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진짜 일어난 일”이라고 믿는 게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그 당연함이 이제 위험해졌습니다. Instagram CEO Adam Mosseri는 2025년 말 발표한 긴 슬라이드 포스팅에서 “이제 우리는 본 것을 의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AI가 현실과 구분 불가능한 콘텐츠를 무한정 만들어내는 시대, 인간의 본능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죠.

Instagram CEO Adam Mosseri가 AI 생성 콘텐츠가 현실과 구분할 수 없게 되는 시대에 플랫폼과 사용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20장 분량의 분석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무엇을 보느냐”보다 “누가 말하느냐”가 중요해지는 신뢰 체계의 근본적 전환입니다.
출처: Adam Mosseri on how Instagram exists in the age of AI-generated images – The Verge
정사각형 사진의 인스타그램은 이미 죽었다
Mosseri는 우리가 아는 인스타그램—완벽한 메이크업, 보정된 피부, 아름다운 풍경 사진으로 채워진 피드—은 이미 죽었다고 선언합니다. 사람들이 개인적 순간을 피드에 올리던 시대는 몇 년 전 끝났죠. 지금은 친구들끼리 주고받는 개인 메시지(DM)가 주 무대입니다. 흐릿한 사진, 흔들리는 영상, 신발 사진, 안 나온 셀카들이 일상적으로 오갑니다.
이 투박한 미학이 공개 콘텐츠로도 번지고 있습니다. 카메라 회사들이 “2015년 프로 사진작가처럼 보이게” 만드는 데 집중하는 동안, 사람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AI가 완벽한 이미지를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세상에서 “프로페셜한 느낌”은 오히려 가짜의 신호가 되어버렸습니다.
불완전함이 진짜라는 증거가 되는 역설
흥미로운 건 이 변화가 단순한 미적 취향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Mosseri는 이렇게 말합니다: “투박함은 이제 미적 선호가 아니라 증거입니다. 방어적 전략이죠. ‘이건 불완전하니까 진짜다’라고 말하는 방식입니다.”
스마트한 크리에이터들은 이미 의도적으로 안 다듬은, 덜 멋진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완벽함이 흔해진 세상에서 불완전함이 희소해지는 역설이 생긴 거죠. 하지만 Mosseri는 이것도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경고합니다. 곧 AI는 불완전해 보이는 “진짜 같은” 콘텐츠까지 만들어낼 테니까요.
눈을 의심해야 하는 불편한 미래
그래서 Mosseri가 제시하는 해법은 근본적입니다.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말하느냐”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죠. 평생 사진과 영상을 믿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이제 의심부터 하라고 요구하는 셈입니다. 누가 공유했는지, 왜 공유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이건 우리 모두에게 엄청나게 불편할 겁니다. 우리는 유전적으로 눈을 믿도록 설계되어 있으니까요.” Mosseri는 Malcolm Gladwell의 책 ‘Talking to Strangers’를 언급하며, 인간이 기본적으로 타인을 믿도록 진화했다고 설명합니다. 효율적인 소통과 협력의 이득이 가끔 속는 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제 그 본능이 약점이 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플랫폼의 대응: 암호화 서명과 신뢰 신호
Instagram 같은 플랫폼들은 AI 콘텐츠를 식별하고 라벨링하는 데 초반엔 잘할 거라고 Mosseri는 말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AI가 발전하면서 점점 더 어려워질 겁니다. 그래서 가짜를 쫓기보다는 진짜에 디지털 지문을 찍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카메라 제조사들이 촬영 순간 이미지에 암호화 서명을 하고, 보관 과정의 체인을 만드는 방식이죠. 하지만 라벨링만으론 부족합니다. Mosseri는 Instagram이 해야 할 일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도구 개발, AI 생성 콘텐츠 라벨링, 진짜 콘텐츠 검증, 계정의 신뢰도 신호 표시, 독창성 기반 랭킹 개선.
8년 전 예측이 현실이 되다
흥미롭게도 이 이야기는 새로운 게 아닙니다. 2017년 GAN(생성적 적대 신경망)의 공동 발명자인 AI 연구자 Ian Goodfellow는 이미 비슷한 경고를 했습니다. 그는 인류가 수십 년간 영상을 실제 사건의 증거로 믿을 수 있었던 게 “역사적으로 약간의 우연”이었다고 말했죠. 그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예측이었습니다. Mosseri가 지금 설명하는 상황은 그 8년 전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확인입니다.
결국 크리에이터의 가치는 “뭔가를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오직 당신만이 만들 수 있는 걸 만드느냐”로 바뀝니다. 기술이 복제할 수 없는 건 결국 개인의 고유한 목소리와 일관된 신뢰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본능을 거스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보는 것을 의심하고, 말하는 사람을 먼저 보는 법을요.
참고자료:
- Adam Mosseri Instagram Post – Instagram (원본 발표자료)
- Instagram CEO argues humans must override their instinct to trust what they see online – The Deco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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