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데 비용이 든다는 건 누구나 직관적으로 알고 있죠. 하지만 정확히 얼마나 드는지 측정한 적은 없었습니다. MIT 연구팀이 처음으로 인간의 “사고 비용”을 정량화했고, 그 결과는 시간당 약 $60, 한화로 약 8만원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흥미로운 숫자가 아닙니다. AI와 인간의 협업을 설계할 때, 언제 AI를 쓰고 언제 인간이 판단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중요한 경제적 기준점이 되거든요.

MIT 경제학과 연구팀이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이 연구는 인간의 인지적 노력에 가격표를 붙이는 획기적인 시도입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어려운 문제를 풀게 하면서, 동시에 “생각 안 하고 대충 답하기”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했습니다. 핵심은 이 선택에 금전적 인센티브를 붙인 거죠.
출처: The cost of thinking – MIT News
생각 안 하기의 가격
실험 방식은 이렇습니다. 참가자들에게 복잡한 인지 과제를 주되, “노력하지 않고 무작위로 답하기”를 선택하면 작은 보상을 주는 겁니다. 그 보상 금액을 점점 올려가면서 사람들이 언제 생각을 포기하는지 관찰했죠. 마치 경매처럼요.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시간당 $60 정도의 보상이 주어지면 인지적 노력을 포기했어요. 이 숫자가 바로 “생각하는 비용”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비용은 과제의 난이도와 무관하게 일정했습니다. 쉬운 문제든 어려운 문제든, 사람들은 “생각한다”는 행위 자체에 비슷한 가치를 매긴 거죠.
AI와 비교하면?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AI 추론 비용과 직접 비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의 계산에 따르면 GPT-4o의 추론 비용은 시간당 약 $15입니다. 인간의 4분의 1 수준이죠. 물론 이건 단순 계산 비용만 따진 것이고, 실제로는 AI 모델 개발과 유지보수 비용도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핵심은 이제 “언제 AI를 쓸 것인가”에 대한 경제적 기준점이 생겼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방사선 이미지를 판독하는 작업을 생각해보세요. 전문 의사의 시간당 비용이 $200이고 판독에 15분이 걸린다면 건당 $50입니다. AI가 비슷한 정확도로 건당 $5에 처리할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는 AI가 합리적이죠. 반대로 복잡한 법률 자문처럼 높은 정확도와 맥락 이해가 필요한 경우라면, 인간의 판단이 여전히 비용 대비 가치가 높을 수 있습니다.
숫자로 측정할 수 없는 것들
연구팀도 인정하듯이, 사고 비용이 모든 걸 결정하진 않습니다. 의료 진단이나 법률 판단처럼 실수의 대가가 큰 영역에서는 단순 비용 계산으로 접근할 수 없죠. AI가 저렴하다고 해서 중요한 결정을 맡길 순 없습니다.
또한 이 연구는 “순수한 인지적 노력”의 비용만 측정했습니다. 창의성, 직관, 윤리적 판단처럼 인간 사고의 다른 측면들은 포함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실험실 환경에서 측정한 값이기 때문에, 실제 업무 현장에서의 사고 비용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AI 시대에 인간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을 제공합니다. 생각하는 데도 비용이 든다는 걸 인정하고, 그 비용을 어디에 투자할지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시대가 온 거죠. AI가 모든 걸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귀중한 인지적 자원을 어디에 집중할지 더 신중하게 결정하게 만드는 겁니다.
참고자료:
- The cost of cognitive effort is domain-general – Nature Communications (원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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