따랐다고 가정하고 결과를 시뮬레이션했습니다. 그 결과 30세 이상 거의 모든 사람에게서 눈에 띄는 저축 여력이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죠. AI는 일하는 동안은 저축하고, 은퇴 후엔 그 저축을 헐어 쓰고, 분산된 주식형 펀드에 적극 투자하고, 45세 이후엔 주식 비중을 줄이라고 일관되게 조언했습니다. 이 흐름은 학계가 말하는 “좋은 재무 원칙”과 대체로 일치했습니다.
슈크만 교수는 “질문을 어떻게 했는지 실제로 읽어보면, 조언이 학계 기준과 이렇게까지 맞아떨어질 거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며 예상보다 좋은 결과에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약점은 있었다, 실직 같은 변수 앞에서
다만 AI가 서툰 지점도 분명했죠. 상황이 급격히 바뀔 때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예를 들어 실직을 겪은 사람에게는 저축이 남아있는데도 지출을 지나치게 줄이라고 권했습니다. 포트폴리오를 상황에 맞춰 적극적으로 재조정하기보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경향도 있었죠.
연구팀은 이 약점이 질문 방식과 관련 있다고 봤습니다. 일반 사용자의 프롬프트는 “50달러로 시작해서 매달 25달러씩 더 넣으면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요” 정도로 단순했습니다. 반면 나이, 고용 상태, 소득, 저축액에 더해 세율이나 은퇴 시점 가정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한 “학술적” 프롬프트를 넣었을 때는 AI의 답변 품질이 뚜렷하게 좋아졌죠. 슈크만 교수는 “보통 사람들은 재무학 교수처럼 질문을 쓰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같은 AI인데 조언이 갈렸다
가장 눈에 띄는 발견은 따로 있습니다. 같은 AI 모델이라도 누가 물었는지에 따라 조언이 달라졌고, 이 차이가 은퇴 무렵 자산 격차로 이어졌죠. 남성이거나 금융 지식이 많거나 AI 사용 경험이 있는 사람이 물었을 때 받은 조언을 따르면, 60세 시점 자산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약 5% 더 많았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 패턴이 확인됐습니다. AI는 남성이나 금융 지식이 높은 사용자의 질문에 더 높은 주식 비중을 권했는데, 이 차이가 누적되면서 여성과 금융 지식이 낮은 사용자는 60세 시점에 약 5만 달러(4%) 적은 자산을 갖게 됐죠. 또 AI로 재무 조언을 받아본 적 없는 사용자에게는 더 낮은 저축률을 권했고, 이는 60세 기준 약 10만 달러(6%) 적은 자산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격차의 원인을 나누어보면, 3분의 2는 사용자마다 프롬프트를 다르게 쓰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컨대 여성은 “가족”, “장보기”, “지불” 같은 단어를 더 많이 썼고, 남성은 “전략”, “코인”, “성장” 같은 단어를 더 많이 썼죠. 나머지 3분의 1은 완전히 같은 질문이라도 프롬프트에 “여성이 물었다”는 라벨만 붙이면 모델이 다르게 답한 데서 비롯됐습니다.
무엇을 묻느냐가 조언의 질을 결정한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건 AI 재무 조언 자체의 신뢰도보다, 질문을 구성하는 방식이 결과를 얼마나 좌우하는지죠. 나이·소득·리스크 허용도 같은 구체적 정보를 담아 물을수록 AI의 답변은 학계 기준에 가까워졌고, 짧고 막연한 질문일수록 품질이 떨어졌습니다. 같은 도구를 쓰더라도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재무 조언을 넘어 AI를 대하는 방식 전반에 적용해볼 만한 관찰입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