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를 더 유능하게 만드는 방법은 뭘까요? 고객 서비스용, 코딩용, 리서치용으로 각각 특화된 에이전트를 여러 개 만드는 걸까요? 아니면 하나의 범용 에이전트에게 필요한 능력을 그때그때 장착하는 걸까요? AI 업계는 후자 쪽으로 답을 찾았고, 그 중심에 Anthropic의 Agent Skills가 있습니다.

Anthropic이 12월 18일 Agent Skills를 독립적인 오픈 스탠다드로 발표했습니다. 10월에 개발자 기능으로 처음 선보인 이 기술은 이제 Microsoft VS Code와 GitHub에 채택됐고, OpenAI도 ChatGPT에 동일한 구조를 조용히 적용했습니다. Atlassian, Figma, Canva, Stripe, Notion, Zapier 같은 기업들이 파트너 디렉토리에 참여했죠.
출처: Introducing Agent Skills – Anthropic
Agent Skills가 뭔가요?
Agent Skills는 AI가 특정 작업을 일관되게 수행하도록 가르치는 재사용 가능한 모듈입니다. 마치 신입사원에게 업무 매뉴얼을 주는 것과 비슷하죠.
예를 들어 PowerPoint 프레젠테이션을 만드는 스킬이라면, 회사가 선호하는 슬라이드 구조, 서식 규칙, 품질 기준 같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프레젠테이션 작업을 시작하면 AI가 이 스킬을 불러와 회사 스타일에 맞게 작업하는 거죠. 매번 긴 프롬프트를 작성할 필요 없이요.
기술적으로는 SKILL.md 파일이 들어있는 폴더입니다. 이 파일에는 지침, 스크립트, 참고 자료가 담겨있고, AI는 필요할 때만 이걸 읽어옵니다. Anthropic은 이걸 “점진적 공개(progressive disclosure)”라고 부릅니다. 처음엔 스킬 이름과 설명만 보고, 필요하면 전체 내용을 로드하고, 더 복잡한 작업이면 추가 파일까지 참조하는 식이죠.
이 설계 덕분에 수십, 수백 개의 스킬을 설치해도 AI의 작업 메모리를 압도하지 않습니다. 마치 잘 정리된 매뉴얼처럼 목차부터 시작해서 필요한 챕터만 펼쳐보는 겁니다.
경쟁 우위를 왜 공개했을까?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나옵니다. Anthropic은 이 기술을 독점하지 않고 오픈 스탠다드로 공개했어요. agentskills.io에서 사양과 참조 SDK를 누구나 볼 수 있죠. 심지어 OpenAI는 ChatGPT와 Codex CLI 도구에 구조적으로 동일한 아키텍처를 적용했습니다. 개발자 Elias Judin이 12월 초에 발견했는데, 파일 이름 규칙, 메타데이터 형식, 디렉토리 구조까지 Anthropic의 사양과 똑같더라는 거예요.
왜 경쟁사에게 베낄 기회를 준 걸까요? Anthropic의 전략은 명확합니다. 독점보다 생태계 성장이 더 큰 가치를 만든다는 계산이죠. 한 번 만든 스킬이 Claude뿐 아니라 ChatGPT에서도, 다른 AI 플랫폼에서도 작동한다면, 개발자들은 더 많은 스킬을 만들 겁니다. 그리고 그 스킬 생태계가 커질수록, 표준을 정의한 Anthropic의 영향력도 커지는 거죠.
실제로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Anthropic의 스킬 저장소는 GitHub에서 이미 2만 개 이상의 스타를 받았고, 수만 개의 커뮤니티 제작 스킬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제품 매니저 Mahesh Murag는 VentureBeat 인터뷰에서 “Microsoft가 이미 VS Code와 GitHub에 Agent Skills를 채택했고, Cursor, Goose, Amp, OpenCode 같은 인기 코딩 에이전트들도 마찬가지”라고 밝혔어요.
실제로 어떻게 쓰이나요?
Fortune 500 기업들이 이미 법률, 재무, 회계, 데이터 과학 분야에서 스킬을 실전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관리자는 Team과 Enterprise 플랜에서 중앙에서 스킬을 관리하고, 조직 전체에 배포할 수 있어요. 직원들은 자기 업무에 맞게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고요.
Anthropic 자체 연구 결과가 설득력 있습니다. 12월 초 발표한 내부 조사에 따르면, Anthropic 엔지니어들은 업무의 60%에서 Claude를 사용하고 자가 보고 생산성이 50% 향상됐다고 합니다. 작년보다 2~3배 증가한 수치죠. 특히 흥미로운 건, Claude 도움을 받은 업무의 27%가 원래는 하지 않았을 작업들이라는 점입니다. 내부 도구 제작, 문서화, 직원들이 “종이 베기(papercuts)”라고 부르는 작은 개선 작업들 –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것들이죠.
한 엔지니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백엔드 개발자가 UI를 만들고, 연구자가 데이터 시각화를 만드는 식으로 더 많은 영역에서 일할 수 있게 됐어요.” 스킬 덕분에 전문 분야를 넘나드는 작업이 가능해진 거죠.
표준 전쟁의 새로운 패턴
Agent Skills 공개는 Anthropic의 더 큰 전략 일부입니다. 회사는 12월 9일 Model Context Protocol(MCP)을 Linux Foundation에 기부했고, OpenAI와 함께 Agentic AI Foundation을 공동 설립했어요. Google, Microsoft, Amazon Web Services도 회원으로 참여했죠. 이 재단이 여러 오픈 사양을 관리할 예정인데, Agent Skills가 자연스럽게 들어맞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패턴이 기술 업계에서 반복됐다는 점입니다. Red Hat부터 Google까지, 오픈 스탠다드가 독점 기술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증명했죠. 업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의하는 회사가, 기술을 독점하려는 회사보다 더 많은 가치를 포착한다는 거예요.
VentureBeat는 이렇게 분석합니다. “Anthropic의 진짜 제품은 Claude가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이 그 위에 구축하는 인프라일 수 있다.”
양날의 검
물론 우려도 있습니다. AI가 스킬을 통해 더 유능해질수록 인간의 전문성이 퇴화할 수 있다는 거죠. Anthropic 내부 조사에서 일부 엔지니어들은 “결과물을 만들기가 너무 쉽고 빠르면, 실제로 뭔가를 배우는 시간을 갖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걱정했습니다.
보안 문제도 있어요. 스킬은 지침과 코드를 통해 Claude에게 새 능력을 부여하는데, 악의적인 스킬이 취약점을 만들 수도 있죠. Anthropic은 신뢰할 수 있는 출처에서만 스킬을 설치하고, 덜 신뢰되는 출처의 스킬은 철저히 감사하라고 권고합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AI 에이전트를 특화 작업에 능숙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업계가 조용히 합의를 이뤘다는 거죠. 그리고 그 답은 기술을 공개한 회사에서 나왔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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