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유튜브 계정을 만들고 쇼츠를 500개 넘겨봤더니 그중 165개, 즉 33%가 ‘브레인롯(brainrot)’ 영상이었습니다. AI로 대충 만든 저품질 콘텐츠죠. 유튜브가 AI 생성 콘텐츠로 빠르게 오염되고 있고, 놀랍게도 이런 ‘슬롯’ 영상으로 수백만 달러를 버는 채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영상 편집 플랫폼 Kapwing이 전 세계 유튜브의 AI 슬롭 현황을 분석한 리포트를 발표했습니다. AI 슬롭(AI Slop)은 자동화된 AI 도구로 대충 만든 저품질 콘텐츠를 뜻하는데, 조회수와 구독자를 끌어모으거나 정치적 의견을 조작하기 위해 대량 유포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출처: AI Slop Report: The Global Rise of Low-Quality AI Videos – Kapwing
스페인 2,022만 구독자, 한국 84.5억 뷰
Kapwing은 각국 상위 100개 트렌딩 유튜브 채널을 분석해 AI 슬롭 채널을 골라냈습니다. 그 결과 스페인의 AI 슬롭 채널들이 총 2,02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죠. 흥미로운 건 스페인은 상위 100개 중 AI 슬롭 채널이 8개뿐인데도 구독자 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점입니다. 파키스탄(20개), 이집트(14개), 미국(9개)보다 채널 수는 적지만 구독자는 압도적이었어요.
스페인의 한 채널 ‘Imperio de jesus’는 587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퀴즈를 통해 예수에 대한 믿음을 강화한다”는 콘셉트로 예수가 사탄이나 그린치 같은 캐릭터와 대결하는 영상을 만듭니다.
조회수로는 한국이 압도적입니다. 한국의 트렌딩 AI 슬롭 채널 11개가 총 84.5억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어요. 이는 2위 파키스탄(53.4억)의 1.6배, 3위 미국(33.9억)의 2.5배에 달하는 수치죠. 한국의 ‘3분의 지혜’라는 채널 하나만으로 20.2억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귀여운 반려동물이 야생동물을 물리치는 포토리얼 영상을 만듭니다.
원숭이로 연 425만 달러 버는 채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AI 슬롭 채널은 인도의 ‘Bandar Apna Dost’입니다. 총 20.7억 회의 조회수를 자랑하죠. 이 채널은 사실적으로 렌더링된 원숭이가 인간처럼 행동하는 영상 500개 이상을 올렸는데, 대부분 비슷한 설정을 반복합니다.
Social Blade의 추정에 따르면 이 채널의 연간 광고 수익은 약 425만 달러입니다. 조회수를 기반으로 계산한 것이죠. 실제로 수익화하고 있다면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 셈입니다.
구독자 수로는 미국의 스페인어 채널 ‘Cuentos Facinantes'(맞춤법 틀림)가 595만 명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드래곤볼 테마의 저품질 영상으로 12.8억 조회수를 기록했어요. 채널은 2020년에 개설됐지만, 현재 올라와 있는 가장 오래된 영상은 2025년 1월 8일 것입니다.
유튜브의 딜레마, 그리고 신뢰의 가치
유튜브는 AI 콘텐츠를 두고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CEO 닐 모한은 생성형 AI를 “일반인들이 서로의 영상을 보고 싶어한다는 발견 이후 가장 큰 게임 체인저”라고 극찬했어요. 신디사이저가 음악에 한 일을 AI가 영상에서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광고주들은 자신들의 광고가 슬롭에 붙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모한은 “중요한 건 콘텐츠가 75% AI로 만들어졌는지 5% AI로 만들어졌는지가 아니라, 그것이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는지”라고 말했지만, 돈을 벌기 위해 자동 생성 콘텐츠를 쏟아내는 사람들이 창의적 천재로 알려지고 싶어하는지는 의문입니다.
가디언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유튜브 채널 10개 중 1개가 AI 생성 콘텐츠만 올리는 채널이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품질이 낮다는 것만이 아닙니다. 연구자들은 ‘환상적 진실 효과(illusory truth effect)’를 지적합니다. 사람들은 어떤 주장이나 이미지를 자주 접할수록 그것을 믿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거죠. AI 도구는 악의적 행위자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나 목표를 뒷받침하는 가짜 적이나 상황을 쉽게 만들 수 있게 해줍니다. 연구에 따르면 영상이 가짜라고 명시적으로 알려줘도 사람들은 보이는 것을 믿습니다.
연구자 에릭 살바지오는 “어떤 종류든 충분한 양의 정보는 노이즈가 된다”고 말합니다. AI 슬롭의 확산은 정보 피로의 증상이며, 우리 대신 세상을 정리해줄 알고리즘 필터에 대한 인간의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뜻이죠. 더그 샤피로는 이런 노이즈가 웹과 소셜 네트워크에서 신호를 압도하면서 ‘신뢰’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고, 그에 따라 신뢰를 조작하려는 기업과 정치 세력의 노력도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리포트는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영화학교에서 AI 기법을 배우는 것보다, 크리에이터와 소비자 모두에게—특히 아직 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에게—더 가치 있는 것은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화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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