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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 달러 AI 유니콘의 몰락: Builder.ai 사건이 드러낸 AI 워싱의 민낯

AI 붐이 절정에 달한 2024년, 한 스타트업의 몰락이 전 세계 기술 업계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카타르 국부펀드의 지원을 받으며 15억 달러 가치로 평가받았던 Builder.ai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그 이면에 숨겨진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났습니다. ‘AI 기술’이라고 주장했던 것들이 실제로는 인도의 700명 엔지니어들이 수동으로 처리하고 있었다는 사실 말입니다.

화려한 성공 스토리 뒤에 숨겨진 거짓말

Builder.ai는 2016년 사친 데브 두갈(Sachin Dev Duggal)이 설립한 런던 기반의 스타트업으로, “누구나 몇 분 만에 앱을 만들 수 있다”는 혁신적인 비전을 내세웠습니다. 회사는 ‘Natasha’라는 디지털 어시스턴트를 통해 AI가 자동으로 코드를 생성하고 앱을 개발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비전은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카타르 국부펀드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총 4억 4천 5백만 달러를 투자했고, 회사는 AI 유니콘 기업으로 각광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거대한 허상이었습니다. 2019년부터 월스트리트 저널 등 언론에서 Builder.ai의 AI 기술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지만,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전직 직원들은 이를 두고 “엔지니어만 있고 AI는 없다(all engineer, no AI)”라고 증언했습니다.

사기의 전말: ‘AI’라는 이름의 인력 대체

실제로 Builder.ai의 운영 구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회사가 ‘AI 기술’이라고 광고한 앱 개발 과정은 실제로는 인도에 있는 약 700명의 엔지니어들이 수동으로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고객이 앱 개발을 요청하면, ‘Natasha’ AI가 처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도의 엔지니어들이 밤낮없이 코딩 작업을 수행했던 것입니다.

Coding team working
실제로는 수백 명의 엔지니어들이 수동으로 작업했던 Builder.ai의 ‘기술’

이는 단순한 기술적 과대광고를 넘어선 의도적인 사기였습니다. 회사는 투자자들에게 AI 기술의 혁신성을 강조하며 자금을 유치했지만, 실제로는 전통적인 아웃소싱 모델에 ‘AI’라는 포장지만 씌운 것이었습니다.

재정 조작에서 파산까지

Builder.ai의 몰락은 2025년 5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대출업체 Viola Credit이 회사의 2024년 매출이 300% 부풀려졌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창업자 두갈은 2억 2천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주장했지만, 감사 결과 실제 매출은 단 5천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이 발견으로 Viola Credit은 즉시 Builder.ai 계좌에서 3천 7백만 달러를 압류했고, 회사는 유동성 위기에 빠졌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회사는 아마존에 8천 5백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에 3천만 달러의 클라우드 컴퓨팅 비용을 지불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결국 2025년 2월 두갈을 대신해 CEO로 취임한 만프리트 라티아(Manpreet Ratia)가 재정 조작의 실상을 발견했고, 회사는 파산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약 1,000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AI 워싱: 현실이 된 우려

Builder.ai 사건은 ‘AI 워싱(AI Washing)’이라는 새로운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습니다. AI 워싱이란 실제로는 AI 기술을 사용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만 사용하면서도, 마케팅과 투자 유치를 위해 AI 기술을 과대포장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AI vs Human illustration
AI 워싱: 가짜 AI로 포장된 기술들이 투자자들을 속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ChatGPT의 등장으로 촉발된 AI 투자 붐과 맞물려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기존 서비스에 ‘AI’ 라벨만 붙이거나, 최소한의 AI 기술만 도입하고도 혁신적인 AI 기업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4년부터 2025년 사이 여러 규제 기관들이 AI 워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AI 관련 주장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고, 유럽연합도 AI 규제법을 통해 이러한 행위를 제재하기 시작했습니다.

투자자와 업계에 주는 교훈

Builder.ai 사건은 AI 시대의 투자자와 기업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첫째, 기술적 실사의 중요성입니다. 투자자들은 화려한 마케팅 문구에 현혹되지 말고, 실제 기술의 작동 원리와 구현 수준을 철저히 검증해야 합니다. Builder.ai의 경우 초기부터 기술적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이를 간과한 결과 막대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둘째, 재정 투명성의 필요성입니다. 고성장을 주장하는 기업일수록 매출과 수익성에 대한 독립적인 검증이 필수적입니다. Builder.ai처럼 300% 매출 부풀리기 같은 조작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습니다.

셋째, AI 기술 평가의 새로운 기준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AI를 사용한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어떤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그 기술이 실제로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진정한 AI 혁신을 위한 길

Builder.ai의 몰락이 AI 산업 전체의 문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진정한 AI 기술을 통해 혁신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AI 붐 속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안목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진정한 AI 혁신을 위해서는 투명성, 검증 가능성, 그리고 실질적인 가치 창출이 핵심입니다. 기업들은 화려한 마케팅보다는 실제 기술력과 비즈니스 가치에 집중해야 하고, 투자자들은 더욱 철저한 기술적 검증을 통해 진정한 혁신 기업을 선별해야 합니다.

Builder.ai의 몰락은 AI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더 건전하고 투명한 AI 생태계를 만들어나가야 할 필요성을 제시합니다.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진정한 AI 혁신이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때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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