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의 동영상 생성 AI Sora 2가 출시된 지 한 달도 안 돼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 캐릭터를 닮은 영상들이 폭발적으로 쏟아졌습니다. 포켓몬, 스폰지밥, 각종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Sora 2로 재생산되며 앱스토어 1위에 올랐죠. 그런데 정작 이 캐릭터들을 만든 회사들은 허락한 적이 없습니다.

스튜디오 지브리, 반다이남코, 스퀘어에닉스 등 일본 주요 콘텐츠 기업들을 대표하는 해적판 단속 단체 CODA(Content Overseas Distribution Association)가 10월 27일 OpenAI에 공식 항의서를 제출했습니다. Sora 2가 일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학습 데이터로 사용했으며, 이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내용입니다.
출처: Studio Ghibli Demands That OpenAI Stop Ripping Off Its Work – Futurism
옵트아웃이 아니라 옵트인이 원칙입니다
CODA의 항의 핵심은 명확합니다. 첫째, 회원사의 콘텐츠를 허락 없이 AI 학습에 사용하지 말 것. 둘째, Sora 2가 생성한 저작권 침해 결과물에 대해 성실히 대응할 것.
OpenAI는 처음에 저작권자들이 직접 옵트아웃을 요청해야 데이터를 제외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다 논란이 커지자 기본값을 옵트아웃으로 변경했죠. 하지만 CODA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일본 저작권법에서는 애초에 사전 허락이 필요하며, “나중에 거부하면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OpenAI의 전략은 노골적입니다. 일단 저작권 콘텐츠로 학습시켜 화제를 만들고 앱을 앱스토어 1위에 올린 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 대응하는 식이죠. Sora 2로 만든 영상 중에는 가짜 샘 알트만이 죽은 피카츄를 굽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가짜 알트만이 포켓몬 무리를 보고 “닌텐도가 고소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죠.
실제 샘 알트만은 Sora 2 출시 후 블로그에 “일본의 놀라운 창작 결과물을 인정하고 싶다”며 “사용자들과 일본 콘텐츠의 깊은 연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썼습니다. 그의 소셜미디어 프로필 사진은 지금도 지브리 스타일로 생성한 자신의 초상화입니다. 지난 3월 ChatGPT가 이미지 생성 기능을 출시했을 때 지브리 스타일 셀카가 메가 바이럴을 탔고, 알트만도 여기 동참했던 거죠.
일본의 조직적 대응
이번 CODA의 항의는 개별 기업이 아닌 산업 단체가 법적 논리를 갖춰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10월 중순 일본 정부도 OpenAI에 공식 요청을 보냈습니다. 키우치 미노루 지적재산권·AI 전략 담당 장관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대체 불가능한 보물”이라고 표현했죠.
AI 기업들의 “일단 쓰고 나중에 처리하자” 전략은 이제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처럼 콘텐츠 산업이 국가 경제와 문화적 정체성에 중요한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CODA는 “AI 기술의 건전한 발전과 권리자·창작자의 권리 보호가 모두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OpenAI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번 사건은 AI 기업들이 저작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 같습니다. 저작권자의 사전 동의 없이 학습 데이터로 쓰고, 나중에 문제가 되면 그때 빼주겠다는 방식이 법적으로 정당한지에 대한 답이 나올 테니까요.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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