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AI가 만든 ‘가짜 드레이크’ 노래가 인터넷을 뒤흔들었습니다. 유니버설 뮤직 그룹(UMG), 소니, 워너 같은 메이저 레이블들은 즉각 AI 음악 회사들을 저작권 침해로 고소했죠. 그런데 불과 2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같은 레이블들이 이제는 AI 스타트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The Verge가 11월 20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AI 음악 스타트업 Klay가 UMG, 소니, 워너 등 메이저 레이블 3사 모두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최초의 AI 음악 회사가 됐습니다. 스스로를 ‘윤리적 AI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Klay는 라이선스를 받은 수천 곡으로 학습한 모델로 사용자가 기존 곡을 다양한 스타일로 리믹스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출처: The music industry is all in on AI – The Verge
소송에서 계약으로: 무엇이 바뀌었나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음악 산업과 AI 기술 회사들은 법정에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메이저 레이블들은 Udio와 Suno 같은 AI 음악 생성 서비스를 ‘대규모 저작권 침해’로 고소했고, TikTok과는 플랫폼 내 AI 콘텐츠 문제로 공개적으로 충돌했죠. AI 탐지 도구를 개발하며 자사 음악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2025년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UMG는 10월에 Udio와 합의했고, 워너도 같은 회사와 소송을 정리하며 오히려 AI 음악 플랫폼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워너는 보도자료에서 Klay를 이렇게 칭찬했습니다: “Klay는 인간 아티스트를 대체하려는 밈 생성 엔진이 아니라, 위대한 아티스트들을 고양시키고 그들의 기술을 기념하는 완전히 새로운 구독 상품입니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째, AI 음악 시장이 이제 무시할 수 없는 규모가 됐습니다. 2024년 기준 29억 달러 규모였던 AI 음악 시장은 2033년까지 387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Suno는 1억 2,500만 달러, Udio는 6,0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죠. 이건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진짜 시장입니다.
둘째, 스트리밍 시대의 구조적 압박입니다. Deezer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일일 신곡 업로드의 18%가 AI로 생성된 곡이라고 합니다. 플랫폼들은 끊임없이 콘텐츠가 필요하고, AI는 그 수요를 거의 무료로 채울 수 있습니다. 레이블들은 이 흐름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Klay의 ‘윤리적’ 접근이 통한 이유
Klay가 메이저 레이블 3사 모두와 계약을 맺은 건 그들의 전략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Suno나 Udio처럼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완전히 새로운 곡을 뚝딱 만들어줍니다”가 아니라, “라이선스 받은 곡으로만 학습하고, 기존 곡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게 해줍니다”라는 메시지를 내세웠죠.
이 접근의 핵심은 ‘대체가 아닌 확장’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곡을 만들어 아티스트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기존 아티스트의 곡을 팬들이 다양한 스타일로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겁니다. 워너의 표현대로 “팬들이 자신의 음악 여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가면서도, 참여한 아티스트와 작곡가들이 제대로 인정받고 보상받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물론 이게 실제로 아티스트들에게 공정한 보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음악 산업은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아티스트보다는 중간 플랫폼과 레이블이 더 많은 몫을 가져갔으니까요.
아티스트에게는 무엇을 의미하나
이 변화가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일까요? 복잡한 문제입니다.
긍정적 측면도 있습니다. Klay 같은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곡이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면서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레이블과 계약을 맺었다는 건 최소한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의미니까요. 빌리 아일리시나 스티비 원더를 포함한 200명 이상의 메이저 아티스트들도 “책임감 있는 AI”를 요구했지 완전한 금지를 원한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우려도 큽니다. 미국 저작권청은 2025년 1월, AI가 “전적으로” 생성한 작품은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당신이 AI로 만든 히트곡의 마스터 녹음권은 가질 수 있어도, 작곡권은 소유할 수 없다는 뜻이죠. 그 곡은 사실상 공공재가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음악의 ‘상품화’ 가속화입니다. AI는 배경 음악이나 기능적 음악(매장 음악, 유튜브 BGM) 제작 비용을 거의 제로로 만들었습니다. 이미 일부 플랫폼에서는 AI 생성 곡의 70%가 봇 농장에 의한 스트리밍 사기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진짜 창작자들은 더 치열한 경쟁에 내몰릴 수 있습니다.
음악의 미래는 어디로
음악 산업의 이번 전환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입니다. 시장 데이터가 분명히 보여주듯,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폭발적인 채택률 속에서 AI 도구들은 이미 정착했습니다.
앞으로 몇 년간 주목해야 할 지점들이 있습니다. 2025~2026년 사이에 학습 데이터 관련 주요 판결들이 나올 예정입니다. 만약 법원이 저작권 있는 곡으로 모델을 학습시키는 게 침해라고 판단하면, Suno나 Udio 같은 회사들은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죠. 반대로 “라이선스 받은 곡으로만” 학습한 ‘윤리적 AI’ 모델들이 부상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스트리밍 플랫폼들도 변화할 겁니다. 완전히 AI로 만든 곡과 인간이 만든 곡을 구분하는 “인간 검증” 배지가 등장하거나, AI 콘텐츠를 낮은 로열티 등급으로 분리할 수도 있습니다.
당장 확실한 건 하나입니다. AI 음악 도구는 이미 정착했고, 메이저 레이블들도 이 흐름에 올라탔습니다. 하지만 누가 얼마나 돈을 벌게 될지, 아티스트들에게 공정한 몫이 돌아갈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음악 산업의 역사를 보면, 새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플랫폼과 중개자들이 가장 많이 가져갔으니까요.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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