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업들이 위키피디아의 데이터를 마구잡이로 긁어가면서 서버 비용은 치솟고, 정작 사람들의 방문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무료 지식의 상징이었던 위키피디아가 이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선택을 했습니다.

위키미디어 재단이 Amazon, Meta, Microsoft, Mistral AI, Perplexity 등 주요 AI 기업들과 유료 데이터 접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5년간 기부금으로 운영되던 위키피디아가 처음으로 상업적 파트너십을 맺은 겁니다.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AI 시대 위키피디아의 생존 전략이 본격화됐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출처: Wikipedia is now getting paid by Meta, Microsoft, Perplexity, and other AI companies – TechSpot
AI 스크래핑이 위키피디아를 압박하다
위키피디아는 지난 1년간 심각한 인프라 압박을 경험했습니다. 2024년 1월부터 2025년 4월까지 멀티미디어 다운로드 대역폭이 50% 급증했는데, 이 중 65%가 AI 봇에 의한 것이었죠. 더 심각한 건 이 봇들이 사람처럼 위장해 접속했다는 점입니다.
위키미디어 재단이 봇 탐지 시스템을 업데이트한 뒤 발견한 사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사람 방문자라고 생각했던 트래픽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탐지를 회피하도록 설계된 자동화 스크래퍼였던 겁니다. 결과적으로 실제 인간 방문자는 전년 대비 약 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300개 언어로 6,500만 개 이상의 문서를 호스팅하고 25만 명의 자원봉사 편집자를 지원하는 서버 인프라는 공짜가 아닙니다. 위키미디어 재단 CEO 마리아나 이스칸더는 “우리 인프라는 무료가 아니다. 개인과 기술 기업 모두가 위키피디아에서 데이터를 가져갈 수 있도록 서버를 유지하는 데는 비용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생성형 AI가 위협하는 선순환 구조
더 근본적인 문제는 위키피디아의 생태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위키피디아는 간단한 선순환으로 작동했어요. 사람들이 방문하고, 그중 일부가 편집자나 기부자가 되고, 콘텐츠가 개선되는 구조였죠.
하지만 이제 많은 AI 챗봇과 검색엔진이 위키피디아 콘텐츠로 답변을 생성하면서 사용자를 사이트로 보내지 않습니다. 구글은 검색 결과 상단에 AI 생성 요약을 표시하고, ChatGPT나 Perplexity 같은 서비스는 위키피디아 정보를 인용하면서도 클릭을 유도하지 않죠.
방문자가 줄면 새로운 편집자도 줄어듭니다. 편집자가 줄면 오류 수정이 느려지고, 위키피디아의 자체 검증 시스템이 약해집니다. Wiki Education의 이언 램존은 “생성형 AI는 분명히 위키피디아에 실존적 위협”이라고 말했습니다.
협력과 보상의 길을 선택하다
위키피디아는 법적 대응 대신 협력을 선택했습니다. 이미지 라이브러리나 언론사들이 무단 사용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과 달리, 위키미디어 재단은 AI 기업들과 공식 계약을 맺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새로운 계약은 AI 기업들에게 대규모 고속 데이터 접근을 제공합니다. 물론 위키피디아 콘텐츠 자체는 여전히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달라진 건 기업들이 엔터프라이즈급 API 접근에 대해 비용을 지불한다는 점이죠.
위키피디아 창립자 지미 웨일스는 이를 환영했습니다. “AI 모델이 위키피디아로 학습하는 건 기쁜 일이다. 위키피디아는 사람이 큐레이션하니까. X(구 트위터)로만 학습한 매우 화난 AI를 쓰고 싶진 않을 거다.” 하지만 그는 분명한 선을 그었습니다. “당신들이 우리에게 부과하는 비용의 정당한 몫을 지불해야 한다.”
흥미로운 건 위키피디아도 AI를 활용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웨일스는 깨진 링크를 찾아내고 맥락을 분석해 대체 출처를 추천하는 자동화 도구 개발을 언급했어요. 사람 편집자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반복적 작업을 줄이겠다는 구상입니다. 하지만 지난 6월 AI 생성 문서 요약 파일럿 프로그램은 편집자들의 거센 반발로 중단된 바 있습니다.
오픈 지식과 상업적 현실 사이에서
위키피디아의 선택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타협처럼 보입니다. 여전히 800만 명의 개인 기부자가 주요 수입원이지만, 이제 가장 큰 데이터 소비자인 기계들로부터도 돈을 받기 시작했죠.
이 결정이 오픈 지식의 철학을 배신한 걸까요? 아니면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실용적 선택일까요? 분명한 건 AI 시대에 무료 콘텐츠를 유지하는 데도 비용이 든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비용은 누군가는 내야 합니다.
위키피디아가 보여준 협력 모델이 다른 오픈 플랫폼에도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참고자료:
- At 25, Wikipedia Now Faces Its Most Existential Threat—Generative A.I. – Scientific American
- Wikipedia signs major AI firms to new priority data access deals – Ars Tech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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