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에게 에세이를 맡기면 편리하죠. 그런데 우리 뇌는 괜찮을까요? MIT Media Lab 연구팀이 4개월에 걸쳐 사람들의 뇌를 관찰했더니,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ChatGPT를 사용할수록 뇌의 신경 연결이 약해지고, 심지어 자기가 쓴 글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더라는 겁니다.

MIT Media Lab의 Nataliya Kosmyna 연구팀은 LLM(대규모 언어 모델)이 학습에 미치는 인지적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54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각각 ChatGPT, 검색엔진, 아무 도구 없이 순수하게 뇌만 사용해 에세이를 작성하게 했죠. 4개월 동안 3회의 세션을 진행한 뒤, 마지막 4회차에서는 ChatGPT 그룹을 도구 없는 조건으로, 순수 뇌 그룹을 ChatGPT 조건으로 바꿔 실험했습니다. 핵심 발견은 ChatGPT 사용자들이 신경, 언어, 행동 모든 면에서 지속적으로 저하된 성과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출처: Your Brain on ChatGPT: Accumulation of Cognitive Debt when Using an AI Assistant for Essay Writing Task – arXiv (2025년 6월)
뇌 연결성이 도구에 비례해 약해진다
연구팀은 EEG(뇌파 측정)로 참가자들의 뇌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했습니다. 결과는 명확했어요. 순수하게 뇌만 사용한 그룹은 가장 강력하고 광범위한 신경망 연결을 보였습니다. 검색엔진을 사용한 그룹은 중간 수준이었고요. 그런데 ChatGPT를 사용한 그룹은 가장 약한 뇌 연결성을 보였습니다.
마치 외부 도구가 많이 개입할수록 뇌가 “이건 내가 안 해도 되겠네” 하고 스위치를 끄는 것 같았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인지적 관여가 체계적으로 축소됐다”고 표현했습니다.
“내가 쓴 글인데 내 것 같지 않아요”
더 충격적인 건 ChatGPT 그룹 참가자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인터뷰에서 이들은 자신이 작성한 에세이에 대한 주인의식이 가장 낮았어요. “내가 쓴 글 같지 않다”는 거죠. 실제로 이들은 몇 분 전에 자기가 쓴 에세이 내용을 정확하게 인용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반면 순수 뇌 그룹은 가장 높은 주인의식을 보였고, 검색엔진 그룹은 그 중간이었습니다. ChatGPT에게 글쓰기를 위임하면 편하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글에 대한 소유감과 기억까지 잃어버리는 셈이죠.
한 번 약해진 뇌는 쉽게 회복 안 된다
4회차 실험은 더 놀라운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ChatGPT를 사용하던 사람들에게 도구 없이 글을 쓰라고 하자, 이들의 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어요. EEG 분석 결과 알파파와 베타파 연결성이 약해진 상태로, 뇌가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무기력한 상태였습니다. 마치 운동을 안 하다가 갑자기 뛰면 힘든 것처럼, 뇌도 ChatGPT에 의존하다 보니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위축된 거죠.
반대로 순수 뇌만 사용하던 사람들이 ChatGPT를 쓰게 되자, 검색엔진 사용자들처럼 시각 처리와 관련된 뇌 영역(후두-두정엽, 전두엽)이 활발해졌습니다. 화면에서 정보를 찾고 처리하는 패턴으로 전환된 거예요.
편리함의 대가는 학습 능력
이 연구는 아직 동료 검토를 거치지 않은 예비 연구이고, 54명이라는 제한된 참가자 수, 특정 지역(미국 대형 학술기관 근처) 중심의 모집, ChatGPT만을 대상으로 한 점 등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에세이 작성이라는 특정 과제에 국한된 결과라 다른 상황에 일반화하기엔 조심스러운 면이 있어요.
하지만 이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ChatGPT 같은 AI 도구는 단기적으론 엄청나게 편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학습 능력 자체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연구팀은 이를 “인지 부채(Cognitive Debt)”라고 불렀어요. 지금 당장은 편하지만, 나중에 갚아야 할 빚이 쌓인다는 의미죠.
교육 현장에서, 그리고 우리 일상에서 AI 도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뇌는 쓰지 않으면 약해지니까요.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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